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독립 잡지를 만듭니다. #7

외롭지 않도록, 『MAGAZINE MAKERS』

by 두루 do rough

지난 편에서 예고했던 독립출판 페어 후기에 앞서, 반가운 소식이 있어 빠르게 다음 글을 써봅니다. 바로, 매거진 <favorite>의 두 편집장님들과 다른 독립 매거진 편집장님들의 솔직하고 생생한 대화가 담긴 책, 『MAGAZINE MAKERS』가 출간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책에서는 독립매거진 하면 떠오르는 익숙한 이름들, <favorite>을 비롯하여 <achim>, <bear>, <hep> 그리고 <prism of>의 편집장님들이 한 데 모여 나눈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항상 궁금해하는 그 질문들을 적나라하게 다루는 책이죠.


독립 매거진, 멋있기는 한데 먹고 살만은 한가요? 독립 매거진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정말 혼자서 모든 것을 다 만들 수 있나요? 기억에 남는 해프닝이 있나요? 와 같은, 다양한 질문들을 각자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답변해주는 책입니다.
속이 뻥- 뚫리는 대답도 있고, 함께 고민이 깊어지는 묘한 대답도 있죠.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들 몇 가지를 저도 끼어들어서 다뤄보도록 할게요.


최대한 스포일러는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INTRO. 굳이, 왜 종이 매거진을 발행하세요?


첫 장의 질문부터 가볍지 않습니다. 각자의 사정이란 것이 있기 마련이라 책을 모두 읽으면 그것을 이해할 수는 있으나, '내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것인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네요.


저는 사실 '굳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매거진은 종이일 때 더욱 매거진스럽다고 생각하니까요. 아직 그 느낌을 제대로 표현할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죽기 전에 한 번쯤은 그 느낌을 내보고 싶기도 합니다.



"1호가 나와야 그다음이 있으니까, 1호는 어떤 형태가 됐건 일단 만드셨으면 좋겠어요."


<hep> 매거진의 1호는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독립출판, 독립매거진을 처음 접하던 때, 마침 <hep> 매거진 1호가 출간되어서 뭣도 모르고 읽어보려고 샀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러다 한참 뒤에 품절되어서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죠. 내가 그런 책을 가지고 있다니?


남필우 편집장님의 화려한 이력도 이력이지만, 그 당시 생소하던 필름 카메라와 사진을 주제로 한 매거진이라는 컨셉이 제대로 먹혔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시대를 꿰뚫는 안목이 있으신 걸까요.
<hep> 매거진은 레퍼런스로도 자주 꺼내 보는 매거진입니다. 여러분도 꼭 읽어 보시길.


"꽂힌다는 게 뭔가 특별한 거는 아닌 거 같아요. 아침이라는 것도 누구에게나 있듯이."


<achim> 매거진의 윤진 편집장님의 말이 마음에 날아와 꽂힙니다. 저도 비슷한 과정에서 '손'이라는 주제에 꽂힌 것 같기도 하구요. 윤진 편집장님은 경험을 실체화시키는 능력자이시기에 더욱 '아침'이라는 주제가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저를 비롯한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반드시 특별할 필요는 없죠. 보편적인 것을 아주 조금만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 엄청나게 창의적인 것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매거진을 만들고 싶으신 거면 무슨 일이 있어도 3호까지는 발행하셨으면 좋겠어요."


명심하겠습니다 유진선 편집장님. 편집장님 또한 매거진 <prism of>를 혼자 발행하고 계시죠. 물론 외주 작업으로 완성되는 부분도 있지만, 직접 만드는 것만큼이나 외주 작업을 관리하는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1호는 잘 몰라서, 2호는 더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게 된다면, 3호는 정말 가장 넘어서기 힘든 구간인 것 같습니다. 여전히 겁도 나고 걱정도 많은데, 잘할 자신은 점점 없어지더라구요. 나 자신을 만족시키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또다시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아, <hep> 매거진의 3호는 역시나 멋지더라구요. 엄지 척!


"세상에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것들을 소개하고 알려주는 역할을 '내가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favorite> 매거진의 김남우 편집장님의 말씀.
이런 의미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의 <favorite>이 진정성을 가진 매거진이 된 것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인 것 같아요. 남이 시켜서, 누가 원해서가 아니라, 내가 정말 좋아하고 즐기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


요즘 시대의 트렌드에도 잘 맞는 주제죠. 누군가의 훔치고 싶은 라이프스타일, 이라는 카피처럼 어느샌가부터 라이프스타일은 개인의 것이라기 보단 정형화된 취향이자 유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각자 자신만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노력하죠. 그런 시도와 노력들이 단순히 힙하다, 트렌디하다는 말로 격하되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favorite>에서 보여지는 라이프스타일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favorite>을 읽으며 자주 느끼는 감정은 부럽다, 신기하다가 아닌 멋지다, 대단하다, 존경스럽다 였으니까요.


"매거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영혼을 파는 일을 할 수밖에 없어요."


백 번 천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bear> 매거진 서상민 편집장님의 말씀입니다.
저 또한 매거진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외주 작업을 수시로 받아야 했고, 어느 순간 저런 생각을 했거든요.

'내가 하고 싶은 매거진을 하겠다고,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거, 너무 모순적인데.'


가장 멋지고 완벽한 그림은 매거진 만으로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가 않습니다. 이 책의 모든 편집장님들께서도 동의하시는 부분일 거예요. 그렇다는 것은, 언젠간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기도 하죠. 저 또한 현실과 타협했구요.
다시금 모든 창작자 분들을 응원하게 되는 밤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일을 의미 있게 하는 사람들, <favorite>.


우리 모두가 이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얼마 전, 『MAGAZINE MAKERS』의 출간 기념 북 토크가 있었습니다. 정말 만나 뵙고 싶은, 궁금한 것도 많은 <achim>과 <hep> 매거진 편집장님들을 마주할 좋은 기회였는데 하필 야근을 하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죠.
정말 너무 아쉽고, 죄송합니다. 분명 즐거운 시간이었겠죠? 흡.


다음 글에서는 미뤄놓았던 독립출판 페어들에 대한 후기와 그 의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 보겠습니다. 어쩌면 매거진 손의 1주년을 기념하는 글이 될 수도 있겠군요. 무더위에 모두 코로나 조심하시며,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21년 8월의 이야기

@do.rough @magazine.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