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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May 05. 2022

자신감을 잃은 상태

감성인간서점 대표 정용하



자신감을 잃은 상태다. 내 한계에 부딪힌 느낌이다. 아직 개업한 지 한 달밖에 안 됐지만 내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고 있다. 지금 상태가 부정적인 건 근간이 흔들리고 있단 느낌을 받고 있어서다. 뭔가 방향성 자체가 잘못된 느낌. 내 주제를 넘은 행동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게 최선의 길이란 건 아마 변하지 않을 테지만 지금 오랜만에 힘든 시기가 찾아 왔다는 건 분명하다.



나는 사람마다 고유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매력의 크기란 정해져 있다. 성공한 사람의 것을 내가 똑같이 했다 해서 나도 똑같은 자리에 올랐을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없었을 거라 믿는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었으니까 가능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가진 고유의 매력으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내 믿음이다. 그리고 그게 내가 생각하는 '주제에 맞게 사는 것'이다.



나는 요즘 깨닫고 있다. 내가 전면에 드러나 활동하는 건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나도 인정한다. 차라리 나는 뒤에서 환경을 조성해주고 사람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주는 것이 내게 더 맞는 역할이란 것을. 그런데 나는 요즘 너무 내가 전면에 나서려 한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그래서 내 서비스가 수요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그것에 큰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맡고 사람들이 그 환경에 즐기는 모습만 보아도 나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독서모임도 그렇고 블로그 강의도 그렇다. 나는 내 아이템이 충분히 괜찮다고 믿는데 내가 전면에 나서서 하다 보니 그 수요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차라리 내가 뒤에서 그 시스템만 만들고 받쳐주는 역할만 했다면 훨씬 나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이제 뒤에 빠져서 환경만 조성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내 채널의 영향력이 커야 한다. 또 그걸 키우기 위해선 일단 내가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고. 그런 딜레마적인 답답한 상황에 지금 직면해 있는 것이다. 그것의 길을 찾지 못했다.



심리적으로 약해진 상태에는 내가 가진 것보다 갖지 못한 것에 더 마음 아파 한다. 지금 내가 그런 상태이다. 내 부족한 점이 너무 보여서 갈 길을 잃었다. 여기서 조금만 수습하면 분명 더 나은 길을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겠다. 내가 벌여 놓은 것이 너무 많기 때문도 있다. 그렇다고 중단하기엔 하나같이 다 아깝고.



그래도, 그래도, 나는 내게 맞는 역할을 알기에 그 역할을 늘려야 한다. 그게 맞다. 나는 꼭 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욕심이 없다. 내가 아니더라도 좋다. 그냥 내가 꾸린 공간에서 그들이 즐거워하고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 그게 내가 감성인간서점을 차린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그게 살짝 흔들리고 있어서 내가 혼란에 빠진 것이다.



이렇게 나는 내가 어떤 상태인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결국 내겐 펼쳐놓은 것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렇게 글쓰는 시간이 꼭 필요했다. 역시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날에 글이 술술 나온다. 평소엔 글 한 줄도 나오지 않고 나와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런 글이 진짜 나의 글처럼 느껴진다. 나의 부족함을 토로하고 고백하는 글이긴 하지만. 모든 내가 나이지만 혼란스러워 하는 나도 나다. 이 고백이 결코 부끄럽지 않다. 이 글도 언젠간 누군가에게, 그리고 내게 기억되는 소중한 글이니까.



자, 그럼 정리해 보자. 이 글을 쓰고 내가 뭘 해야 할지 명료하게 정리돼야 하니까. 나의 채널 운영과 모든 일에서 내가 뒤로 빠져야겠다. 환경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짜고 뒤에서 돕는 데만 주력해보자. 그게 훨씬 부담감이 적고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일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으로 줄이자.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어차피 다 할 수 없으니까.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못할 바에 딱 몇 가지 일에만 집중하자.



구체적으로 일을 어떻게 조정할지 하나하나 들여다 봐야겠지만 그래도 머리가 조금 명료해지는 느낌이다. 왜 진작 이런 시간을 갖지 않았을까. 요즘 너무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한편으론 그런 내가 이해되기도 한다. 이제 내가 갖는 책임감이 이전과 다르니까. 이 서점을 운영하기 위해선 어쨌든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런 조급함이 나도 모르게 들었던 것 같다. 결국 그런 조급함은 어느 것에도 도움되지 않는다. 평온한 마음 상태에서만이 능률이 나오고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도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기에 일이 너무 많다. 벅차다. 뭘 하길래 이렇게 바쁜 것일까. 막상 따져보면 하는 게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여기서 일을 줄일 생각만 하자. 그리고 내게 맞는 역할만 생각하자. 그렇게만 마음먹어도 복잡한 게 조금은 풀린다. 그리고 언제나 끝은, '할 수 있다'. 그래도 글 마무리는 항상 긍정적인 메시지로 낼 수 있어 다행이다. 이 다짐처럼 내가 하고 있는 일도 조금 더 가볍게 풀리기를.



-2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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