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혜진 작가 Jan 16. 2024

생일 축하한다는 말

사랑받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말

'생일 축하해'


아침부터 톡이 울린다. 누군가 보내준 연락으로 알게 되었다,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것을.


생일, 결혼기념일. 이런 날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산다. 생일도 결혼기념일도 매년 오는 날이라고 생각하기에 내가 잊어도 누군가 잊더라도 전혀 서운하지 않다. 실제로 남편과 신혼 때를 제외하고 결혼기념일을 제때 챙긴 적이 없다. 둘째 생일이 나와 4일 차이라 케이크도 연달아 먹기 지겨워 아이 생일에만 챙긴 지 6년째다.


아이들과 아침을 먹고 난 뒤 설거지를 하는데 또 톡이 왔다. 엄마였다. 미역국은 챙겨 먹었냐며 41살 된 딸의 생일 축하 겸 안부인사를 건넨다. 간단히 먹은 아침을 떠올리며 미역국은 건너뛰었다고 말할까 하다가 다른 건 몰라도 일에 미역국은 꼭 챙겨 먹어야 한다고 늘 얘기하던 게 생각났다. 사실대로 말하면 히 맘 쓰일까 싶어 슬쩍 다른 말로 흘려버렸다.

핸드폰을 잡고 있으니 딸이 옆에 붙어서 누구랑 이야기를 하나 들여다본다. 이야기 대상이 할머니인 걸 알고는 자기가 할 말 있다며 핸드폰을 들고 가 버렸다.

"사랑해"

"나도 많이 많이 사랑해"

한참 뒤 확인했다, 이렇게 적힌 톡 내용을.


손녀가 보낸 사랑의 말을 딸이 쓴 걸로 오해한 엄마는 자신의 사랑도 은근슬쩍 보여줬다. 무뚝뚝한 모녀지간이라 어릴 때도 이런 대화를 한 기억이 없다. 고맙다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을 품고 있고 미안하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걸 알고 있지만 실제로 뱉어본 적은 없는 말, 사랑해. 발신자를 오인하긴 했지만 내 마음도 다를 바 없으니 미역국처럼 이것도 역시 은근슬쩍 그런 척 지나간다.


하루종일 오늘을 지나치지 않고 건네준 축하인사가 이만큼 쌓인 밤. 사방이 조용해지니 한 사람 한 사람 얼굴과 마음이 떠오른다.. 20년도 더 된 대학친구들, 15년 전쯤 함께 일했던 과장님, 3년 전 책쓰며 알게 되어 지금까지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는 작가님, 올해 아이친구 엄마로 연결된 동갑친구, 같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동지, 30년 지기 초등학생친구 등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몇일인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삶을 살면서도 날짜를 기억하고 카톡에 뜬 생일을 보며 잠시 시간을 내어 축하를 전해준다.

그걸 알기에 더 감사하다.


어릴 적 나는 내 생일 날짜를 싫어했었다. 반 아이를 모두 불러 생일잔치를 할 성격은 못되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의 축하는 받고 싶었다. 그런데 1월은 방학이라 친구들의 축하도 받기 어려웠고 핸드폰도 없으니 누굴 초대하기도, 선생님의 지나가는 축하도 받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이제는 연초에 생일이 있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넘어가는 것도 무뎌져 연말 또는 새해인사도 사실 잘하지 않고 사는데, 생일이라 보내온 연락에 안부도 묻고 올해 덕담도 나누게 된다. 생일 덕분에 새해를 시작하는 시기에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느낌이다.


생일 축하인사는 그저 "생일축하해" 5글자가 아니다.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고 사랑받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그런 말이다.


"마음을 건네줘서 오늘 참 고마웠어요"


작가의 이전글 남편이 육아휴직계를 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