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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Sep 13. 2023

야구에 빠지다

ep1. 최강 야구


 나는 요즘 야구 예능프로그램 ‘최강 야구’를 재밌게 보고 있다. 여태 야구는 전혀 관심 없이 살아온 터라 예능프로 역시 볼 생각이 없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어떤 사람이 최강야구는 보통 예능과는 다르다면서 다들 실전처럼 진지하게 임해서 좋다고 쓴 글에 흥미가 생겼다. 이미 작년 6월부터 시작해 51화까지 방송된 시점에서 나는 1화를 틀었다. 그리고 그대로 야구라는 스포츠에 흠뻑 매료되었다.

 최강 야구는 은퇴한 야구 선수들이 팀을 이뤄 야구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나는 1화에서 첫 만남에 각 선수들이 모여 대결할 팀의 감독 인터뷰를 보는 장면부터 이미 빠져들었던 것 같다. 모든 선수들이 웃음기 싹 빠진 채로 승부욕이 활활 타오르는 표정을 똑같이 지었기 때문이다. 저 강한 승부욕과 자존심이 앞으로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 마구 궁금해졌다. 그리고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는 나를 그대로 정 주행 열차에 태웠다. 1화, 2화, 3화, 지금은 39화를 보는 중이다. 그동안 야구 규칙들, 선수들 정보 등을 차근차근 배웠다.  

 야구는 알면 알수록 참 재밌는 스포츠인 것 같다. 변수도 많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언제든 반전이 도사리고 있어서 쫄깃쫄깃하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것 같다. 모든 스포츠가 팀플레이가 중요하다지만 야구는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투수는 포수와 야수들을 믿고 던진다. 포수와 야수들은 그 믿음에 철옹성 같은 수비로 보답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는 모습들이 늘 뭉클하다.

 내가 야구를 보면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포지션은 바로 포수다. 포수는 경기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경기 흐름을 읽고, 투수와 작전 사인을 주고받는다. 각 투수들의 스타일도 잘 알아야 한다. 투수가 잦은 실책으로 지쳐있다고 판단될 때면 타임을 외치고 진정시키는 역할까지 한다. 포수는 누구보다 똑똑하고 센스 있어야 하며 체력적으로도 강해야 하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일 특별하고 멋있는 것 같다.

 포수에 푹 빠져버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최강 야구를 보던 중, 상대팀 1루 주자가 도루를 하기 위해 리드 폭을 자꾸 넓히자 투수가 견제하느라 계속 신경을 썼다. 그러자 포수가 타임을 외치더니 투수에게 다가가 본인을 믿고 그냥 던지라고 안심을 시켰다. 투수는 다시 집중하여 공을 던졌고, 포수는 바로 공을 받아 2루로 던져 상대팀 주자를 아웃시켰다. 그 장면이 너무 짜릿했고 든든했다. 포수는 정신적으로도 이렇게 든든한데 체력적으로도 든든하다. 경기 내내 쭈그려 앉아 있어야 한다. 흔들림 없이 버티는 하체가 든든하고, 투수 공을 받아 재빨리 수비하는 그 어깨는 또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애매한 공을 감쪽같은 프레이밍으로 수비하는 센스, 튀는 공을 블로킹하며 도루하지 못하게 상대팀 주자를 시선으로 묶어두는 센스 등 한 경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 포인트들이 너무나 많다.

 야구에 빠져들수록 직접 가서 경기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야구팀에 빠진 것이 아니라 야구에 빠진 것이기 때문에 구단 정보는 잘 모른다. 일단은 홈구장이 가까운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 KT 위즈 경기들을 싹 다 가보려고 한다.

 이번에는 야구 응원의 세계에 빠져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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