2022.05.29
평소에 항상 아침에 운동을 하고 빵과 커피를 먹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람의 습관은 생각보다 안 고쳐진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걸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습관이 됐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출근을 해야해서 항상 여유가 없었다. 파리에 오고 나서는 신기하게 (아마도 시차 때문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피곤해하는 누나를 끌고 뷔트쇼몽 공원에 산책을 나가게 되었다. 매일 해야 하는 필수 코스는 공원에 널부러지기! 파리에서는 어느 빵집에서 빵을 사도 기본적으로 다 맛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오는 길에 보이는 빵집에서 빵을 샀는데 정말로 너무 맛있었다. 크로와상이 이런 맛이었다니.. 새삼 충격을 받는 아침이었다.
오늘은 숙소 근처에 있는 마레 지구에 가보기로 했다. 마레 지구는 생마르탱 운하 근처에 있다. 요즘 뜨고 있는 핫한 동네라고 해서 가서 카페를 가보자는 이야기를 했었다. 실제로 가보니 생마르탱 운하는 작고 귀여운 사이즈였다. 거리는 실제로 젊음과 신선함이 느껴졌더. 줄 서있는 카페나 맛집이 많았다. 그 중에서 한 곳에 들어가서 커피와 에그타르트를 먹었다. 기대와는 다르게 나는 그저 그랬다. 한국에서 핫하다는 카페에 갔을 때와 비슷한 경험이랄까?
근처에 아파쎄가 있길래 들리고 쭉 걸어가다 보니 많은 곳을 가게 되었다. 성당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걸어가다가 성당이 보이길래 들어가봤다. 파리 안에는 성당이 참 많은데 유명하지 않은 성당 같은 경우는 안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조용하다. 그리고 성당 특유의 무게감이 있는 공기와 공간감이 있는 듯 하다. 왠지 경건해지는 느낌을 받게 하는 공간 설계. 건물을 지은 사람은 사람이 어떨 때 경건한 느낌을 받는지 이해했던걸까? 오랜 역사를 느껴보며 가만히 의자에 앉아있었다.
이런 오래된 성당을 볼 때마다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한 때는 정말 예배의 목적으로 사람들이 찾아왔겠지만 지금은 관광으로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공간의 목적이 사뭇 달라진 느낌을 받았다. 과거 위에 현재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과거의 공간을 잘 보전하고 사람들이 보러 오는 것은 좋은 것 같다. 또한 과거의 성당의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공간을 시민들과 여행자들에게 오픈한 것은 나름 또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종교인으로서 느껴지는 이 오묘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더라.
그리고 오후 내내 쭉 걸어다니면서 파리의 명소들을 많이 둘러봤다. 이렇게 명소들을 둘러다니면서 나의 여행 스타일을 더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남들이 좋다고 하고 사람들이 몰리는 것에 나는 큰 흥미가 없다. 오히려 길가의 예술적인 흔적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일상적인 풍경들. 공원의 평온한 풍경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발견의 재미가 있는 여행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렇게 또 누나를 따라 명소들을 둘러보다 보니 나름 좋은 경험이었다. 다른 사람의 여행 스타일을 경험해보는 건 그 사람의 인생을 조금은 경험해보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런 일상적인 거리의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파리는 일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찍어도 다 몇 백년돤 것들이 많아서 신기하긴 하지만 말이다. 파리에서 느끼는 건 색깔이 참 다채롭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인종과 국가도 다양하고 그들의 스타일도 모두 다양하다. 또한 기본적으로 베이지 색 건물 벽, 풀의 초록색, 하늘의 파란색이 배경을 멋지게 만들어준다. 거기에 여러 예술적인 요소들이 사진에 잘 담긴다.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파리에서는 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없다고. 그렇다면 파리에서 사는 삶은 하루 하루가 예술이 되는 삶일까?
여행에서 음식은 참 중요하다. 어쨋든 익숙하지 않은 곳을 돌아다니다보면 피곤해지기 마련인데 맛있는 음식이 그 모든 피로를 치료해준다. 음식이 맛있으면 그 여행지가 좋게 기억되고 음식이 맛없으면 그 여행지가 안 좋게 기억되곤 한다. 그만큼 음식은 중요하다. 여기저기 걷느라 고생했는데 누나가 예전에 와봤던 맛집에 데려가줬다. 말해 뭐해. 너무 맛있어서 누나랑 말도 안하고 먹어치웠다. 그래 이런 게 여행의 재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