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이 끝나고, 그가 죽었다

by 송남


긴 이혼소송이 끝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딸아이 이름으로 국세청 우편이 왔다.


출근해서 회사에서 그 봉투를 뜯었다. 상속 관련 서류였다. 나는 아직 30대다. 아직 젊다고 생각했다. 일할 수 있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다고 믿었다. 그런데 왜 이런 우편이 우리 딸 이름으로 온 걸까.


"나 아직 젊은데... 왜 이런 게 왔지?"


옆자리 동료에게 물었다. 그 동료가 서류를 보더니 말했다. 작년에 이런 거 본 적 있다고. 혹시 가족 중에 돌아가신 분 있냐고.


심장이 내려앉았다.


서둘러 회사 컴퓨터로 딸아이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봤다. 나는 이혼했으니까 더 이상 남이지만, 딸에게는 여전히 아빠니까. 부 란에 그의 이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작은 네모 칸.

'사망'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이가 상속 1순위였다. 그래서 우편이 온 거였다.


우리는 오래 별거했다. 긴 별거 끝에 내가 이혼소송을 걸었고, 승소했다. 소송도 길었다.


나는 그 사람을 정말 사랑했다. 긴 시간이 지나서일까. 이제는 그가 나에게 잘해줬던 기억만 남았다. 매일 과일을 깎아주던 사람. 내가 좋아하는 초코우유와 케이크를 사 오던 사람. 우울증이 있었지만, 나와 함께일 때는 행복해 보였던 사람.


아기가 태어나고 모든 게 달라졌다. 나는 아기에게만 매달렸다. 그는 아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내가 원했다. 신생아를 키우느라 정신없었고, 집안일도 서툴렀고, 그와 나 사이의 균형을 맞출 여유가 없었다.


그는 외로워했다. 자신을 봐달라고, 자신도 사랑해 달라고 말했다.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러다 그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진탕 마시고, 집안 물건을 부수기 시작했다. 유리창을 깨고, 냉장고 안의 음식을 꺼내 던지고, 선풍기를 집어던졌다. 며칠이 계속됐다. 무서웠다. 시댁에 도움을 청했지만, 시어머니는 너무 자주 부른다며 도리어 화를 냈다.


나는 아기를 안고 도망쳤다. 친정언니에게로.
그렇게 긴 별거가 시작됐고, 이혼소송으로 이어졌다. 그는 계속 돌아오라고 했다. 나는 무서웠다. 그래도 사랑했다. 하지만 아기를 위해서는 돌아갈 수 없었다.


그는 혼자 외로움을 견뎠을 것이다. 긴 우울증 속에서. 집에서도 사랑받지 못했고, 막내아들이었지만 형에게 어렸을 때부터 괴롭힘 당해 우애도 없다고 했던 사람. 늘 누군가 자신을 바라봐주길 바랐던 사람.


이혼이 확정됐다. 그리고 그는 곧장 죽었다.
시댁에서는 연락 한 통 없었다. 도망간 나를 미워했는지, 그가 죽었다는 소식조차 전하지 않았다.


3개월 안에 결정해야 한다. 상속을 받을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 한정승인을 할 것인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사고였는지, 병이었는지, 스스로 선택한 것인지.


사망확인서도 본 적 없고, 재산이 있는지 빚이 있는지도 모른다. 시댁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3개월. 그 안에 움직여야 한다. 혹시라도 빚이 있다면, 아이가 그것까지 떠안지 않게 해야 한다.


사실은,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게 되는 것조차 두렵다.

정말로 그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이라면,
나는 아마 견딜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 죽음의 이유가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순간 나는 무너질 것이다.
내가 그를 죽인 게 맞다는 사실을,
내 정신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움직여야 하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
내가 죽인 것 같다. 젊은 남자가 갑자기 죽을 일이 뭐가 있을까. 이혼소송 끝나고 바로 죽을 일이 뭐가 있을까.


정신과 약을 먹고서야 겨우 출근할 수 있었다.
딸아이는 오늘도 말을 안 듣는다. 지각하고, 숙제도 안 하려 하고, 공부도 싫다고 한다. 친구 문제도 생겼다.


그러면서 아이가 묻는다.
"나 좀 크면 아빠 만날 수 있지?"
전에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조금 크면, 네가 선택할 수 있을 때, 아빠한테 용돈도 받고 사랑도 받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그는 없다. 아이의 울타리 하나가 사라졌다. 그날을 기다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버렸다.


말 안 듣는 아이가 힘들다. 천진난만한 아이가 힘들다. 나는 또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데, 친정 가족들은 이제 모두 멀리 살아서 기댈 곳도 없다.


얼른 정신 차려야겠지.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약이라도 잘 먹고, 하루하루 버텨내야겠지.
그래도 자꾸만 생각한다.


내가 죽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