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이 배우고 싶은 당신을 위해
지난번 포스팅 이후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서 조금 (많이) 놀랐다. 소소하게 적어가는 글이라 일 평균 조회수가 100이 간신히 넘을 때가 많은데 갑자기 1000을 훌쩍 넘었다. 신기해서 찾아보니 다음에서 '드럼 취미'를 검색하면 내 포스팅이 가장 상위에 노출되더라.
그래서 드럼을 배우고 싶지만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했던 고민들과 결론을 풀어보고자 한다. 전문가도 아니고 시작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드럼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자마자 든 고민이었다. 앞선 포스팅에서 반복적으로 썼듯이, 나는 여자들 사이에서도 체격이 작은 편이다. 손발도 작고, 키도 작고, 덩치도 작다. 물론 체력도 바닥이다. 그렇지만 결론은 남들보다 더 노력이 필요할 뿐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프로라면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취미로 배우는 나에게는 문제 될 일이 없었다.
내 최종 목표는 <Eye of Tiger> 또는 <the Trooper>이기 때문에 특히 더 고민이었다. 찾아보니 메탈 드럼이 전 장르의 드럼 스타일을 통틀어 힘들기로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딱히 상관은 없다. 취미로 배우는 데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체구가 작고 체력이 없다면 취미로 드럼을 연주하면서 체력도 키우면 된다. 난 드럼을 일종의 운동처럼 생각하며 배운다. 그렇게 생각해도 꽤 재밌다.
물론 세세한 부분을 조절하면 체구의 문제도 커버할 수 있다. 드럼 크기를 조절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의자 높낮이나 스틱의 무게나 길이, 햇의 높낮이, 스프링 조절 등이 가능하다. 너무 힘들면 이 부분을 조절해달라고 부탁해보자. (나는 연습실에 갈 때마다 의자 높낮이부터 조절하고 연습을 시작한다. 사실 의자 높낮이 말고는 딱히 조절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인터넷 검색을 생활화하자! 나는 가장 먼저 집 근처의 연습실을 찾았다. 개인 레슨도 찾아보았지만 연습실에서 레슨을 받을 경우 시간이 되는 때마다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너무 유혹적이었다. 제일 첫 포스팅에서 언급한 것처럼, 마포구 인근에 거주 중이기 때문에 홍대 드럼 스테이션을 선택했다. 찾아보면 동네에 연습실 하나쯤은 있다. 잘 찾아보고 전화로 문의해 보자. 가서 구경 한 번 한 다음 정해도 좋다. 난 사방에 있는 드럼 셋을 보고 바로 결제했다.
연습실에서의 레슨을 희망하는 경우, 초보자들에게도 드럼 셋 연습 기회가 충분한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연습실에 충분한 드럼 셋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한 달 내내 드럼 패드만 가지고 노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드럼 패드만 가지고 배우는 것도 초반에나 재밌지, 한 달 내내 패드만 친다고 생각하면 재미없다. 패드와 실제 드럼 셋, 둘 다 연습할 기회를 주는 곳으로 찾아보자.
개인 레슨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드럼몰에서는 개인 레슨 홍보와 연습실 홍보 게시글을 찾아볼 수 있고, 튜터와 튜티를 연결해주는 탈잉에서도 1:1 드럼 클래스를 다수 찾아볼 수 있다. 그 외 동네 실용음악학원에서도 직장인 등 비전공자들을 위한 취미 드럼 클래스가 개설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탈잉은 원데이 클래스도 있으니, 맛보기 강의로도 배워 볼 만 한 것 같다. 더불어 연습할 시간이 없다면 성인을 대상으로 강좌를 여는 동네 문화센터를 방문해보자. (홈*러스나 이*트 문화센터도 추천한다. 더 저렴한 가격에 퇴근 이후 시간대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찾아보니 가격은 대부분 비슷했다. 나는 아직 학생이라, 10만 원 초반대의 가격에 레슨을 받고 연습실을 이용 중이다. 만약 학생이라면 이런 프로모션 가격을 찾아보길 추천한다. 학생이 아니라면 대부분 15만 원 대의 가격에서 수강할 수 있다고 한다.
아마 드럼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 주변에서 왼손으로는 세모, 오른손으로는 네모를 그리면서 왼발은 엇박, 오른발은 정박을 쳐보라고 말할 것이다. (내가 들은 말이다.) 물론 잘 되면 쉽게 배울 수 있을지 모른다. 나는 이게 안 되는 사람이라, 된다고 더 좋다, 혹은 좋지 않다고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래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말은, 손발이 따로 움직이지 않더라도 드럼을 칠 수는 있다.
나는 취미 생활에서는 굳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드럼을 잘 치지 못한다면 그만큼 더 열심히 연습하면 될 일이고, 드럼을 연습하는 것 자체만 재밌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추가로 덧붙이자면, 결국 드럼도 박자를 따라 손발을 움직여 연주하는 악기다. 화려하고 복잡하고 멋있는 드럼 솔로잉 영상을 보고 겁부터 먹지 말자. (지금은 이렇게 말하지만 처음엔 나도 반쯤 겁부터 먹고 시작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일정한 흐름대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손발이 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그러하더라도 결국 왼발과 오른발, 왼손과 오른손 모두 박자를 타다 보면 자동으로 따라붙게 되더라.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재밌게 즐기고 있다 보면 자동으로 몸으로 익힌 박자를 연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결국 취미생활이기 때문에, 내가 즐겁기만 하면 끝이다. 연습할 시간이 없다면 느긋하게 배우면 될 일이고, 복잡하고 힘든 연주가 목표라면 더 즐겁게 열심히 연습하면 된다. 나도 이런저런 고민이나 걱정을 끌어안고 드럼 연습실 문을 두드렸지만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드럼만 친다. <the Trooper>와 <Eye of the Tiger>의 드럼 커버가 목표였지만 결국 드럼 자체가 재밌어서 처음엔 매일같이 연습에 나가곤 했다. 어디 가서 '드럼이 취미예요' 하면 흥미롭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기도 한다. 어쨌든 드럼은 멋있다!
연습실에 가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드럼 연습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보다 어리고 작은,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친구도 있었고, 나이가 많은 어르신도 계셨다. 만약 드럼을 배우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주변에 있는 드럼 레슨을 찾아보길 추천한다. 망설이면서 고민만 계속하다 보면 흥미도 떨어지는 법이다. 아마도 드럼에 흥미가 생긴 지금이, 드럼을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