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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의 첫번째 날

2022.05.26

by 웅사이다

비행기를 10시간 이상 타는 건 너무 쉽지 않았다. 세상과 14시간 동안 떨어져있는 것은 너무 좋았다. 하지만 한 자리에 10시간 이상 앉아있는 건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은 아닐 것이다. 설상 가상으로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는데 비행기가 생각보다 추워서 힘들었다. 그래도 영화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자다가 일어나서 글쓰고 하다보니 어느새 파리에 도착했다. 아침에 비행기를 타고 파리에 도착했을 때 오후 4시였다. 한국에서는 이미 새벽이 됐을 시간인데 여기는 하루의 중반 밖에 되지 않았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이게 시차인가?


한국에서 미리 설치해놓은 우버 앱을 열어서 첫 번째 숙소로 이동했다. 처음 만난 우버 기사?님이 워낙 친절하고 힙한 분이여서 좋았다. 별말이 없으시다가 몽마르트를 지날 때 몽마르트는 꼭 가야한다며 말을 해줬다. 몽마르트는 예술가들이 많이 지낸 곳으로 유명하다. 저기에 있는 성당에서 보는 뷰가 가장 좋다고 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프랑스 억양의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많이 집중해서 들었어야 했지만. 그렇게 30분 정도를 타고 가니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들어오니 뭔가 모를 안도감이 느껴졌다. 처음보는 곳인데도 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뷰가 좋은 호텔이었는데 파리의 끝 쪽에 위치한 곳이었다. 이게 자본의 맛인가? 한국에 있을 땐 주로 에어비앤비로만 여행을 다녀서 호텔이 오랜만이었다. 확실히 유럽 여행 첫 날은 호텔이 좋은가보다 했다. 그렇게 짐을 좀 풀고 샤워도 한 다음에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그렇게 거리로 나갔는데 우리나라로 치자면 판교 같은 곳이라고 느꼈다. 지역 이름은 라데팡스라는 곳이고 신 개선문이 지어지고 있는 곳이다. 상대적으로 현대적인 건물들이 많았따. 나가자마자 느낀 건 풀이 참 많다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반포동에 살 때는 초록색을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여기는 어디나 초록 빛깔이 있으니 일단 눈이 행복하다. 그리고 곳곳에 예술적인 조형물들이 있다. 평소에 보고 느끼는 것이 그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런 걸 평소에 지속적으로 보고 자라면 어떨까? 잠깐 생각해보게 된다.


숙소 주변에는 음식점이 많지 않아서 좀 걷게 되었다.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표지판이나 간판도 하나도 모르겠어서 많이 당황스럽긴 했다. 또한 우리가 도착한 날이 휴일이라서 닫은 음식점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예쁜 식당을 하나 발견해서 들어가게 되었다. 파리에 오기 전에 워낙 파리 식당 문화에 대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약간 긴장도 되었다. 파리에서는 홀에서 일하는 매니저들이 자신만의 계획이 있어서 그들의 흐름에 맞춰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 흐름이라는게 난생 처음이라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자리 안내를 받고 주문서를 보고 시키고 계산을 하고 하는 것 모두 매니저의 흐름에 따라 이뤄졌다. 한국에서는 내 흐름에 맞춰 종업원들이 일했는데 새삼 그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새로운 식당 문화를 마주하고 나니 이해도 되고 신기하기도 하고 한국 사람이라 그런지 답답하기도 했다. 빨리 먹고 숙소에 들어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음식은 엄청 맛있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그저 그랬다. 누나랑 동네의 김밥천국 같은 곳이 아닐까? 라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이번 여행에서는 먹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오늘 자기 전에 미슐랭 식당들을 최대한 많이 예약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천천히 숙소로 돌아왔는데 확실히 시차 때문인지 잠이 빨리 왔다. 한국에서는 항상 2-3시 쯤 잤는데 11시에 잠이 드는 자신이 되게 낯설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루가 일찍 (사실은 정말 긴 하루였지만 ㅎㅎ) 마무리 되는 것도 참 좋다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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