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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Sep 28. 2019

작사가 김이나 에세이
<김이나의 작사법> 리뷰

책리뷰



웬만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의 존재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책(김이나의 작사법)은 4년 전, 2015년 3월에 출간된 작품인데, 스타 작사가 김이나가 쓴 책이어서 당시 꽤나 화제를 모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출간 당시부터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어쩌다 보니 지금에서야 이 책을 읽게 됐다. 4년간의 기대를 모아, 아끼고 아끼다 지금 읽게 된 것이다. 좋은 가사를 쓰는 현존하는 최고의 작사가이니, 글도 잘 읽히게 잘 쓸 것 같았다.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이 책의 첫 장을 펼쳐들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이 책은 그간 김이나 작사가가 작업한 노래의 전후사정을 기록하고 있다. 이땐 이런 컨셉의 노래를 만들었고, 저땐 저런 어려움이 있었다 등 가사 작성의 전반적인 과정을 담고 있다. 그 내용이 작사가를 준바하는 사람뿐 아니라 음악 관련 종사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겐 정말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초반부엔 김이나가 어떻게 작사가가 되었는지, 스타 작사가가 되기까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그녀를 안 순간은 이미 그녀가 유명해진 뒤여서, 별 어려움 없이 순탄하게 인기 있는 작사가가 된 줄 알지만, 그녀 역시 이름난 작사가가 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그 노력의 흔적이 이 책에 묻어나 있다. 그리고 그녀가 뛰어들 당시엔 작사가가 되기 위한 공식 루트도 없을 때였다. 그 직업이 전문 직업이란 인식도 없었다. 그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계속 했을 것이다. 이 책(김이나의 작사법)을 보니 그녀의 땀과 눈물이 형체가 되어 눈앞에 다가왔다. 


    



그리고 책 서두에 그녀는 'A&R(Artist and Repertorie의 약자로 '회사나 프로듀서가 추구하는 큰 방향성 아래에서 작곡/작사가들에게 곡을 의뢰하는 일이 주요 업무. 또한 녹음 현장의 책임자로서 전체를 조망하며 디테일을 챙기는 수많은 일을 담당, 책에서 발췌)'이란 직업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음악 분야 종사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생소한 직업이었다. 덕분에 그 직업의 중요성도 알게 되고, 가수 엔터테이먼트의 전반적인 흐름도 알게 되었다. 그냥 작곡해서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건지 알았는데, 참 그 과정이 지난하고 복잡했다. 나는 돈을 많이 준다 해도 그 과정을 즐기진 못할 것 같다. 대중을 노래로 홀리기 위해선 그토록 어려운 것이다. 새삼 그들에 대한 존경심이 샘솟았다.     





그런 내용 다음부터는 죄다 그동안 작업했던 가사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가사는 어떠해서 어려웠고, 어떤 가사는 또 너무 감격스러웠다는 등 매 작업마다 다양한 감정을 내품고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섬세하게 가수의 마음을 이해하고, 특정 컨셉을 잡아낼 수 있는지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이 놀라웠다. 그 정도의 센스가 없다면 작사가 되긴 어려울 것 같았다. 가사는 그냥 쓰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녀가 쓰는 걸 보면 '그냥'은 하나도 없었다. 죄다 분석하고 예측하고 반복해서 사고하는 과정 속에서 나온 것이었다. 작사가가 그렇게 어려운 직업이었다니, 그녀에 대한 존경심이 일었다. 그렇게 책(김이나의 작사법) 끝까지 300페이지 가량이 전부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나는 간절함과 현실 인식은 비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꿈이 간절할수록 오래 버텨야 하는데, 현실에 발붙이지 않은 무모함은 금방 지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간절하게 한쪽 눈을 뜨고 걷다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 그 기회를 알아보는 것도, 잡는 것도 평소의 간절함과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모든 직업은 현실이다. 그러니 부디 순간 불타고 마는 간절함에 속지 말기를. 그리고 제발, 현실을 버리고 꿈만 꾸는 몽상가가 되지 말기를. p15-16     





그럼 중요한 건 이 책(김이나의 작사법)이 재밌었느냐, 이것이다. 음악 관련 종사자가 아닌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 이 책이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느냐, 그것이 일반 사람이 궁금해하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그 질문에 답을 하자면, 나는 그다지 재밌지 않았다. 물론 초반 150페이지까진 내용이 신선하고 흥미로워서 재밌었다. 그러나 같은 분위기의 내용이 반복되다 보니 이내 지루해졌고, 다 그 내용이 그 내용 같은 지경에 이르렀다. 좀 더 작가 본인의 이야기가 담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책 초반부가 재밌었던 이유도 작가 본인의 이야기가 담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반부부터 작업한 내용만 담더니 끝까지 그 내용만 이어졌다. 작사에 관심 없는 사람이 보면 충분히 지루해 할 만한 구성과 내용이었다. 그래서 나는 끝까지 읽지 못했다. 중반부 넘어가고부터는 도저히 읽히지가 않더라.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매우 아쉬운 도서였다.     





그래도 음악 관련 종사자를 꿈꾼다면 이 책은 필독 도서다. 초반부에 그 현실에 대해 나름 현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벌써 4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지라 또 최근의 현실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음악 산업의 전반적인 현실을 들여다보기엔 이 책이 적절해 보인다. 거기에 작사 관련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이 책뿐 아니라 작년 출간된 윤종신의 <계절은 너에게 배웠어>도 읽을 만하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이 책과 많이 유사하다. 아마도 윤종신이 이 책(김이나의 작사법)의 것을 많이 참고한 게 아닌가 싶다. 그 책도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 느낀 아쉬움이 들어가 있었다.     




2019.09.28.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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