Épilogue
안녕, 내 사랑 마리벨!
세 번째 매거진 《내 사랑 마리벨》을 끝내고 나니 어느덧 날씨가 제법 싸늘해져 있었다.
글에 빠져 살았던 지난 40일간,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마냥 좋았던 시절은 아니었기에 그 시절의 감정이 되살아나서 힘들긴 했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도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때는 당연하다고 느꼈던 일들이 지금 시대와는 너무 달라서 터무니없기도 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나의 어린 시절 많은 영향을 주었던 책이라 그 당시엔 나도 그러한 불합리한 편견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었다.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을까?
어릴 때도 그들은 행복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너무나 많은 것을 알아버린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
둘 사이의 감정을 떠나 런던에서의 삶이 그들에게 꽃길만 있지는 않을 것 같았다. 마리벨을 바라보던 영국 귀족들과 망명한 프랑스 귀족들의 시선이 달라질 계기는 여전히 없기 때문이다.
순탄하지 않을 마리벨의 삶이 불쌍했었고 너무 몰입하기도 했었기에 그래서 소설이길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렴풋이 떠오르는 이야기, 그들의 속편에 대해서 전해 들은 기억이 났다.
김영숙이 그린 《사랑의 천사》는 《내 사랑 마리벨》의 속편이다.
로버트와 함께 런던으로 돌아간 마리벨이 결혼을 앞두고 자신을 위해 죽어간 이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갑자기 결혼할 수 없다며 프랑스로 돌아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하지만 전해 들은 내용은 그야말로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그 기억을 지워버렸다. 내 기억에서 내 사랑 마리벨의 속편은 없는 걸로!
다시 책을 읽으며 한 자씩 타이핑하며 글을 입력하다 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무엇보다도 오타나 오기 등 어색한 글을 내 맘대로 수정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속 시원했다.
단행본으로 발간된 책이 아니고 연재해서 썼던 글이라 작가가 꼼꼼히 챙기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단순한 실수였을까?
첫 번째, 등장인물의 이름.
만화 《마리벨》에서 로베르였던 로버트는 소설 《내 사랑 마리벨》에서는 로버트로 나오는데 영국인이므로 로버트로.
오빠 안토와느는 실존 인물인 생 쥐스트의 본명을 따라서 앙투안으로. 좀 더 프랑스 식 이름처럼 느껴지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만화 마리벨에서는 필립이지만 소설 내 사랑 마리벨에서는 피엘 또는 피에르라고 되어있는 검은 장미는 피에르로 통일했다.
프랑스혁명 속 실존 인물들은 본명을 그대로 적었고 역사적인 사건을 추가했다.
두 번째,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연도 오류!
마리벨이 5살, 앙투안이 10살에 영국 도버에 버려졌다고 한다.
※마리벨과 앙투앙은 5살 차이.
1년 후에 마리벨이 로버트를 만났으니 마리벨은 6살에 로버트를 만난 셈이다.
마리벨이 로버트를 만나고 4년 후인 1774년 마리벨은 9살, 로버트는 12살이라고 적혀있다.
※마리벨과 로버트는 3살 차이.
하지만 마리벨이 영국에 온 지 5년째이므로 마리벨은 10살이 되어야 하고 로버트는 13살이 되어야 한다.
※도버에 왔을 때는 1769년?
다시 4년 후 1778년 로버트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데 마리벨 14살, 로버트 17살이란다. 하지만 4년 전인 1774년에 마리벨이 9살이라고 적혀있었으니 둘 중 하나는 오류인 셈이다. 작가의 실수?
※4년 전의 마리벨은 10살이 맞았던 셈이다.
마리벨이 14살일 때 런던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고 같은 해 레안드르와 함께 프랑스로 건너간다.
레안드르가 죽고 그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주기 위해 프랑스 각 지방을 돌아다니다가 파리의 퐁 뇌프에서 자살 시도를 했을 때가 1787년이라 적혀있다.
1778년에 프랑스로 왔으니 9년 동안 헤매고 다녔던 걸까 하고 몹시 의아했다. 9년 후면 마리벨은 23살이 되지만 자신을 15살이라고 얘기하는 부분이 나오니 1년이 지난 셈이다.
9년을 헤맸을까? 아니면 1년을 헤맸을까?
후자가 합당하다고 보면 1787년에 마리벨의 나이가 15살이 되어야 할 이유가 있었나 보다.
프랑스 대혁명은 1789년이다.
작가가 처음 글을 썼을 때와는 달리 프랑스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무리하게 프랑스혁명의 시간 순서에 맞추려다가 생긴 해프닝이 아닐까 싶다. 앞부분은 이미 연재되었지만 뒷부분이라도 프랑스혁명 당시 마리벨의 나이를 17살이 되도록 맞추려다가 무려 8년이란 차이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소설 《내 사랑 마리벨》은 프랑스혁명을 거치는 마리벨의 이야기지만 실존 인물인 생 쥐스트가 오빠로 등장하면서 프랑스혁명에 연도를 맞춘 느낌이다.
