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루 Apr 14. 2023

축의금은 이걸로 갈음할게

누군가를 축복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야.

그리고 그 누군가가 친구이기에, 또 너이기에

지금 하는 축사의 한 줄을 적어 내려가는 것은

무척 기쁘기도 하지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봐보고 해도

 이제까지 적은 축사가 맘에 들지 않네.

시간은 참 많았는데,

이 종이 위에 어떤 말을 적어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와

그냥 베끼지 말고 내식대로 써야겠어.

네가 맡긴 축사니까 이상해도 참아라.



너는 교회를 다니고, 나는 절을 다니고

네가 불러도 교회는 안 갔었는데

너의 결혼 덕분에 드디어 교회를 왔네. 하하.


스물에 처음 알게 된 너는

그때도 맑았고, 지금도 참 맑은 아이야

서로의 종교가 달랐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이야기하고 고민하던 것은 항상 같았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

너는 너의 방식으로

나는 나의 방식으로 그 답을 찾아갔지.


결혼소식을 전하는 너의 얼굴에서

네가 계속 기다리고 있던,

너의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이

너에게 보낸 사람이란 믿음과 확신이 느껴져

사랑받고 있구나 보이니 참 다행이야.


아직도 우리는 너무 어려서

그 사랑이란 것이,

살아가는 방법들이 아직도 어렴풋해.


김광석의 노래가사처럼


“난 아직 그대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대 마음에 이르는 그 길을 찾고 있어
그대의 슬픈 마음을 환히 비춰 줄 수 있는
변하지 않을 사랑이 되는 길을 찾고 있어.”


나도 이 변하지 않을 사랑이 되는 길을 찾고 있어.


너가 한발 먼저 앞으로 갔네.

우리가 찾던 길의 또 다른 시작에 서 있어.

그 결혼이라는 시작에서, 또 연습에서

사랑함으로써, 같이 살아감으로써

서로 하나만을 사랑함으로써

서로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과 가족이 되어서

결국엔,

너의 삶이 변하지 않을 사랑이 되는 길이 되어서

그 방법들을 내게도 그전처럼 알려줘

그러니까 잘 살아야 해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부족한 축사야.

딱히 더 채울 것이 없네,

어쩌다 보니 잔소리만 가득 담았다.

행복하게 살기를.

작가의 이전글 잘 쉬는 사람이 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