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몫

감정읽기 250619

by 두루 do rough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운전 대신 지하철을 택한다. 적어도 지하철에는 내 앞길을 무례하고 거칠게 막아대는 것들은 없으니. 기차에 내 몸을 맡기고 마음의 눈을 감는다. 보이지 않으면 거칠 것도 없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떨리고 조금 더 불안하게 일과를 시작한다. 중요한 미팅이 있어 상급자들이 자리를 비우기 때문이다. 나도 예전에는 이런 때를 '어린이날'이라며 즐겼더랬다. 허나 오늘은 아니다. 오히려 자율학습 시간에 보이지 않는 시선으로 기를 죽이던 선생님 앞에 서는 '스승의날'이 아닐지. 오늘 주어진 숙제를 문제없이 해내야 한다는 무형의 압박감이 사뭇 무겁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쏟아져 내린다. 별빛 대신 메일과 메신저와 양해의 인사와 급작스런 전화가. 나는 필사적으로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고 있었다. 설령 누가 보기에는 어린아이가 얕은 물에서 허우적대는 것처럼 보였을지라도. 어푸푸 어푸푸 숨이 찰 때마다 한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며. 하늘이 무너져라 땅이 꺼져라.


점심 식사 이후 잠깐 긴장이 풀릴 즈음 기다렸다는 듯 전화가 울린다. 당장, 빨리, 어서. 수능 시험날 답안지 제출이 3분 남았다는 감독관의 안내 멘트를 들었던 때처럼 심장이 뛰쳐나가는 순간. 아니, 잠시만, 조금 더. 독촉 전화를 한 번 더 받고 나서야 억지로 답안지를 제출한다. 틀렸다 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롤러코스터는 강렬하지만 빠른 편. 오늘은 해가 지지 않았을 때 퇴근을 한다. 그렇지만 역시, 지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