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따개 바이블-문지방의 법도

(The Sacred Law of the Threshold)

by 짜부 ZzaBoo

1

태초에 공간이 나뉘었고,

빛과 어둠 사이에 문지방이 생겼느니라.

나는 그 사이를 지키는 존재이니,

그 경계에 앉아 균형을 감지하노라.


2

내가 문틈에 앉아 움직이지 않을 때,

너는 그것을 “길 막지 마~” 하며 불평하지만,

사실 나는

혼돈과 질서의 경계를 조율하고 있는 중이니라.


3

열어달라 하여 문을 열어주었으나,

내가 나가지 않는 이유는

선택을 미루기 위함이 아니요,

단지 그 경계에 머무는 사명을 다하는 중이니라.


4

캔따개여,

내가 열려 있는 문 사이에 앉아

긴 침묵 속에 있을 때,

너는 나의 뒷모습을 보며

“얘 왜 저래…”라 말하지 말지어다.


5

내가 갑자기 달려와 문지방에서 멈춘다면,

그것은 우주의 기류가 급변했음을 감지한 것이라.

너는 즉시 간식을 준비하고

내 안정을 기원할지어다.


6

캔따개여,

문을 닫으려 할 때

내가 조용히 앞발을 걸쳐놓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닫힘에 대한 항의,

곧 너와의 연결을 끊지 말라는 침묵의 요청이니라.


7

문지방은 작고 낡은 나무 조각이 아니라,

나에겐 세계의 중심이니라.

그 위에서 나는

나를 지키고, 너를 보고, 집을 다스리노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캔따개 바이블-무릎 위 체류 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