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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찌 Jun 07. 2020

34개월, 아이의 잠꼬대

미세먼지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 코로나가 웬 말?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잠이 안 온다며 실컷 버티는 아이를
겨우 재워놓고 나서야 온전한 내 시간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아이가 깰까 봐 눈치 보며
소중한 새벽시간을 즐기던 중,
자면서도 엄마를 찾아 옆으로 굴러오는
아이를 바라보니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만지지 않을 수 없었다.



몰래 오동통한 볼을 쓰다듬고 있는데
"아니야, 나, 나, 나 코로나 바이러스 묻히지 마"라며

질색을 한다.
순간 34개월 밖에 안된,
자는 아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게 웃기기도 했지만
자면서 느끼는 엄마의 손길에 코로나 바이러스 걱정이라니.

그 모습이 안쓰럽기도 해서 달래주고 싶었다.
"아니야, 엄마가 유재 예뻐서 그런 거야. 해도 되지?"라고 말하니
그제야 "응" 하며 다시 잠든 아이.


자고 일어나면 기억 속에는 없겠지만
그런 아이를 보며 생각할수록 더욱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만 커져간다.








미세먼지라는 말도 없었던 나어릴 적.
가끔 황사가 심한 봄날에 야외 체육수업이 실내 수업으로 전환되었던 게 전부인데.
일주일에 체육시간 몇 시간 없어지는 것조차 아쉬웠었는데.

햇살 좋은 날, 실컷 뛰어놀아도 에너지가 흘러 칠 시기에
미세먼지 때문에 바깥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내 아이의 세대.
밖에 나가기 전 먼저 마스크를 찾아 쓰는 내 아이.

그런데 이제는 듣도 보도 못한 바이러스가 몇 달을 장악하고 있는 꼴이라니.

엄마가 당연하게 누렸던 즐거움을 느끼는 데에
제한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아무 걱정 없이 잠들어 있는 아이가 더욱 불쌍해지는 밤.


자기 전 하는 인사처럼
꿈속에서라도 마스크를 벗고
'미끄럼틀 열 번 타는 꿈'
'킥보드 쌩쌩 타는 꿈'을 꾸길 간절히 바라는 밤.


이제는 당연해져버린 외출 전 쓰는 마스크가
다시 생소해지는 날이 오길 꿈꾸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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