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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운진 May 08. 2018

과연 페이스북의 개혁안은 '혁신'적인가?

과거 명성을 찾기 위한 페이스북의 노력, 결과는 글쎄

이 글의 구성


- F8 2018에서 다양한 경험적 '혜택'을 제안하다

- OLD 페이스북과 NEW 페이스북의 가장 큰 차이, 비용에서 혜택으로

- 미트업의 종착지는 채팅방이 아니라 오프라인 만남이다

- 과연 페이스북의 개혁은 '혁신'적인가?


3 KEYWORDS & 한 줄 코멘트


페이스북, 가치제안, 데이팅 서비스


페이스북 데이팅 서비스의 종착지가 채팅방이라면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F8 2018에서 다양한 경험적 '혜택'을 제안하다


출처. 페이스북 뉴스룸


 페이스북은 이번 달 1일부터 연례 개발자 회의인 'F8 2018'을 열었다. 이 회의는 향후 1년간 페이스북의 사업과 서비스의 방향을 제시한다. 올해 개발자 회의에서 발표될 서비스는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의 영향을 받은 개혁안이다. 첫날 발표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처럼 이제 페이스북에서도 좋아하는 앱의 내용을 스토리에 공유할 수 있고, 일본에서 트위터가 동일본 대지진 당시 빠른 소식으로 역할을 했던 것처럼 위기대응 센터를 신설했으며, AR/VR과 관련된 신기술을 접목시킨 여러 서비스를 제안했다. 이외에도 많은 서비스가 준비 중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의미 있는 연결을 위한 경험적 '혜택'중심의 가치제안이라는 점이다


출처. 유튜브 Magnolia Mok 목련화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서비스는 데이팅 서비스다. 페이스북 뉴스룸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이전의 많은 데이팅 앱과 다르게, 외모 중심의 매칭 대신 데이팅 서비스를 위해 제작된 프로필 속 관심사를 중심으로 매칭을 시켜준다고 한다. 나아가 그룹과 이벤트 등을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찾는 옵션도 있다고 한다. 앞에 언급한 데이팅 프로필은 나와 매칭 상대에만 보일 뿐, 친구나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외면보다 내면을 본다는 점에서 기존의 틴더나 아만다 같은 소개팅 앱과는 차별화된다. 실제로 이날 틴더의 모기업의 주가가 22% 떨어졌다. 어찌 됐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 유의미한 관계를 만드는 역할하기에, 이 또한 경험적 '혜택'이라 볼 수 있다.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과연 경험적 '혜택'을 추가하는 페이스북이 개인 정보 스캔들을 딛고, 다시 SNS 왕좌에 오를 수 있을까?



OLD 페이스북과 NEW 페이스북의 가장 큰 차이, 비용에서 혜택으로


페이스북 뉴스피드 스크린샷


 먼저 OLD 페이스북을 알아보자. 보통 신기술의 등장은 기존 기술의 대체재 역할을 한다.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우리는 일일이 주판을 두드리며 계산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이제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등장으로 물류 트럭 운전사는 사라질 직업 중 하나다. 신기술인 SNS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이 대체한 건 바로 이전까지 보이지 않던 인간관계 속 우리의 감정 노동이다. SNS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지인과 '소통'을 하기 위해,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했다. 문자를 하고 전화를 한다는 것에서 오는 부담감, 오는 연락에 대꾸를 해야만 한다는 책임감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관계를 위한 행동에 불편함을 느껴왔다. SNS의 등장은 이런 불편함을 말끔히 씻어줬다. 복잡하고 심리적 압박감을 줬던 이런 행동들은 '좋아요' 버튼 하나로 대체됐다. 이뿐 아니라, 더 이상 지인에게 어떤 선물을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데이트 코스를 찾고자 검색하고 주변에 물어볼 필요도 없어졌다. 카드 뉴스를 비롯해 여러 콘텐츠들이 페이스북의 피드를 끊임없이 채웠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지 주어진 정보 중에 하나를 고르기만 하면 됐다. 즉, 이전에 우리가 관계를 유지 또는 진전하기 위해 들였던 일종의 노력(비용)을 페이스북이 줄여줬다.

