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기.

감정읽기 250618

by 두루 do rough

출근 버스가 회사에 도착하기 직전, 코너를 도는 관성을 몸으로 느끼면서 동시에 긴장이 샘솟는 것을 느낀다. 조금만 더 늦게 도착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다 되뇌이기도 전에 버스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음과는 달리 몸은 서둘러 버스에서 도망치듯 뛰어내린다.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어 하루 휴가를 내고 왔지만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빼곡히 쌓인 메일 목록을 훑기만 해도 정신이 아득해진다. 하루라도 가만히 놔둘 수는 없는 것일까. 먹고 살기 위해 사는 삶은 버겁기만 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리에 앉으면 부정적인 생각에 온 몸이 휘감기듯 했다. 나는 못할 거야, 욕이나 먹겠지, 이것도 모르다니 쓰레기같은 놈.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했던가. 작은 지렁이로 시작된 생각은 잠시 정신이 팔리면 기나긴 동앗줄이 되는 것이었다. 애써 그 생각을 멈추기 위해 일 한 번에 화장실 한 번을 반복했다. 화장실은 나의 숨 구멍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버티자는 마음이 조금 더 강했다. 애초에 잘 할 생각은 없으니 그저 버티기나 하자. 메일이라도 한 번 더 쓰고, 문서라도 한 번 더 읽고, 질문이라도 한 번 더 해서. 그저 일하는 척이라도 하자. 최선을 다해 직장인 연기를 해보자.


누군가 시간이 약이라 했다. 버티다보면 나아지고 알게 된다고. 나는 지난 5년간 약으로 버틴 사람인데. 약에 대해서는 잘 알게 되었지만 나에 대해서는 더 모르게 된 나에게 시간은 독약이었나보다. 오늘도 약으로 시간을 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