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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bunch of Favorite Jul 11. 2022

열세 번째 취향 : 정우

나를 한 번만 더 달에 데려다줘

구글 계정으로 연동해놨던 브런치 계정을 드디어 찾았다! 조금 오랫동안 찾아 헤매느라 이 아이디, 저 아이디로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장장 일 년 가까이가 지나서야 찾아버렸다.


계정을 까먹고 있던 동안 플레이리스트는 쌓여만 갔고, 취향은 정돈되지 않은 채로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기만 했다. 드디어 계정을 찾았으니 최근 사랑에 빠져있는 아티스트를 기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구든 제발 이 사람 노래를 한 번만이라도 더 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한가득이다. 이렇게 브런치에 적어놓는다고 해서 누가 볼까 싶지만, 그래도 인터넷을 헤엄치는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봐주길 바라는 그런 아주 작은 소망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렇다.




요 몇 주 동안은 정우의 노래와 사랑에 빠져 살고 있다. 우연찮게 알고리즘의 선택으로 듣게 됐는데, 듣는 그 순간 나는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출근하고 난 후 커피를 내리고, 자연스러운 루틴처럼 유튜브 뮤직에서 랜덤 재생을 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름 입맛을 맞출 줄 아는 알고리즘은 아침 11시쯤 내게 정우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첫 곡은 '공중댄스'였다.


감성적이어야 할 것 같아서 넣었다는 사진.


분명 처음 듣는 노래였지만, 아주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첫사랑을 마주한 순간 같았다. 나는 그 이후로 앨범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길에서, 사무실에서, 퇴근길에서, 집에 온 이후…. 사실은 헤어 나올 생각을 안 한 것도 있다. 정우의 목소리와 기타 소리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노래를 듣는 순간 내가 가지고 있던 꿈을 생각해버려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가끔 생각한다. 꿈을 찾아와서 평생의 직업으로 삼았지만 상상과는 전혀 다른 현실에 목매단 채 살고 있는 내 모습이 불투명하게 비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어렴풋이 기억나네요, 내 아득했던 지난날의 꿈
슬프대도 소용없네요


사랑 노래일 수도 있지만 내겐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산산조각 나고 흩어진 꿈에 대한 노래가 아닐까, 생각했다. 공중댄스라는 노래 제목은 <공중 그네>를 연상시키기도 충분했다.




물론 여기서 그냥 끝났다면 그저 그런 우울한 노래로만 남았겠지만, 하필 내가 들은 두 번째 들은 정우의 노래가 '나에게서 당신에게'였다. 우울과 감성을 벗어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노래는 오랫동안 내 머리와 마음에 콕콕 박혀버렸다.


온 스테이지 2.0에서 정우가 부른 <나에게서 당신에게>


나를 한 번만 더 달에 데려다줘


노래를 듣고 생각난 건 영화〈인사이드 아웃〉이었다. 아픈 것은 아픈 대로, 예쁜 것은 예쁜대로. 있는 그대로의 것은 그렇게 두고, 다시 먼 곳으로 떠나는 여정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나를 달에 데려다줄 테니 말이다.




올해 펜타포트에는 인디 가수들이 많이 와서 살짝 기대했지만, 정우라는 이름은 라인업 안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운 날 새벽에 들으면 정말 기분이 좋을 것 같았는데 너무 아쉽다. 다음번에 홍대에서 공연이 있다면 꼭 찾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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