 이런 관점에서 페이스북의 시작은 '비용'중심 가치제안에 있다. 정리하자면, 페이스북은 대인관계에서 요구하는 심리적 금전적 시간적 비용의 고통에서 우리를 해방시켜줬기 때문이다. 이런 비용 중심 가치제안은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소품종 대량생산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피드만 봐도 알 수 있다. 피드를 장악한 카드 뉴스를 보자. 대게 같은 소재로 똑같은 내용을 다루면서, 디자인과 형식만 바꿔 올라온 콘텐츠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 자체가 지속성을 갖기란 어렵다. 더욱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콘텐츠가 관심을 받게 된다. 결국 페이지 관리자는 건강한 콘텐츠를 만드는 대신, 일회성의 소모적인 콘텐츠를 공장처럼 빠르게 찍어내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이런 모습에 질린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떠나 인스타그램으로 이동하거나, 과거 동네에 놓여있던 정보지인 교차로와 벼룩시장처럼 정보를 얻는 수단으로써 페이스북을 소비한다.



 페이스북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페이스북의 수익구조가 노출 중심 광고에 의존적이다. 많은 시련에도 페이스북이 건재한 건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대체재가 등장한다면, 페이스북은 바람 앞에 등불이 되리라 보인다. 게다가 이번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개인 정보 스캔들에서 보듯이, SNS에서 가장 존중받아야 할 유저들은 단순히 광고를 더 잘하기 위해 매매되는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했다. 


 데이팅 서비스를 비롯해 발표된 서비스들을 봤을 때, NEW 페이스북의 방향성은 확고하다.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감정 노동을 줄여주는 비용 중심의 가치제안이 아닌, 이에 더해 다양한 경험으로 실질적인 인간과계의 풍요로움을 제공하는 혜택 중심의 가치제안이다. F8 2018에서 보듯 페이스북은 AR/VR 같은 신기술, 차별화된 데이팅 서비스 등 여러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경험적 '혜택'을 제공하려 한다. 그렇다면 비용에서 혜택이라는 가치제안의 개혁으로 기획된 서비스들이 SNS 판도를 바꿀 만큼 혁신적인가는 물음표가 달린다.



미트업(Meet-up)의 종착지는 채팅방이 아니라 오프라인 만남이다


출처. 유튜브 Meet-up


 미트업은 지난해 11월 말 코워킹 스페이스 스타트업 위 워크(wework)가 2000억 원에 인수한 SNS다. 위 워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위 워크는 현재 광화문, 종각, 을지로, 서울역 총 4개의 한국지점이 있다. 프라이빗 오피스는 물론 협업 업무공간 등 다양한 공간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위 워크가 인수한 미트업은 같은 SNS 기업인 페이스북과 닮은 점도 있으며 다른 점도 있다. 미트업은 페이스북 데이팅 서비스처럼 비슷한 관심사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연결해준다. 하지만 만남의 목표와 방식, 지속성이 다르다. 미트업의 만남은 서로 배우면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걸 목표로 한다. 미트업의 종착지는 채팅방이 아니다. 지속적인 오프라인 만남이다. 왜냐하면 배움을 통해 삶의 풍요로움을 꿰하려면 지속적인 만남이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미트업은 단순히 성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상대를 매칭 해주는 데이팅 서비스가 아니다. 그 방식이 외모든 관심사든지 간에. 더 재밌는 점은 광고가 없는 SNS라는 점이다. 단지 만남의 횟수를 중요시하는 게 아니라, 진정한 만남으로 얼마나 삶이 풍요롭게 바뀌었는가를 중시하는 운영진의 철학이 느껴진다. 이런 진정성 있는 만남에 워 워크라는 공간이 결합했기에, 이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출처. Meet-up 공식홈페이지


(여담이지만, 광고 없이 운영하기 위해 실질적인 만남이 이뤄지는 미트업 그룹 주최자는 구독료를 내 주최자 자격을 가질 수 있으며, 이 구독료는 해당 그룹 사람들이 같이 분담할 수도 있고, 주최자 개인이 전부 부담할 수 있다.)   



과연 페이스북의 개혁은 '혁신'적인가?

 

출처. 인스타그램 취향관


 페이스북의 데이팅 서비스가 혁신 없이 초안을 토대로 나온다면, OLD 페이스북이 반복되리라 예상된다. 일단 페이스북의 데이팅 서비스는 미트업의 사례에서 보듯이 그들의 방향성에 적합하지 않다. 타 소개팅 앱과 비교했을 때도, 정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사람들은 데이팅 앱에서 페이스북 로그인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한다. 때문에 정말 특별한 경험적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굳이 페이스북 데이팅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거리는 인간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진정성 있는 인간관계를 추구하는 오프라인 커뮤니티 공동체가 늘고 있다. 취향관을 비롯해 여러 커뮤니티 공동체들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 데이팅 서비스의 종착지가 채팅방이라면, 이 서비스는 '무료' 데이팅 서비스라는 하나의 비용 중심 가치제안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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