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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루 Feb 18. 2023

잘 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잘 쉬고 싶다


새해에는 잘 쉬는 방법을 찾고 싶다.

어떻게 쉬어야 내가 편안함을 느끼고 회복되는지에 대해서 서른 하나가 된 오늘도 잘 모르겠다. 

쉬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나의 상태는 항상 자동차의 연료 표시등이 켜진 것과 비슷하다. 


얼마 가지 못하고 서야 할 것이  뻔하지만,

내가 들리는 주유소에서는 한 만 원어치밖에 채울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날의 기름값에 따라 그 적은 양에도 차이가 있다.

좋아질 수 없는 연비에, 좋고 많은 기름을 넣을 수 있는 곳에 대한 갈증이 심해졌다. 


이러한 문제로 새해 목표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난 이 ‘쉼의 방법’에 관하여 골똘히 고민 중이다.


뇌의 부하를 낮춰보자


쉬는 방법에 대해 유튜브에 검색해 본다.

필터를 1년, 조회수 기준으로 적용시킨다.

가장 조회수가 높은 영상 하나를 클릭한다.

잘 쉬는 방법은 간단하다고 한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 


다음 동영상을 클릭한다.

두 번째 동영상에서는 “아무것도(생각조차도) 하지 말라”라고 말한다. 

두 영상의 공통점은 ‘뇌에 걸리는 부하를 의식적으로 낮추라’ 말이 핵심인 것으로 생각된다.


얼추 구글의 알고리즘이 선정한 두 영상이면 이 시대의 진리에 가까울 것인데, 

내가 쉰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그러지 않았던 것일까?

나는 어떻게 쉬었던 것일까?


내가 부하를 낮추었나?


먼저 내가 쉰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나열해봐야 할 것이다. 

내가 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했던 것들은 다음과 같다. 생각이 나는 대로 써봐야겠다. 


도서관에 가서 글쓰기, 책 읽기, 졸기, 피시방 가서 게임하기, 낮잠, 달리기, 농구, 걷기, 친구들과의 술 먹기, 데이트, 웹툰 보기, 유튜브 보기, 혼자 치킨 한 마리 먹기, 책에서 읽었던 글들 베껴 쓰기, 동영상 만들기.

 

이 정도가 내 평생에 걸친 쉼의 방법이다.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도 이 외에는 없다.

이러한 활동들이 위 두 영상에서의 핵심인 “뇌의 부하”를 낮추었나?  

그나마 부합되는 것은 낮잠, 달리기, 농구, 걷기, 베껴 쓰기 정도인 것 같다. 

하지만 그것들 조차도 막 엄청나게 쉬었다는 기분은 느끼지 못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다 같은 부하가 아니다.


세 번째 동영상을 클릭한다. 

책을 하나 쓰신 듯하다, 

일단 책을 주문하고 읽어봐야겠다.

책 속엔 답이 있을까?


책에서는 살아갈 힘을 주는 휴식(쉼)의 다섯 가지 조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좋은 휴식은 그 행위로써 결과가 아닌 과정 자체에서의 보상이 있으며(자기 목적적),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에서 접할 수 있고(일상적), 

스스로가 방향을 선택하여 자신만의 길을 만들 수 있으며(주도적), 

배움으로써 성장의 경험을 느낄 수 있고(깊이), 

지속적으로 반복함으로써 긍정적 피드백이 발생하여

삶의 다른 부분과 조화를 이룰 있는 것이라고 한다.(긍정적 연쇄효과). 


앞의 두 영상과 이 책에서 말하는 쉼에 대한 접근이 다르다. 

오히려 이 책에서는 쉬는 사람 스스로 뇌에 부하를 건다. 

하지만 통사의 부정적 부하(스트레스)와는 다르게, 

취미라는 통제가능한 환경 안에서 

자기 자신을 몰입시킬 수 있는 긍정적 부하를  스스로에게 건다는 것이다.

부하라고 다 안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휴식은 소유 불가능하다.


돌이켜보면, 나의 쉼의 동기는 항상 질투 거나 욕심이었다.

취미라기 보단, 취미라는 이름의 또 다른 스펙을 나 또한 얻고 싶었다.

취미는 소유가 아니라 함인데, 난 취미를 소유하려 했던 것이다.

이 취미까지 소유하려는 악취미에

쉬는 와중에도 부정적인 부하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소유라는 감정은 너무 쉽게 만족의 상태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난 잘못 쉰 것이다. 


쉬지 못한 것이 아니라 쉬지 않은 것이다.


사실 알고 있었다.

그러니 내가 잘 쉬지 못하는 이유는 멍청해서다. 

멍청하니 욕심대로 무늬만 쉬어 놓고,

왜 쉬는 효과가 없냐고 스스로에게 따지는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러한 쉼을 소유하려는 증상은 나만이 걸린 감기는 아닐 것이다. 

나로 미루어 볼 때, 이렇게 멍청한 행동을 반복하는 가장 밑의 기저엔 겁이 있다.

오지 않은 일에 대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 있다. 

그런 두려움은 나에게 회복의 시간을 부여하지 않는다. 


겨울은 오지 않는다. 항상 여름이다. 

하지만 겨울에 대한 공포는 시도 때도 없이 부하를 걸어 악순환을 만든다. 

위의 나열한 것들은 모두 쉬는 것들이 맞았다.

내가 온전히 쉬지 않길(소유하길) 선택한 것뿐이었다. 


부하의 감정을 아는 것뿐


이주 동안 한 문장도 적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글 쓰는 순간이 즐거운 것은 오랜만이다. 

글을 쓰는 것은 뇌의 부하를 심하게 거는 일이지만, 

지금 나의 취미의 부하는 긍정적이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쉬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이것 말고 사실은 없다.

멍청한 나는 앞의 사실과는 다르게 또 겁을 먹고 취미를 소유하려 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두려움에 절여진 거친 부하를 또다시 걸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뿐이다.

앎으로써 그 부하는 작동을 멈춘다. 


그것만으로 충분하진 않겠지만, 

내년에는 온전히 쉬는 내가 되기 위한 첫걸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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