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모두 적응 중
작년, 감사하게도 아이들과 함께 글을 쓸 기회가 생겼다.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 도전하였는데 한 학교와 인연이 되었다. 어른들과 글을 써오던 참이라 새로운 변화를 가지고 싶은 마음으로 도전을 했지만, 막상 개학날이 다가오자 긴장감이 높아졌다. 아이들과 어떻게 친해질까, 나를 잘 따라올까, 학교 수업은 학부모의 피드백 또한 관건이라는데 그런 일이 있으면 나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장소도 대상도 커리큘럼도 처음이라 머릿속에 상황이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 내 나름의 상상으로 수업을 시뮬레이션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현실과 상상의 거리감은 부딪히면서 겪어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걸 알지만, 첫 수업 전날은 잠을 설쳤다. 첫날이 시작되고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게 1년이 지나버렸다.
첫 경험이었던 작년 한 해는 나의 걱정과 비슷한 부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도 있었기에 정말 여러 가지 애씀의 시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아이들과의 시간은 분명 가치와 보람이 있었다. 사실 일주일에 한 번(수업은 40분이지만 실제 아이들이 집중해서 쓰는 시간은 10분 남짓) 글을 쓴다고 해서 아이들의 글 실력이 눈에 띄게 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글을 쓰러 오는 이 시간을 그리 싫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어떤 대상을 귀찮아할지언정 싫어하는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면 밀어내지 않고 그래도 지속할 수 있으니까.
아이들과 복작복작하며 어찌어찌 1년이 끝이 나고, 다시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학교가 한 군데 더 늘어서 2곳으로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새 학기는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적응의 시간이다. 첫 2주 동안은 1학년 학생들을 교실, 돌봄 교실, 다른 방과 후 교실로 데리러 가고 데려다주는 의무가 나에게 추가되었다. 이 학교가 처음인 나도 지도를 보며 돌아다니는데, 이렇게 큰 건물에 처음 온 1학년 꼬맹이들이 헤매는 건 당연했다. 내 아이 찾으러 교실로 가는 학부모처럼 조그만 손을 잡으려 1층에 가는 것부터 나의 일과는 시작된다.
이름과 얼굴을 매칭하는 재주가 없는 나에게 새 학기는 아이 이름 외 위기 미션 또한 힘겨운 과정이다. 이름표를 3월 한 달은 꼬박 붙여놓아야 외워질까. 이름을 부를 이유가 많은 아이는 그래도 1,2주 안에 인식이 되는데 자신의 할 일을 집중해서 잘 해내는 아이는 부를 일이 적어서 입에 붙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작년에 만났던 아이는 오랫동안 알던 아이처럼 반갑다. 2학년이던 아이는 이제 3학년이 되어 6교시 수업이 생겼고 늘어난 수업에 대한 수고로움을 자연스럽게 알아채 대화를 건넨다. 그에 반해 새로 만나게 된 아이는 서로를 경계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생긴다. 느슨하다가 쪼이다가... 각 시간마다 아이들의 분위기가 다르니 나의 태도도 달라진다.
하나하나 알려주고 싶은 마음을 다 담으려면 한 반에 아이들이 5명이어야 적당한데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한 반에 15명 내외가 앉아 글을 쓰고 있으니 사실 40분 중에 10분 정도 조용하달까. 10분 동안 모두 쓰기에 집중하면 사실 그날은 감사한 날이다. 현실과 열정 그 사이의 타협점을 매번 수업에 갈 때마다 찾는다. 더 많이 알려주고 격려하고 싶은 나의 욕심을 내려놓고 이 시간 안을 최대한 꾸려나갈 수 있는 그 정도의 열정만 남겨둔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색이 다 달라 많은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사실 일보다 아이들과의 적응에 더 시간이 걸리고 에너지가 든다. 내가 가까이 지나가면 공책을 가리며 자신의 글을 보지 말라는 아이, 문장이 아닌 단어로 쓰고서 책을 덮으며 쓰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귀찮다는 아이, 꼭 수업시간마다 화장실을 가겠다는 아이, 자기는 오기 싫은데 엄마가 꼭 가라고 한다며 이곳에 오게 된 이유를 나에게 투명하게 굳이 이야기해 주는 아이, 자신의 취미는 독서라고 아주 세상에서 만나기 힘든 말을 해주어 내가 오히려 고맙다고 인사를 건넨 아이 등 정말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1년 정도 지나면 학교에 적응을 한 것 같아도 새 학기가 되면 새로운 교실,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 새로운 과목 등 새로운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3월은 학교 안에 있는 모든 존재는 적응 중이다. 방학 동안 조용하다가 다시 시끌해졌으니 학교 건물도 아마 말을 못 해서 그렇지 적응 못하고 한숨을 쉴 것만 같은 새 학기다. 이제 2주쯤 흘렀을까, 우리의 적응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시간이 쌓여 서로에게 자연스레 스며들어 편안해지기를-
시간이 빨리 가길 바라는 순간들이 많은 새 학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