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쉽게, 자극적인 한 입의 맛
〈Paper.io〉와 〈Hole.io〉, 둘 다 플레이 해보지는 않았어도 익숙한 배너 이미지일 것이다. 유튜브를 보다가, 게임을 보다가, 어떤 일을 하다가 광고가 뜰 때면 한동안 엄청나게 보였기 때문이다.
두 게임의 공통점은 프랑스의 게임 개발사 《Voodoo》에서 개발한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라는 점이다.
하이퍼 캐주얼. 굉장히 낯설게만 느껴지는 장르는 플레이 하기 쉽고, 무료로 할 수 있으며, 최소한의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easy-to-play, and usually free-to-play; they also feature very minimalistic user interfaces.)
2017년부터 유명해지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내가 paper.io를 처음 접한 것도 그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충실한 광고 시청자이자 리워드 수집가로서 광고를 본 이후 참을 수 없는 충동에 시달려 앱을 깔았고,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 건강식만 먹다가 불량식품을 먹은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짧은 플레이타임과 비례하는 쉬운 인터페이스는 굉장히 중독적이었다.
이걸 하이퍼캐주얼이란 장르로 칭한다는 것을 알게된 건 꽤나 최근이었다.
하이퍼캐주얼은, MMORPG를 선호하고, 만들고 싶은 사람인 나에겐 충격적이기도 했다. UX를 거의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단순하며 플레이 타임을 길게 가져갈 필요가 없다. 플레이가 순환되지도 않는다. 손가락이 원하는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물론 단순한 전략은 필요하다. Hole.io에서는 다른 유저를 삼켜버린다던지 하는, 그런 것들.)
수익의 대부분은 배너광고, 리워드 시청, 중간 광고로부터 나온다고 한다. 사실 상 게임 내 유료 결제는 없는 셈이다. 인게임을 통해 얻는 수익은 없고, 광고 수익만 있는 것이다.
그게 또 하나의 놀라운 점이었다. 《Voodoo》는 생각보다 투자를 탄탄하게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단순한 수익 구조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개가 넘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들은 전세계에서부터 광고 수익을 끌어오고 있으니 그럴만 하다 싶다가도, 광고만으로도 이게 가능한가 싶기도 하다.
Whatsapp에서는 메신저 안에서 채팅을 하던 친구와 하이퍼캐주얼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 메신저 위챗도 역시 메신저 안에 미니게임을 포함한다.
이것 또한 새로운 전략인 듯 싶다. 위챗의 미니게임에는 단순하지만 난이도는 높은 게임도 있다고 한다. 그런 게임을 메신저 안에 넣어둔다는 것은, 손쉬운 접근성을 더 극대화한 전략으로 보인다.
가끔 인게임 광고를 보면서, 인생의 30초를 허비하고 있다고 낄낄거릴 때가 있다. 그러다 가끔은 드라마 업로드처럼 광고에 둘러싸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슬퍼질 때도 있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자 게이머로서, 하이퍼 캐주얼은 신기하면서도 한 편으론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일으키는 장르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