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읽기 250620
우산을 들고 나가는 날은 무겁다. 내리는 비가 내 몸을 무겁게 하고, 축축하고 습한 공기가 숨을 무겁게 하고, 우산이라는 짐을 하나 더 얹은 마음도 무겁다. 비단 내 우산뿐 아니라, 남들의 우산도 내 신경을 마구 자극한다. 우산 끝을 세우고 다니는 사람들을 경계하고, 갑자기 우산을 펴진 않을지 눈치를 보고, 엇갈리는 우산끼리 부딪히지 않도록 손을 분주하게 놀린다. 피곤한 삶이다.
오전 회의는 시작 10분 전에 취소되었다. 일찍 알려줬다면 10분이라도 더 누워있었을텐데. 하지만 그새 녹록히 쌓인 메일들을 살피며 그런 허세를 부릴 여유따윈 없다는 것을 되새긴다. 어서 서둘러야 한다. 점심 시간에는 병원에 다녀와야 하니까. 어느 병원인지는 알리지 않고 조심스럽지만 빠르게 회사를 빠져나온다.
요 몇 주간 나는 알림에 시달렸다. 수시로 오는 메일과 메신저로 핸드폰 화면이 빛나면 나는 차라리 눈을 감았다. 몸서리를 치면서도 내용을 확인하고 업무로 응답하는 나는 무엇때문에 그랬던 것일까. 책임감? 불안함? 성실함? 집착?
아무도 시키지 않았건만 나는 하루종일 5분 대기조의 태도로 며칠을 지냈다. 피곤해서 잠드는 게 아니라, 12시가 되어서야 쓰러져 잤다. 그 시간부터는 일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하지 못하니까. 물론 다음 날 6시만 되면 눈이 떠지는 바람에 피곤함은 가시질 않았다. 결국 오늘 수면을 위한 약이 두 알 늘었다.
사무실에서는 총알이 난무하고 칼이 빗발쳤다. 적어도 나에게는 날선 사람들의 대화와 으스러지는 키보드 자판 소리가 그렇게 들렸다. 그렇게 며칠을 웅크린 건지, 승모근과 양 어깨는 욱신거리다 못해 찌릿하다.
제일 늦게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았다. 어스름한 하늘에도, 내 우중충한 낯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