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7
파리에 왔으니 첫 번째로는 가장 메인 스트리트를 가보기로 했다. 마침 내가 첫 번째로 예약한 미슐랭이 샹젤리제에 있었다. 그래서 파리의 지하철을 타고 개선문으로 이동했다.
처음보는 개선문이었는데 생각보다 엄청 크고 그 주위로 동그랗게 큰 도로가 있는게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람이 정말로 너무 많았다. 한국에서 강남 거리를 다닐 땐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 여기에서는 모두 벗고 있다. 공기도 너무 좋은데, 마스크를 벗으니 해방감을 느꼈다. 하지만 사람이 많은 것에 스트레스를 느끼다보니 언능 벗어나고도 싶었다.
개선문에서 신기했던 건 국기를 걸어놓는 방식이었다. 기념일이었는지 국기를 크게 걸어놨는데 세로로 펄럭이도록 걸어놓은게 너무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일상 속에 예술이 녹아있고 국기는 꼭 이렇게 걸어야 해! 라는 편견을 없애준 것 같았다. 한국이었다면 국기를 어떻게 걸었을까?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샹젤리제는 어딘가 친숙한 느낌이 들었는데 우리 나라 명동과 왠지 모르게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건물들이 너무 예뻐서 또 이 거리가 좋고 그랬다. 나는 개인적으로 골목길들이 더 좋았다. 골목 골목 마다 영화와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게 너무 신기했다. 여기에 있는 건물들 대부분이 100년이 넘었다 하니 신기했다. 나는 파리의 이 베이지색 건물과 테라스에 있는 꽃과 식물들이 좋다.
예전에 어릴 때 누나가 유럽 여행을 다녀와서 라뒤레 마카롱을 사다 준 적이 있는데 정말 너무 맛있었다. 거의 10년만에 그 맛을 보러 내가 직접 라뒤레에 갔다! 10년 전 먹었던 그 마카롱 이후에 먹었던 마카롱은 마카롱으로 느껴지지 않았었다. 긴 역사가 있는 이 마카롱 집은 줄을 서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내부도 너무 화려하고 예쁘게 잘 되어있다.
마카롱을 사들고 밖에 나가니 마침 해가 나오기 시작했다. 파리에는 여기저기 공원이 많고 사람들이 공원에 많이 널부러져(?) 있다. 우리도 마카롱을 들고 공원 한 군데 자리를 잡았다. 뭔가 여유로우면서도 파리 사람이 된 듯한 착각을 주었다. 공원에 널부러져 있다는 건 참 좋은 것이야. 그리고 마카롱은 10년 전 맛 그대로였다. 그래 이게 바로 마카롱이지.
개선문에서 시작해서 샹젤리제 거리를 쭉 걸어가면 뛸르히 정원이 나온다. 사실 이렇게 걸어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거리가 정말 멀기 때문이다. 힘들어질 쯤에 나온 뛸르히는 다리의 아픔을 잊게 만들었다. 이 때쯤 햇빛이 너무 좋고 구름이 그림 같이 하늘에 떠있었다. 어릴 적 일본 여행을 갔다가 어느 정원에서 평생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정원을 본 순간 아 나는 참 정원을 좋아하는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곳곳에 튀지 않는 초록색 의자들이 많이 놓여있었다. 사람들이 곳곳에서 앉아있었는데 이 자유로움이 좋다.
좀만 걷다보면 공원이 나오고 정원이 나오는 파리가 정말 신기했다. 이런 곳을 왜 이제서야 와봤지? 싶다. 먹기 위해 온 파리지만 눈이 너무 즐겁고 마음의 여유가 참 느껴졌다. 오전에 숙소를 떠나기 전에 슬랙을 자우고 나왔다. 3년반 동안 하루도 슬랙은 안 본적이 없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슬랙과 회사 생각이 안 나게 되었다. 일에 강하게 매여있던 그 매듭이 풀어지기 시작한 것 같아 참 좋았다.
하지만 이 여행의 목적은 미슐랭이다. 정말 맛있는 걸 먹을 때면 딴 세상에 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미슐랭은 경험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요리의 도시에서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파리에 와서 또 하나 좋은 점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요리, 맛, 장식이 신기하고 나를 확장시켜주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로 다 너무 맛있었는데 그 와중에 생선 요리 먹다가 쓰러질 뻔 했다. 앞으로 미슐랭이 4번 더 남았는데 나 너무 행복하다.
아무리 파리여도 날씨가 좋을 때와 안 좋을 때는 참 차이가 많다고 느꼈다. 해가 나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지고 모든 것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라이카를 이 때를 위해 샀지 싶었다. (반 년 동안 강남에 묻어둬서 미안하다)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나라마다 도시마다 햇빛의 색깔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파리에서는 파리에서만 볼 수 있는 햇빛이 있다. 사진으로 담기는 어렵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더 많은 것들을 눈에 담으려고 했다.
마지막으로 카페 테라스에 앉은 사람들. 그래 이게 파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