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33

Astorga→Rabanal del Camino

by 안녕
Day 31.
Friday, June 26


다들 출발하고 혼자 식당에 남아 바게트를 먹었다.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키위까지 먹으며 느긋하게 즐겼다. 정말 떠나기 아쉬운 곳이다. 이곳에서 오스삐딸레라를 한다면 좋을 것 같았다. 문득 이곳에 다시 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에 뭔가에 물린 자국이 있고 발목에도 잔잔한 자국이 있는데 발진인지 물린 건지 잘 모르겠지만 너무 가려웠다. 설마 베드 버그는 아니겠지.




아스또르가에서 라바날 델 까미노에 이르는 거리는 길지 않지만 고도가 873M에서 1,152M까지 올라간다. 메세따가 끝나게 되는 이 구간에서 순례자는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고 종종 쉴 수 있는 마을들은 충분한 서비스가 있는 곳이다. 레온의 지루한 황무지가 끝난 것을 기념이라도 하듯 눈앞에는 거친 레온의 산맥들이 펼쳐진다. 과거 이 고장은 마라가떼리아로 불렸다고 한다. 우리의 남도 지방을 연상시키는 짙은 황토색의 밭과 기후는 사람들을 폐쇄적으로 만들었는데 그런 이유로 이 지방의 사람들은 아직도 같은 지방의 사람들끼리 혼인을 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다. 이 지방은 소박하고 부지런한 농부와 목동들이 사는 약 50여 개의 마을이 이루어져 살아가고 있다.




6시 50분쯤 나섰지만 아스또르가의 유명한 건축물들이 이어져 있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산따 마리아 대성당을 지나 구의 뻬드로 성당까지 그 웅장함을 보니 미처 찾아보지 못한 후회에 아스또르가를 벗어나기까지 40분이 걸렸다. 이윽고 마드리드와 아 꼬루냐를 연결하는 오래된 N-VI 도로를 건너 산따 꼴롬바 데 소모사 길로 접어들게 된다. 건널목에는 바르와 상점들이 늘어서 있으며 친절한 까미노 사인을 따라 계속 직진하여 발데비에하스 소성당 쪽으로 오래된 에세 오모 수도원을 만나면 발데비에하스에 도착하게 된다.




아스또르가와 접해 있는 발데비에하스는 인구 150명 정도의 작은 마을로 에세 오모 수도원 이외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다.

마을을 지나 공장 지대를 지나면 A-6 도로와 만나게 되고 도로를 지나면 까미노는 세 갈래로 갈라지지만 헤르가 강의 다리 앞에서 다시 만난다.

헤르가 강을 건너는데 누군가 J를 X로 수정해서 Rio Jerga를 Riu Xerga로 바꾸어 놓은 안내판이 보였다. 오면서 이런 낙서를 종종 봤었는데 외국인의 소행일까 생각했으나 독립을 원하는 까딸루냐 지방의 언어일지도 모르겠다.

다리를 건넌 순례자는 왼쪽으로 무리아스 데 레치발도로 이어지는 길을 택할 수도 있고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까미노를 따라서 까스뜨리요 데 로스 뽈바사레스를 들려볼 수도 있다. 까미노는 세 갈래 길 중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Castrillo de los Polvazares (875M)는 스페인의 역사 문화 단지로 지정된 작은 마을이다. 마라가떼리아 지방의 전통 건축인 전통적인 마구간과 성당 건축은 상당히 잘 보존되어 있다. 붉은빛이 도는 돌과 흰색 상인방, 초록색 문과 창문 등이 이곳 건축물의 특징이다. 거리는 넓고 마라가떼리아 지방의 마차가 다니기 쉽게 둥글면서 넓적한 돌로 포장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집의 현관, 중정 등의 크기도 마차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넓게 만들어졌다. 스치듯 지나는 가정집의 그림 같은 발코니는 절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전통음식인 Cocido Maragato를 맛보기에도 적당하다. 보통 식사 순서와는 반대로 먹는데 즉 처음으로 나오는 요리가 여러 종류의 고기이며 그다음으로 Garbanzos, 마지막으로 고기 국물로 끓인 Sopa de Fideos (길이가 짧은 파스타 면으로 만든 수프)가 나온다. 꼬시도 마라가또에서 맨 처음 맛보는 고기 요리는 소 앞다리, 육포, 돼지 족, 돼지 귀, 돼지 등, 초리소, 닭고기 등이다. 한편 바나 레스토랑에서 먹는 꼬시도 마라가또에는 모든 종류의 고기가 들어가지 않기도 한다. 또는 절인 돼지고기로 반죽해서 만든 미트볼과 부드러운 빵, 달걀, 마늘, 미나리 등이 가르반소와 함께 나오기도 한다. 고기부터 먹는 이상한 차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는데 가장 그럴듯한 이유는 이렇게 먹으면 음식이 차가워지지 않으면서 음식이 남으면 가난한 이들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통 걸어서 순례를 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이 음식은 권할 만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스페인 전통음식 식도락의 가장 극단에 있는 음식이기에 한번 시도해 볼만하다. 꼬시도 마라가또를 시도한 순례자는 두 가지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후식을 먹을 배가 남아 있지 않은 순례자 그리고 입도 대보지 못하고 쫄쫄 굶은 순례자다. 후식으로 나오는 과자를 꽂은 Natillas (바닐라 크림)와 아스또르가에서 가져온 Mantecadas의 유혹은 참지 말고 마음껏 욕심내도 좋다.

