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view #14, 작지만 큰 브랜드, 북스톤 출판사
우승우님, 그리고 차상우님. 책을 받고 저자를 확인했을 때 아주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정답을 떠올리는 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창업가의 브랜딩>, 2018년 8월의 기억이다.
2018년 8월 어느 날, 삼성동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한 켠에서 <창업가의 브랜딩> 발간 기념 설명회가 진행되었다. 이제 갓 8개월 차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한참 '브랜드, 브랜딩이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에 깊게 빠져있을 때였고, 왠지 그곳에서 해답을 찾을 수만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퇴근 시간에 지친 몸을 이끌고 설명회를 찾았다.
우승우님과 차승우님의 강연 및 설명회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용기를 내어 손을 들고 이런 질문을 던졌다. "저는 제 스스로를 잘 브랜딩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리고 이런 질문이 되돌아왔다. "그럼 질문하신 분께서는 스스로를 어떻게 소개하시나요?" "아, 저는.."
말문이 막힌 나에게 그들은 브랜딩의 시작은 곧 자기를 소개하는 것부터라는 대답과 함께, 어떤 사람이 되고 싶느냐를 항상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학창 시절의 꿈을 떠올리며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다짐을 되새겼다.
[브랜드를 만드는 10가지 법칙]
1. 브랜드 전략이 곧 장사 전략이다.
2. 사장님이 먼저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3. 브랜드는 '자기다움'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4. 브랜드와 고객을 맺어주는 것은 '이야기'다.
5. 우리 브랜드를 설명하는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6. 하나의 폰트와 하나의 컬러를 사용해야 한다.
7. 브랜드 상징 요소로 한 우물을 파야 한다.
8. 브랜드는 작게 시작하고 꾸준히 해야 한다.
9. 브랜드는 고객과 직원을 모두 바라봐야 한다.
10. 브랜드는 결국 팬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중략) 코로나가 터졌다. 2020년 3월의 일이다. 그 당시 나는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우울한 백수였다. 물리적, 정신적인 격리 생활 속에서 나는 절실하게 지푸라기를 찾았다. 손에 꼭 쥐고라도 싶은 지푸라기.
5개월이 지난 2020년 8월,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이름을 걸고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출판업, 인쇄업, 그리고 정보통신업. 회사명은 <스튜디오 두루>였다. 내 이름의 가운데 글자인 '두루 주'에서 따온 이름이었으니, 말 그대로 내 이름을 걸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렇게 망했다. 속은 쓰리지만 결단코 망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 <작지만 큰 브랜드>를 읽으면서 더욱 확신이 들었다. 나는 2021년 4월 다시 회사원의 삶으로 되돌아갔으니 내가 망한 것은 아니겠으나, 내 브랜드는 망했다.
짧다면 짧지만 길다고도 할 수 있는 그 6개월 동안 나는 정말 내 몸을 갈아 넣듯이 열심히 일했다. 독립 매거진도 발행하고,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디자인 외주 작업도 틈틈이 진행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나는 점점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는 곧 굶어 죽을 뿐이겠구나. 왜 그랬을까.
[스튜디오 두루(studio do-rough)]
스튜디오 두루는 1인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두루(do-rough)는 신선한 날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디자이너의 마음이자 집착하는 습관을 줄이려는 염원을 담은 이름입니다. '우리의 삶이 새겨져 있는 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다루는 1인 제작 독립 매거진 <손>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 1인 제작 독립 매거진 <손> 발행(1-2호)
- 전시 <쓰임새를 찾아서> 공동 기획(w.스튜디오 빌롱잉스)
- 다수의 책 표지 및 내지 디자인 외주 작업 진행
- 인스타그램 @do.rough
3. 브랜드는 '자기다움'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꽤 이른 단계부터 나와 내 브랜드 스튜디오 두루는 잘못되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언젠가는 되고 싶은 나를 보여주려 하다 보니 쓸데없는 미사여구와 가식이 늘어만 갔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내 꿈을 순수하게 담아내지 못하고 디자이너처럼 행동했다. 있어 보여야만 팔릴 것이라는 억측에 기반하여 유니크함을 억지로 만들어냈다. 스튜디오 두루는 내가 아니었다.
그 뒷 단계부터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한다. 물론, 내 이름을 걸고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시작된 프로젝트였고, 그만큼 제한적인 경제적 사정 속에서 생활비 벌이에 급급해지다 보니 많은 것을 놓쳐야만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핑계를 내세우기 전에, 나는 여전히 2018년 8월의 나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디자이너'가 되고 싶을 뿐, 어떤 디자이너가 어떻게 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생각도 없는 상태. 만약 내가 레스토랑 사장님이 되고 싶었다면 정말 이도저도 아닌 잡스러운 메뉴를 파는, 말 그대로 뒤죽박죽인 가게를 만들고 왜 나는 안될까라는 푸념이나 뱉고 있었으리라.
그래서 나는 <작지만 큰 브랜드>를 '내 삶을 위한 10가지 법칙'이라고 미래의 독자분들에게 설명하고 싶다.
단순히 내 사업을 시작하고, 내 브랜드를 만들고, 창업을 하는 문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은 브랜드 운영과도 같다는 내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특히나 사회의 변화 흐름은 더더욱 개인이 곧 브랜드가 될 수 있는 환경으로 우리 모두를 떠밀고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듯, 내가 곧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우리는 그것을 피하기보다는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수 있으려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10가지 법칙을 마음에 새기고 지금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
5. 우리 브랜드를 설명하는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취업 준비생 시절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장 앞에서 되뇌던 내 모습이 불현듯 생각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OOO입니다.' 2023년 3월, 이제는 새로운 문장을 쓸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