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8
오늘은 첫 번째 숙소인 멜리아 데 라데팡스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조식이 맛있는 곳인만큼 아침에 배부르게 조식을 챙겨먹었다. 뷔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서 기분이 좋다. 나도 표정이 좋을까? 나도 보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할까? 하며 거울로 얼굴 한 번 보게 되었다. 다 습관에서 나오는 거라 평소에 좀 더 웃고 다녀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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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숙소 주변에 있는 루이비똥 재단의 건물에 가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보이는 건물 중에 특이한 건물이 있어서 찾아보니 루이비똥 건물이었다. 2개 정도의 전시를 하고 그 앞의 공원도 크게 있어서 가서 널부러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루이비똥 재단으로 가는 길에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참 좋았다. 이 날씨 이 하늘 참으로 감사하다. 루이비똥 재단 건물 주변이 놀이동산인 것 같다. 아이들의 즐거운 비명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려와서 추측을 해본다
루이비똥 재단 건물은 이렇게 생겼다. 외부에서 봐도 내부에서 봐도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건물인지 추측하기 어렵다. 이 또한 예술이겠지? 어떻게 보면 배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우주선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새 같기도 하다. 내부로 들어가보면 밝은 나무가 유리와 어루러져있어서 보기에 참 좋다. 뭔가 모르게 영감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다. 건물은 이렇게 지어야 해! 라는 걸 초월한 느낌이랄까?
파리라고 생각하면 고급스러운 프랑스 음식이 생각난다. 하지만 파리에는 정말 다양한 음식이 많다. 특히나 파리 사람들은 쌀국수를 좋아한다고 한다. 나도 슬슬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것 같아서 쌀국수 집을 찾아봤다. 쌀국수를 먹어보니 베트남 본토의 맛이 느껴진다. 아, 파리는 쌀국수 맛집이었어.
나는 명소를 들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나라와 그 도시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 거리의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누나가 루브르에 들릴 거냐고 물어봤을 때 단칼에 거절을 했다. 근데 점심을 먹고 길을 잘못 들었는데 루브르가 나왔다. 이건 운명인가? 그래도 들어온 김에 둘러보니, 건물이 다 너무 멋있었다. (그래도 루브르 안에 들어가보진 않았다.) 알고보니 베르사유 전에 궁전이었다고 한다.
길을 잘못 들었는데 루브르라니. 정말 지난 역사가 살아숨쉬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과거에만 머물러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오전에 루이비똥 재단 건물을 들러서 그런걸까?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잘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새삼 우리도 곳곳에 한옥들이 남아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다 가슴 아픈 전쟁의 과거가 생각나니 생각을 그만뒀다.
이제 숙소를 이동할 차례다. 다음 숙소는 위험하다고 하는 19구에 위치한 에어비앤비이다. 이 숙소 근처에는 뷔트쇼몽이라는 파리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원이 있다. 빠르게 짐을 풀고 뷔트쇼몽에 갔다. 단 번에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제멋대로 자란 나무들과 풀밭이 조화를 이뤘다. 숲인 듯 공원인 듯 하는 공간이 좋다. 파리 사람들은 역시나 여기에서도 널부러져 있다. 그래 내일부터 여기에서 조깅하며 아침을 시작해보자.
강남에 살 때는 초록초록한 광경을 보기 위해서 큰 아파트 단지에 가곤 했다. 파리에서는 초록초록헌 공원이 소수에게 속하지 않고 모두에게 공유된 느낌이었다. 파리 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과 하나 될 권리가 있다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