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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Jan 25. 2019

하정우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 리뷰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명배우의 자질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성공한 사람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이 살짝 운빨(?)이라 하더라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겐 그 운도 작용하지 않는다. <걷는 사람 하정우>를 보면 그가 왜 성공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성품과 자질을 갖췄다. 덕분에 나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2018년 11월 23일 출간한 하정우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 추천사.          





# 동기부여 되는 책.

연예인이 책을 내는 경우는 흔하다. 이름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사실 내기만 해도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돼 있다.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책을 내는 경우도 흔할 것이라고 나는 본다. 그런 책은 대개 내용은 없고 표지만 요란하다. 연예인이 책을 내는 것에 색안경이 있는 편이라 잘 구매하지도 않는다. 사실 이 책의 출간 소식은 작년부터 알았으나 이제야 산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무언가 달랐다. 특별함이 있었다.     



일단 하정우가 글을 잘 쓴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부족함이 드러날 줄 알았는데 기성 작가라 해도 믿을 만큼 잘 썼다. 어쩌면 그보다 더 잘 쓴다고 해도 믿을 만했다. 일단 책이 읽기 편하니까 내용이 쏙쏙 들어왔다. 더군다나 알맹이가 꽉 차 있다.      



그에게 걷기란 무엇인지, 그에게 배우란 무엇인지, 그에게 영화감독이란 무엇인지, 그에게 삶이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풀어쓰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삶에 대한 태도가 누구보다 진중해서 자극이 되었다. 하정우는 정말 깨어 있는 사람이었다. 많은 면에서 배울 점이 있었다.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은 하정우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했다. 우리처럼 불안해하고 슬럼프를 겪었다. 화려한 삶을 살 것 같았던 그는 우리처럼 규칙적인 삶을 살았다. 직업만 다를 뿐 많은 면에서 우리와 같았다. 그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하정우 정도 위치가 되면 마냥 누리고 살 것 같은데 그는 그 순간에도 절제하고 중간을 지켰다. 항상 자신만의 삶을 살려 노력했다.     



평범한 사람은 그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평범하지 않으니까 그 위치에까지 올라간 것이겠지만, 그의 자기관리는 대단했다. 그 정도 됐으면 멋지고 예쁜 사람이 주변에 득실거리고 허구한 날 술자리 제의가 들어왔을 텐데 그는 그것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해오던 것을 꾸준히 해나갔다. 내가 성공하더라도 그처럼 살고 싶다.        


   



# 좋았던 점-내용이 꽉 차 있다.

제목이 <걷는 사람 하정우>다 보니 단순하게 정말 걷는 이야기만 할 줄 알았다. 실제로 초반에는 걷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런데 중반부로 갈수록 삶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뤘다. 배우에 대한 이야기, 영화감독에 대한 이야기, 삶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했다. 그래서 좋았다.     



대부분의 에세이가 초반에 힘을 몰아주고 후반에 갈수록 매력이 떨어지는데 이 책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에 갈수록 더욱 좋았다. 어쩌면 그렇게 할 이야기가 많은지 부럽기도 했다. 배우만 하기도 벅찰 텐데 그는 그림도 그리고 감독도 했다. 대단했다. 책이 끝날 때까지 이야기보따리는 끊이지 않았다.     



책을 읽는 사람으로선 땡큐다.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본전 이상을 뽑았다. 이 책은 두 번, 세 번 읽어도 매번 좋을 것 같다. 고이 모셔두었다가 슬럼프에 빠질 때면 곧장 빼서 읽어야겠다.      


     



# 아쉬웠던 점-신기하게 없다.

평소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아쉬운 점이 없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이상하게(?) 이 책은 아쉬운 점이 하나도 없었다. 혹여나 하정우의 팬이라는 의심은 거둬라. 평소 연기를 잘한다고는 생각했지, 특별히 좋아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이번을 계기로 그가 좋아질 것 같다.           




# <걷는 사람 하정우> 속 좋았던 구절.




이러한 행동들이 매일같이 이어져 습관이 되면 그다음부터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일어나 걸을 수 있다. 몸에 익은 습관은 불필요한 생각의 단계를 줄여준다. 우리는 때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에 갇혀서 시간만 허비한 채 정작 어떤 일도 실행하지 못한다. 힘들 때 자신을 가둬놓는 것. 꼼짝하지 않고 자신이 만든 감옥의 수인이 되는 것, 이런 것도 다 습관이다. 스스로 키워놓은 절망과 함께 서서히 퇴화해가는 것이다. p158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시간을 쌓아가는 것뿐이다. 나는 내가 지나온 여정과 시간에 자신감을 가지고 일을 해나가지만, 결코 나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않는다. 어쩌면 확신은 나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오만과 교만의 다른 말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p226     





우리는 실패한다. 넘어지고 쓰러지고 타인의 평가가 내 기대에 털끝만큼도 못 미쳐 어리둥절해한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어차피 길게 갈 일’이라고. 그리고 끝내 어떤 식으로든 잘될 것이라고. p231     





살아가면서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해온 노력이 그다지 대단한 게 아님을 깨닫는 순간들을 수없이 맞게 될 것이다. 정말 최선을 다한 것 같은 순간에도, 틀림없이 그 최선을 아주 작아지게 만드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엄청난 강도와 밀도로 차원이 다른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새로운 날들이 기다려진다. p286     





삶은 그냥 살아나가는 것이다. 건강하게, 열심히 걸어나가는 것이 우리가 삶에서 해볼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고민하고 머리를 굴려봤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p291 


         





# <걷는 사람 하정우> 보고 든 생각.

후회하더라도 뭐라도 해보고 후회하자. 지금 나는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 항상 이랬다. 뭐만 하려고 하면 두려움이 앞서 시작도 못했다. 이제 그런 바보 같은 짓은 거두자. 한 발자국이라도 내딛어야 결과가 뒤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하려면 제대로 하자. 시작을 했으면 끝을 맺자. 일단 해보자.     



요즘 이렇게 나 자신을 다잡는 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만큼 두려움이 크다는 방증이다.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이 샘솟으니까 마음을 다잡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그러나 저러나. 발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 두려운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 일단 움직이자. 하정우처럼 무작정 걷기라도 하자.     



하정우의 말이 큰 위로가 됐다. 그의 말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시간을 쌓아가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또 나는 그의 말처럼 ‘끝내 어떤 식으로든 잘될 것’이라고 믿는다.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2019.01.25.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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