까스뜨리요 데 로스 뽈바사레스를 지나는 까미노는 붉은 황토 빛의 부드러운 땅이다. 마을의 출구에는 작은 운동장이 있는데 산따 까딸리나 데 소모사 직전의 레알 까미노와 만나기 전까지 한 시간가량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8시쯤 무리아스 데 레치발도에 도착했다.




서고트식 이름을 가지고 있는 Murias de Rechivaldo (881M)는 작지만 쾌적하다. 이 마을의 기원에 대해서는 1700년경에 홍수가 나서 원래 있던 주거지가 모두 파괴되었고, 헤르가 강변에 현재의 마을이 재건되었다는 것외에는 정확히 기록되어있는 것이 없다.

매년 8월 16일에는 까르네로 축제(Fiesta del Carnero)가 열린다. 축제날 아침 마을 사람들은 또르띠야, 파스타 등으로 라 파르바(La Parva)라고 부르는 간단한 아침을 먹는다. 그리고 오후에는 모든 마을 사람들은 모여서 직접 요리한 양고기를 먹고, 마라가떼리아 전통의 막대기 놀이를 한다.

Iglesia Parroquial de San Esteban
산 에스떼반 교구 성당은 18세기에 세워진 아름다운 성당으로 마라가떼리아 특유의 불그스름한 돌로 지어졌다. 황새의 둥지가 있는 종탑에는 계단이 붙어 있다.




초반은 그럭저럭 버텼으나 아무래도 액체류만 3L가 넘게 들어있는 배낭이 무거운 것도 있고 땀을 많이 흘려서 1.5L 오렌지 주스는 이미 다 마셔 버렸지만 화장실 가고픈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무리아스 데 레치발도에서부터 흰색의 작은 자갈로 이뤄진 황토 빛의 길로 이어진다. 마을을 등지고 이어지는 이 길은 4km에 걸쳐서 완만한 오르막길로 산따 까딸리나 데 소모사까지 인도한다.

9시 반쯤 산따 까딸리나 데 소모사에 도착했는데 작은 돌담길을 보니 마치 제주도에 온 듯했다.




Santa Catalina de Somoza (982M)는 덤불과 키 작은 떡갈나무, 목장으로 둘러싸여 있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소모사는 라틴어로 ‘산 밑’이라는 뜻이다.

마을 끝에는 순례자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라고 산이 있다. 이 마을도 마라가떼리아 전통 건축물이 있고, 종탑이 있는 성당도 있다. 마요르 광장에는 마라가떼리아 지방의 유명한 땀보릴레로(Tamborilero; 작은 북) 연주자인 아낄리노 빠스또르의 흉상이 있다.

마을을 지나는 레알 거리를 지나면 마을의 끝에서 십자가상을 만나게 되고 길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도로를 따라 걷다가 오른쪽의 까미노를 걸어야 한다. 꾸준히 오르막을 오르고 나면 멀리 폰세바돈의 모습이 보인다. 이제 엘간소에 도착한 것이다.




11시 엘 간소에 도착했다.

