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짤막한 글이 들어가 있는 단편 산문집이다. 페이지 수도 길지 않고 한 시간 남짓이면 다 읽을 수 있다. 일상적인 순간에서 느끼는 아픔, 외로움, 슬픔 등을 위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감정 선이 굉장히 무거운데, 나는 그것이 우울하게 느껴지지 않고, 현실의 한 순간을 잘 포착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반 사람이 충분히 느낄 만한 감정을 다루고 있다. 누군가는 이 책(아무렇지 않게 사는 것 같지만 사실 나는 아프다)을 읽고 공감하며 위로를 받지 않을까.
그러나 내겐 맞지 않은 책이었다. 나는 위로를 위한 위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털어놓으다 자연스럽게 위로를 건네는 건 매우 좋아하지만, 개인적 이야기 없이 위로한단 말만 하는 건 공감도 안 되고 위로도 못 받는다. 안타깝게도 이 책이 다소 그랬다. 이 책(아무렇지 않게 사는 것 같지만 사실 나는 아프다)을 읽고 나는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아가는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에세이라 함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리는 거라 자연스럽게 글쓴 사람에 대해 알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럴 만한 정보를 독자에게 전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읽을지 모르지만, 나는 별로 재밌게 읽지 못했다.
안부를 묻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어디 몸은 아프지는 않고요? 밥은 잘 먹어요?
취미나 문화생활은 좀 하고 있어요?
요즘 하시는 일은 어때요?
걱정거리는 줄었나요?
혹시 매일같이 술만 드시지는 않나요?
요즘 건강은요?
누군가 내게 물어줬으면 하는 말.
나를 염려해주는 이 하나 없던 어느 밤,
나는 대신 당신의 안부를 묻는다.
괜찮느냐고.
외롭진 않으냐고.
더 좋아질 거라고.
그러니 오늘은 마음 편히 쉬어도 된다고.
p21
다른 리뷰 글을 몇 개 읽어보니 위로가 됐단 평이 적지 않았다. 듣기 좋은 글이 많아서 심한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 자존감이 바닥 끝까지 가 있는 사람들에겐 힘이 됐나 보다. 그런데 어느 정도 마음의 힘이 있는 사람이 보기엔 그다지 큰 위로가 되지 못할 것 같다. 내 취향이 작용한 것일지 모르지만, 난 위로를 위한 위로는 정말 와닿지 않고, 서점에서 인기를 끄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 걸 보면 요즘 심리적으로 아픈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 나 역시 겉으로는 멀쩡한 척 하지만 속으론 굉장히 아파하고 힘들어한다. 누구나 다 아프고 힘들기 때문에 나의 얘기를 쉽사리 꺼내놓기도 어렵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일까. 왜 힘들수록 이렇게 혼자가 되어가는 것일까. 글로나마 위로를 받으려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참 안쓰럽고 안타깝다. 나 역시 다를 바 없어 무기력함을 느낀다.
2019.10.01.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