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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Jul 13. 2023

물총 놀이

공통주제 '물총'


 아파트 물 놀이터가 개장했다. 물 놀이터로 모이는 아이들의 손에 물총이 하나씩 들려 있었고, 겸이 역시 물총을 챙겼다. 물총들은 크기도 종류도 제각각이었다. 겸이는 권총 모양의 물총 하나, 대형 물총 하나를 챙겨갔다. 아이들은 각자의 물총으로 놀다가 서로 물총을 바꿔서 놀기도 하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잘 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아옹다옹거리다가도 또 금방 까르르 웃으며 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저녁을 먹으며 물총 하나만으로도 행복이 충만한 아이들이 신기하면서도 예뻤다고 말하니 남편이 원래 재미있다고 하면서 어렸을 때 물총 놀이 해 본 적 없냐고 물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물총 놀이를 직접 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았다. 보통 남자아이들이 많이 하지 않나? 남자 애들이 쏘는 물총에 맞아 본 적은 있다고 했더니 왠지 내가 엄청 싫어했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짓궂은 장난을 싫어하는데 물총 놀이가 그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런데 남편이 틀렸다. 나는 어물쩍 대화를 끝내고 어렸을 적 회상에 잠겼다.

 우리 반 남자아이들은 특정 여자 아이들에게 장난을 많이 쳤다. 나는 그게 관심의 표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더운 여름날이면 물총을 들고 따라다녔는데, 말로는 하지 말라고 하며 입 꼬리는 올라간 채로 도망 다녔던 기억이 났다. 몇 명에게만 하는 장난에 내가 속해 있는 것도 좋았고 남자아이들 여럿이 나를 우르르 쫓아다니는 것도 즐겼다. 한바탕 놀이가 끝나고 앉아 있으면 머리를 말려준다며 각자의 손들로 머리를 조금씩 나누어 말려주던 것도 기분 좋았다. 병 주고 약 주는 것처럼 본인들이 적셔 놓고 가려준다며 본인의 옷을 내 옷 위로 둘러주기도 했다. 그 또한 어떤 특권인 것만 같아서 옷이 말랐어도 계속 두르고 다니곤 했던 것 같다.

 지금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나는 내 아이 겸이에게 절대 여자 친구들을 놀리거나 장난치지 말고, 몸에는 손도 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겸이가 남자 친구들이랑 물총 놀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얼굴에는 뿌리지 말라고 말하며 중간중간 계속 놀이를 끊었다. 내가 어릴 때 했던 것들을 내 아이에게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옛날에는 허용되던 것들이 지금은 다른 경우가 많다. 옛날이 너그러웠던 것인지, 아니면 원래 지금이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괜찮은데 다른 집은 어떨지 몰라서 조심시키는 경우도 있고, 나는 괜찮았지만 겸이한테 대입했을 때는 싫어서 못 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물총 놀이는 후자에 속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개입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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