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선생님 계속 수업해요

별 가득한 글쓰기 선생님에 대한 평가

by 우혜진 작가


2025년 새로운 도전을 했었다. 글쓰기로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쯤 아시는 분이 초등학교방과 후 강사라는 직업을 추천해 주셨다. 그분은 미술수업을 하고 있는 강사였는데, 내가 경력이 없어서 한 번에 합격이 안될 수 있지만 그래도 작은 학교를 타깃으로 지원을 해보면 승산이 있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어른들과 글쓰기, 책 쓰기 수업과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이들과의 경험은 없었다. 그러니 내가 경력란에 채워 넣을 건 도서관, 평생학습관에서의 수업 경험들로 채웠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일을 할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으니 따놓은 자격증도 없었다. 그래도 길을 하나 알았으니 강사등록을 하고 모집공고를 매일 살펴보았다.

아침마다 새롭게 올라오는 학교의 공고글을 살펴보며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학교들을 찾아 지원을 했다. 그중 서류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제일 많아 면접도 보기 어려웠다. 그러다 서류 합격이 된 곳이 몇 군데 있었지만 면접을 보고도 떨어졌다. 뭐, 한 군데만 붙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면접은 어떻게 보는지 어떤 질문들을 하는지 공부 삼아 면접을 보러 다녔다.

그러다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작은 초등학교와 인연이 되었다. 전교생이 100명 남짓되는 학교라 경력이 있는 선생님들은 이곳에 지원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학생수가 곧 수입으로 연결되다 보니 학교 규모별로 인기도 달랐다. 그 덕분에 초보강사인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 처음 아이들과 수업하는 나에게는 적은 인원이 훨씬 좋았다. 아이 한 명 한 명 관찰하며 도와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집에서 도보권이라니-직장이 가까운 건 크나큰 장점이 아닌가.


그렇게 25년 3월 아이들과 글을 쓰는 선생님이 되었다. 10명의 학생과 1년 동안 목요일에 만나 글을 썼다. 어떤 날은 수업시간 내내 끝말잇기, 퍼즐을 풀며 쓰는 것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며 워밍업을 했고, 또 어떤 날은 교재에 집중하며 한 바닥 가득 글쓰기를 했다. 내가 빌려간 책을 같이 읽으며 아이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자신의 의견을 단단하게 글로 쓰기도 했다.


글쓰기가 아이들에게 삶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어른에게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어릴 때부터 읽고 쓰는 행위가 스며들어있다면, 별 일 아닌 듯 습관이 된다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든든한 힘을 가지게 되는지 알기에 쓰기를 힘든 공부가 아니라 몸에 익었으면 했다. 그래서 읽기 쓰기에 대해 강요 없이 어르고 달래며 아이들과 함께 했다. 재미있고 흥미 있고 쉬워야 계속하고 싶을 테니까. 하루 종일 공부를 하고 온 아이들에게 방과 후 수업까지 강제적으로 쓰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저학년 남자아이들은 장난기가 많아서 쓰라는 글은 안 쓰고 말도 되지 않는 글을 쓰고 크게 이야기하기도 하며 다른 친구들의 집중에 방해를 하기도 했다. 다른 시간보다 더 생각에 집중해야 하는 글쓰기 수업이기에 방해가 되는 아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가 나의 큰 숙제이자 고민이었다. 화를 내고 싶다가도 가라앉히며 집중적으로 일러주었더니 1년이 지난 지금은 그래도 곧잘 자신의 글을 쓴다.


"올해도 선생님 계속 수업해요?"

방과 후 수업 강사는 2년 계약이지만 한 해만 수업을 하고 다른 학교로 가기도 한다. 그래서 매년 선생님이 바뀌기도 하는데 그걸 아는 아이가 질문을 했다.

"응, 선생님은 올해도 있어~"

"야! 선생님이 얼마나 좋은데 올해도 있어야지!"

"선생님 없으면 쓰기 수업 이제 안 들을 거야!"

질문을 한 아이는 계속 내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물어본 거였고, 나와의 대화를 듣던 또 한 아이는 이 수업이 좋았다는 고백을 했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사실, 처음 하는 아이들과의 수업이라 이게 맞나.. 싶은 날이 많았다. 학부모들이 글쓰기 수업이 너무 노는 것이 아닌가 하고 느낄까 봐 걱정도 했고, 오늘은 너무 글에 대해 지적을 했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어떻게 하면 한 줄이라도 더 쓰게 할까 고민도 했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는 수업이지만 매번 그림책을 챙겨 와서 읽히고 쓰기 귀찮다는 아이에게 3줄이라도 쓰자고 격려를 하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더 길을 잃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올해는 글쓰기에 대해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였는데, 그래도 아이들과의 글쓰기 첫 해를 잘 해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것도 나와 시간을 공유했던 아이들이 직접 별 가득한 평가를 해주었으니 잘 못한 건 아니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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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교실 문을 열어두고 아이들을 기다린다. 들어오는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건네며 말도 먼저 걸어본다. 고맙게도 나와 수다를 떨어주는 아이들. 올해도 더 많이 쓰고 이야기 나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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