1767년생 루이 앙투안 레옹 드 생 쥐스트는 27살인 1794년 7월 28일에 파리 혁명 광장의 기요틴에서 죽었다. 그의 나이에 맞추면 도버에 버려졌을 때가 10살이니 1777년이 된다.
매거진 《내 사랑 마리벨》을 준비하면서 오타나 오기도 눈에 거슬렸지만 이런 연도의 오류가 너무 거슬렸다. 뒤죽박죽인 연도와 나이를 보면서 이건 꼭 수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설 《내 사랑 마리벨》을 역사의 흐름에 맞게 정리해 보았다.
《내 사랑 마리벨》 줄거리
기사의 칭호를 가진 농민 출신 경기병대 대위인 아버지 Louis Jean de Saint-Just de Richebourg와 드씨즈의 공증인 레오나르 로비노의 딸인 어머니 Marie-Anne Robinot 사이에서 태어난 생 쥐스트는 1767년 8월 25일 프랑스 니에브르 주 드씨즈에서 태어났다.
1767년생 앙투안이 10살인 1777년에 마리벨과 함께 도버에 버려졌고 앙투안과 다섯 살 차이인 마리벨은 1772년생이 된다.
마리벨 남매는 랜버트 공작의 도버 별장에서 보살핌을 받지만 앙투안은 어린 동생을 남겨둔 채 사라진다.
1년 후인 1778년, 마리벨은 별장에서 요양 중이던 랜버트 공작의 외아들 로버트를 만난다.
4년 후 작위 계승 문제로 런던에 갔을 때는 1782년, 마리벨은 10살, 로버트는 13살이다.
※상속 결정하기로 한 5년 후는 1787년이 된다.
마리벨은 런던에서 로버트와 함께 자라며 4년 후인 마리벨이 14살이 되는 1786년은 상속권 결정 1년 전이라 많은 일이 있었다.
마리벨과 로버트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만 자기로 인해 로버트가 곤란하게 되자 마리벨은 유랑 극단의 단장인 레안드르를 앞세워 로버트를 떠나 프랑스로 돌아간다.
9년 만에 조국 프랑스로 돌아가는 거라고 했으니 마리벨은 1786년 14살에 프랑스 땅을 밟은 셈이다.
프랑스에서 마리벨은 레안드르와 함께 공연을 다니지만 프랑스 왕립 극단 코메디 프랑세즈의 여왕으로 군림하던 잔느에게 귀족 모욕죄로 레안드르가 살해당한다.
레안드르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프랑스 각지를 헤매다가 1787년 파리의 퐁 뇌프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데 지나가던 다르 달랑 공작의 둘째 아들인 줄리앙에 의해 구조된다.
이때부터 잔느에게 연기로 복수하기로 다짐하며 배우로서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고 이때 마리벨의 나이는 15살이다.
코메디 프랑세즈에 입단하기 위해 들어간 듀가 존 연극학교에서 재회한 다르마가 5년 전에 런던 윈저 궁에서 마리벨을 만났다고 말했다. 마리벨이 10살일 때 로버트를 따라 처음으로 런던에 갔었는데 그때 만난 일을 말한다.
우연한 기회로 코메디 프랑세즈에 입단한 마리벨은 왕당파 배우들과 달리 자연스러운 연기로 차츰 대중의 지지를 받는 민중파 배우로 성장한다.
로버트와 꼭 닮은 외모의 다르 달랑 공작의 둘째인 줄리앙은 로버트의 대역이라도 좋다며 마리벨의 곁에 머물며 헌신적인 도움을 주지만 아무리 해도 로버트를 지울 수 없음을 깨달은 줄리앙은 마리벨을 떠나 사라진다.
이런 와중에 1789년 프랑스혁명이 발발하고 시민군에 쫓기는 귀족들을 구하기 위해 어디선가 빨간 장미가 나타나 활약한다.
잔느와의 대결만을 꿈꾸던 마리벨에게 12월 20일 《동백장의 텔레즈》로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사람이 이기는 대결의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잔느의 친모인 릴리아나의 계략으로 마리벨은 공연을 못하게 되고 잔느는 공연 도중 체포되게 되는데 마리벨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막아서게 된다. 이런 과정 중에 잔느가 빨간 장미에게 구출되자 마리벨은 빨간 장미의 일당으로 몰리게 되어 레미와 함께 혁명 재판을 받게 된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당하기 1년 전이니 1792년인 셈이다.
이때 그동안 플로렐이란 이름으로 마리벨에게 도움을 주었던 앙투안이 마리벨을 변호하며 자신이 오빠라는 사실을 밝힌다.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오빠와 재회한 마리벨은 누명을 벗기 위해 빨간 장미를 잡기 위한 함정을 판다.
