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재미있는 일을 하기에 가능하다
같은 직종에 일하는 사람들은 나름의 통계치가 있다. 몇 연차면 어느 정도의 일을 쳐낼 수 있다는 틀이 있다. 그 기준선에 미치지 못하면,
이 일을 한 지 몇 년인데 실력이 이것밖에 안돼?
이런 반응이 날아온다.
몰입하며 내 시간을 바쳐 일하는 사람의 성장과 대충 일하는 나 같은 사람의 성장은 시간이 갈수록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그 갭은 점점 커진다. 그 일에 얼마나 시간과 열정을 투자했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하지만 , 왠지 억울할 때가 있다.
그냥 나에게 월급을 주는 곳. 회사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돈은 벌어야 하고 놀 수는 없고. 가방 들고 학교만 왔다 갔다 하는 애처럼 핸드백 하나 들고 회사를 그저 오가는 꼴이었다. 가면 월급은 나오니까. 나의 일적 성장, 커리어는 관심 없었다.
한 회사 안에 머물러 있을 때는 상관없었는데 이직을 하려고 하면 연차는 어김없이 걸림돌이었다. 잘만 쌓아뒀다면 더 좋은 곳으로 더 많은 월급을 받고 옮길 수 있는데 나는 그 반대 상황이었다. 5년 차에 고작 이 정도의 실력밖에 안 되는... 그래서 경력이라는 단어는 그냥 싫다.
지금 나의 경력이라고 하면 엄마,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한 작가. 이 2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엄마 경력은 쌓아도 고민이 계속되고 여전히 어렵지만 그래도 과정이 얼마나 빡신지, 내가 이미 겪은 신생아 엄마들이 질문을 한다면 대답은 해줄 수 있다. 벌써 큰아이가 6살이고 두 아이의 엄마로 그 시절을 2번이나 지나왔으니 라테는 말이야, 그런 말도 하며 술술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작가라는 것도 책을 냈던 경험, 그 과정의 생각들, 어려움. 그리고 글을 쓰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눌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을 해보라고 권하기까지 한다면 제대로 이 일에 대한 경력을 쌓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회사를 다닐 때와는 정반대로 나의 경력을 잘 쌓고 있는 걸까?
조심스럽지만 맞는 것 같다. 이제야 시간을 잘 축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이 2가지는 재미를 느끼고 내가 나서서 시간을 들이고 고민하고 있으니까.
직장을 다닐 때 이런 일을 했더라면, 지금 나의 일경력은 몇 년일까...
나잇값이라는 말처럼 경력 또한 그 값을 해야 한다.
쉽지 않지만 내가 하는 일에 허투루 시간을 보낸다면
그 시간에 발목이 잡혀 그 귀한 시간을 낭비하는 꼴이 된다.
내가 지난 10년을 그랬듯이.
농도짙은 시간을 축적하는 일.
재미있는 일을 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