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독립 잡지를 만듭니다. #8

북페어의 의미

by 두루 do rough

세상은 좁고 북페어는 많습니다.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거대한 규모의 페어부터 아주 작은 규모의 앙증맞은 페어까지, 독립출판물과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아주 많습니다. 비록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페어들이 연기되거나 취소되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다음 페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언제, 어떻게 독립출판물과 북페어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나요?





저는 2019년 언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처음 이 세계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열렸던 페어였죠. 코로나 이전이었고, 독립출판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던 시기여서인지 사람이 정말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트북페어라는 부제답게, 정말 다양한 출판물을 접할 수 있어서 신기함에 이리저리 고개가 절로 돌아갔죠.


2019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계기로, 여러 디자인페어와 북페어를 전전하며 조금씩 독립출판에 물들어 갔고, 북페어에 나도 작가로서 참가하고 싶다는 욕망이 점차 끓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상상만으로도 참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내가 직접 만든 책을 가지고, 독자분들을 한 명씩 마주하면서, 출판물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도 나누고, 소소한 수익으로 뒤풀이를 즐기는, 그런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죠.


하지만, 역시나, 당연히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참가했던 페어는 서촌의 명소, 디자인 이음에서 운영하는 베어 카페에서 진행된 '잡지의 가치'라는 페어였습니다. 이름에 걸맞게, 독립잡지를 만드는 창작자들이 한 데 모이는, 의미가 남다른 페어였죠.


이때, 저에게는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페어는 9월 17일, 18일 이틀 동안 진행되는데, 책이 페어 전날까지도 감감무소식이었던 것이죠. 인쇄소와 스케줄 체크를 여러 번 했었지만, 결국 예정된 발행일(9월 17일)에 책을 받지 못했습니다. 페어에는 샘플을 들고 참가하는 대참사가 일어났구요.

다행히, 독자분들께서 너그러이 이해해주신 덕분에 선주문을 받기도 하는 영광스러운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매거진 손의 탄생일은 매거진 손 없는 날이 되어버렸네요.


저는 처음 경험하는 페어여서 그런지, 긴장도 많이 했고 그만큼 흥미롭기도 했지만, 이미 많은 페어를 경험하신 창작자분들은 조금 생각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사람이 들끓을 정도로 열정적이던 페어 현장과는 너무 괴리가 컸던 탓일까요. '사람이 너무 없다'며 절망하던 분들도 있었고, 참가하는 수고에 비해 수익이 적어 고민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페어에 참가하면 몇십, 몇백 권을 팔던 시절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옛 영광이 되어버린 것이죠.



굳이 독립출판 안에서 페어를 경험한 세대를 나누자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pre-COVID19)의 페어'판매의 장'이었던 반면, 코로나 이후(post-COVID19)에는 '참여의 장'으로 페어가 변화했습니다.

행사 개최나 진행에 차질이 생기면서 페어가 열리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인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또한, 독립출판물을 주로 즐기는 20대의 경제력은 나날이 악화되었으나, 독립출판이라는 문화의 가치는 높아지면서 소위 '힙'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소비보다 경험으로 무게가 쏠리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굳이 페어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이미 많은 독립서점들이 곳곳에 생겨났죠.


이렇다 보니, 페어는 되레 독자들보다는 창작자들이 참여에 의의를 두는 행사가 되었습니다.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친목을 쌓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도 하죠. 독자를 만나고 수익을 올리는 것은 부가적인 행위가 되었습니다.

저 또한, 페어에 참가비를 내면서 얼마나 책을 많이 팔 수 있을지보다는 얼마나 다양한 창작자분들과 만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더라구요.


물론 여전히 페어에서 많은 수익을 올리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에는 동의하시지 않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북페어의 종류와 참가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물론 저도 성공률이 그리 높지도 않고, 모든 북페어를 다 꿰고 있는 건 아니지만요.


2021년 8월의 이야기

@do.rough @magazine.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