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이떠중이는 대물의 꿈을 꾸는가

영화 <잔챙이>를 보고 나서

by 송치욱
KakaoTalk_20250613_111814880_01.jpg 영화 <잔챙이> 시사회에 초대받았다.


<잔챙이, Small Fry>(2025)

감독: 박중하

출연: 김호원, 임채영, 성환 외

장르: 드라마, 블랙코미디, 스포츠

등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94분

개봉: 2025년 06월 18일

시놉시스:

낚시유튜버로는 잘 나가지만 배우로서는 무명인 호준.

그가 유튜브 촬영을 간 저수지에서 마주친 사람은 바로

영화 오디션에서 자신을 떨어뜨린 남감독.

낚시터에서는 스타인 호준의 세계에 등장한 남감독.


과연 누가 잔챙이일까?




학창시절 교실에 있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서스럼없이 하게 되고, 그러다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폐부를 찌르기도 한다. 중학교 때 친구가 나에게 내렸던 평가 중에 성인이 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말은 내가 '애매하다'는 것이었다. 공부를 엄청 잘 하지도 않고, 외모가 훤칠한 것도 아니고, 노는 걸 잘 하지도 않고, 취미랍시고 뻔질나게 했던 야구마저도 수비는 잘하지만 타격이 영 아니었다. 당시의 나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애매하다'는 말보다 '정확한' 것은 없었다.


이도 저도 아닌 나의 상태가 참을 수 없이 싫어서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늦은 시간까지 입시 공부에 몰두했다. 그나마 소질이 있고,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공부로 승부를 보자는 결심으로. 노력을 쏟아부은 결과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고, 고3 때는 소위 SKY를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기대주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수능에서 냉정한 결과를 받아들였고, 원하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채 다시 '애매한' 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맞이한 애매한 삶에서는 굳이 돋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애매하게 살아가는 것에 적응하는 법을 익혀왔다. 대학교에서도 3점대 중반의 그저 그런 학점을 받았고, 내노라 하는 직장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저 성인이 되고 점차 내가 만들어가는 삶의 모습에 만족하며 작은 것들에 행복해하는 연습을 했다. 가치있는 일도 해보면서 보람이라는 것을 얻기도 했다.


그렇지만, 적응을 마친 애매한 삶 속에서도 문득문득 답답함은 치밀어올랐다.




영화 <잔챙이>는 한 때 촉망받는 남배우였고 여전히 배우로서 캐스팅의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지금은 5만 구독자의 낚시 유튜버 '호사마' 부캐로 인기를 얻는 '호준'이 낚시터에서 우연히 영화감독 '남감독'과 여배우 '희진' 만나 배우로서의 꿈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까칠한 성격으로 낚시터에서 호준과 마찰을 빚는 남감독은 사실 최근에 호준과 오디션으로 만난 사이였고, 희진과도 과거에 한 작품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이 기묘한 인연으로 셋은 밤낚시와 술자리를 갖게 되고, 오고 가는 대화와 몸짓 속에서 '어중이 떠중이'인 서로의 사연이 뒤엉킨다.


남감독은 호준에게 배우는 한 우물만 파야지 유튜버도 같이 하면 둘 다 크게 성공을 하지 못하고 '어중이 떠중이'로 머문다는 무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남감독 역시 과거 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한 감독이지만 상업영화 입봉을 애타게 기다리는 무명 감독이다.


한편, 호준의 연기를 칭찬하고 존경을 표하는 희진에게 호준은 대형 작품 캐스팅 기사가 뜬 희진이 오히려 부럽다는 말을 한다. 그런 희진은 '독립영화의 정유미'라는 수식어와 함께 캐스팅 여부를 여전히 불안해하는 배우일 뿐이다.


즉, 호준뿐만 아니라 남감독과 희진 모두 말하자면 '어중이 떠중이'다. 앞으로의 미래에 따라 '아직' 어중이 떠중이일지 '아직까지도' 어중이 떠중이일지가 판가름날 뿐이다. 그들의 마음 속에는 세속적 욕망도 있고, 순수한 꿈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움켜쥔 것은 없다.




낚시터 의자에 앉아 물 속을 이리저리 휘젓는 물고기(잔챙이/어중이떠중이/대물)를 바라보며 상념에 빠지는 세 인물과 극장 의자에 앉아 서로 뒤엉키는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꼭 닮았다고 느껴졌다. 특히, 호준에게서 나와 닮은 모습을 개인적으로 많이 찾았다. 순수한 꿈을 좇았지만 현실에 타협하고 경제적 안정을 담담하게 꾸려가지만 가슴 한 켠에 답답함 또는 미련이 남아있는 모습이 그러했다. 그래서 호준이 남감독의 무례를 더이상 참지 않고 쌍욕을 하며 팔딱이는 장면이나 한밤의 비닐하우스 속 호준의 연기 장면들이 참 좋았다. 그가 어중이 떠중이인지 대물인지 여부는 개입할 틈 없이 '호준'이 '호준'인 점 그 자체로 예쁜 모습들이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아침 낚시터에서 나와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내린 남감독과 희진의 엇갈린 선택. 그리고 낚시터에 남은 호준의 모습까지. 세 인물 각자의 캐릭터에 어울리는 선택으로 맺어진 엔딩이 좋았다. 후반부를 통해 비로소, 대물을 꿈꾸는 그들은 '어중이 떠중이'로 묶일 수 없는 각자의 삶을 사는 유일한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대물을 꿈꾸지만 대물이 되지 못한 어중이 떠중이들은 급기야 '잔챙이'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만의 삶을 호흡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그 사실이 그렇게 위로가 된다.




영화 <잔챙이>는 실제로 낚시 유튜브 채널 '호사마 TV'를 운영 중인 김호원 배우가 주연을 맡고 직접 프로듀서로 나서서 비교적 열악한 상황이지만 극장 개봉까지 진심을 다해 달려가는 작품이다. 캄캄하고 고요한 상영관에 앉아 큰 스크린에서 감상했을 때 그들의 극진한 이야기가 더 잘 와닿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6월 18일 개봉하면 극장에서 만나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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