쫓기는 귀족 역할을 하던 마리벨은 마침내 빨간 장미에게 구조되지만 영국 귀족이란 단서만 알고 빨간 장미를 놓치게 된다.
영국 귀족을 위한 파티로 빨간 장미를 잡기 위해 다시 함정을 파지만 그곳에서 자신을 구하기 위해 영국에서 온 로버트를 만나게 된다.
로버트는 마리벨을 4년 만에 만났다고 하나 마리벨이 프랑스에 온 것은 1786년이다. 1792년 12월 20일 이후인 시점을 감안하면 6년 만에 만난 셈이 되지만 앙투안이 마리벨에게 생 쥐스트가 오빠인 걸 로버트에게도 밝히지 말라고 하는 걸 보면 루이 16세가 처형당한 1793년 1월 21일 이후가 될 수도 있으니 7년 만에 로버트를 만난 셈이 될 수도 있다.
마리벨과 로버트는 도망치듯 프랑스를 떠나 무사히 런던으로 돌아가지만 영국으로 망명한 프랑스 귀족들의 편견과 오해로 인해 로버트와의 사이는 한순간에 멀어진다.
먼저 약혼을 취소한 마리벨은 로버트와 헤어져 런던 연극 무대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지내게 된다.
피에르는 잔느가 갇혀있는 줄로 오해하고 잔느를 구하기 위해 빨간 장미의 정체를 쫓아 런던으로 와서 검은 장미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파리에서만 활동하는 빨간 장미를 런던으로 유인하기 위해 영국으로 망명해 있던 프랑소와를 죽인다.
1793년 10월 13일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당하기 직전인 9월 27일에 마리 앙투아네트를 구출하고자 로버트는 프랑스로 떠나려고 계획했지만 검은 장미 피에르의 계략으로 때를 놓치게 되고 빨간 장미라는 사실만 탄로 나게 되지만 이 사실을 모르고 로버트는 파리로 떠난다.
정체가 탄로 난 사실을 로버트에게 알리기 위해 마리벨은 급히 파리로 돌아오게 되지만 이미 로버트는 지명수배를 받아 쫓기는 상황이 되었고 마리 앙투아네트의 구출 작전은 실패하게 된다.
1794년 7월 27일 테르미도르의 반동으로 생 쥐스트가 체포되는데 이 사실을 알리러 마리벨을 찾아온 로버트는 오빠를 구해달라는 마리벨의 다급한 외침에 그제야 생 쥐스트가 마리벨의 오빠 앙투안임을 알게 된다. 마리벨과 생 쥐스트를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연인으로 오해했던 것을 후회하며 앙투안을 구해내지만 결국 그는 국민공회 군의 총을 맞고 부상당한 채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로버트는 유랑 극단 속에 피신해서 목숨을 건지고 유랑 극단에서 지내던 줄리앙이 그를 대신해 국민공회 군의 추적을 따돌린다.
7월 28일 앙투안은 혁명 광장에서 기요틴의 이슬로 사라지는데 잔느가 처형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잔느 또한 1794년에 생을 마감한 셈이다.
앙투안이 처형당한 직후 소식을 전해 듣고 달려온 마리벨은 혁명 광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런 마리벨에게 달려온 줄리앙은 마리벨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마리벨은 로버트 대신 줄리앙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오빠에 이은 로버트의 죽음에 충격을 받게 된다.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죽고 살아갈 의욕을 잃은 마리벨은 오빠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기 위해 도버의 흰 꽃이 핀 언덕으로 향한다.
도버에 도착한 날이 다음날이라고 했으니 1794년 7월 29일, 절망에 빠져있던 마리벨은 줄리앙 덕분에 목숨을 건진 로버트를 다시 만나게 되고 이들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이 난다.
재미로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너무 진지해져 버렸나 보다. 그냥 타이핑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큐레이터 시절, 전시 도록 교정 작업을 하던 오랜 습관 때문이었는지 결국 가볍게 넘기지 못했다.
프랑스혁명 당시 실존 인물들의 이름을 찾아보고 사건 순서를 정리하다 보니 프랑스혁명에 꽂혀버렸고 결국 너무 깊이 빠져버려서인지 나 또한 프랑스혁명을 거쳐온 기분이 들었다. 국민공회, 공안위원회는 매번 헷갈렸다.
내 사랑 마리벨 덕분에 프랑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생겼지만 지금은 영국이 더...
수십 년 만에 추억 속, 《내 사랑 마리벨》을 다시 끄집어냈지만 이제는 다시 추억 속으로 고이 보내야 할 때가 되었다.
부서져 버릴까 걱정하던 빛바랜 책 걱정은 이제 그만 한시름 놓아도 되었다.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읽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 뿌듯하다.
저처럼 어린 시절에 접했던 마리벨이 궁금했던 분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긴 시간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