El Ganso (1,016M)는 스페인어로 거위 혹은 조금 모자라는 사람을 의미한다. 어떻게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엘 간소는 뗄레노 산과 이라고 산 사이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에는 떼이따다식 집, 짚을 넣어 빚은 벽돌로 만든 집이 몇 채 남아 있다. 이 집은 옛날 사람들 특히 켈트인들이 거주하거나 추수한 곡식을 보관하기 위해 지은 오두막에서 유래한 것인데 이러한 전통 건축은 대중 건축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Iglesia Pparroquial de Santiago
산띠아고 교구 성당은 마라가떼리아 특유의 불그스름한 돌로 지은 성당으로 전통적인 종탑이 있다. 순례자를 위한 그리스도의 소성당을 향한 작은 길이 나 있다.

Ruinas el Minas de La Fucarona
마을을 지나 2킬로미터를 직진하면 오른쪽에 상태가 양호한 라 푸까로나 광산 유적이 보인다. 로마인들의 광산이었던 이곳의 건물은 붉은 돌로 지은 것이 많은데 베르시아나스의 메둘라스 광산과 매우 비슷하다.




엘 간소에서부터 라바날 델 까미노까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반복된다. 오늘 폰세바돈까지 갈 것인지 고민도 했었지만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이쯤에서 포기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외진 곳에서 혼자가 되니 조금 무서워졌는데 마침 가디언 순찰차가 지나간다.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가는 동안 자주 마주친 걸 보면 이 주변을 계속 순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아스또르가에서 실종되었다던 그 여성 순례자는 아스또르가를 출발하고 나서 다음 마을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하니 아스또르가에서 실종된 게 아니라 라바날 가는 길 그러니까 여기 어디쯤에서 사라진 게 아닐까 싶다. 이런 산 속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하니 겁이 나서 까미노를 벗어나 차도를 따라 걸었다.

송전탑을 지나 레게리나스 계곡의 시내를 지나면 뻥 뚫린 평원이 나오는데 쉼터로 안성맞춤인 떡갈나무를 만나게 된다. 100년은 넘어 보이는 커다란 떡갈나무는 하루의 여정이 거의 끝났음을 알려주는 표지판이라고 했다. 하지만 들판 한가운데 커다란 그루터기가 있는 곳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고 그 옆에 안내판이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기엔 너무 힘이 들어 그냥 지나쳤는데 설마 그 떡갈나무가 운명을 달리한 걸까?




마라가떼리아 지방의 정취가 살아있는 Rabanal del Camino (1,152M)는 펠리페 2세가 지나가다가 밤을 지냈다는 방이 오늘날까지 보존되어 있는 마을이다. 라바날 델 까미노는 수많은 전설과 역사가 존재한다. 또한 마을의 이름에서부터 쉽게 알 수 있듯, 중세부터 순례자들이 찾아오는 마을로 오늘날까지도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마을 밖의 떡갈나무 숲은 순례자들에게 근사한 그늘과 휴식을 제공한다.

라바날 델 까미노의 베네딕토회 수사들의 작은 수도회 미사에서는 황홀한 그레고리안 성가를 들으며 기도 할 수도 있다. 까미노를 걷다 보면 다음 여정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폰세바돈을 멀리서 볼 수 있다. 폰세바돈은 까미노 프란세스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충분한 휴식을 가지면서 폰세바돈을 마음에 새겨보는 것도 좋다.

Ermita del Bendito Cristo de la Vera Cruz
벤디또 끄리스또 데 라 베라 끄루스 성당은 18세기에 만들어진 성당으로 마을을 향한 성당 입구와 공동묘지 그리고 휴식을 주는 떡갈나무가 인상적이다.

Iglesia Parroquial de la Asunción
성모승천 성당은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로 성당의 전면에는 앞으로 구부러진 형태의 로마네스크 창문 세 개가 보존되어 있다. 성모 승천 성당은 기적을 일으킨다고 한다. 폭풍우가 마을로 다가오면 신자들이 성당에 모여 성 바르바라에게 도움을 청하며 성당의 종을 치는데 그러면 폭풍우가 마을을 비켜가 해를 입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Capilla de San José
산 호세 소성당은 정직한 마부가 봉헌한 보석으로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있으며 내부에는 사도 야고보 상이 있다.

마라가떼리아의 정직한 마부
어느 날 이름을 알 수 없는 시장 상인이 마라가떼리아의 마부 호세 까스뜨로에게 커다란 상자 하나를 맡긴 후 자신이 그의 집으로 직접 찾으러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한 날이 한참 지나도 아무도 짐을 찾으러 오지 않자 마부는 상자를 열어 그 상자의 주인을 찾을 수 있는 기록을 찾으려 했다. 상자 안에는 값나가는 보물들이 가득했으나 누구의 것인지에 대한 단서는 하나도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죽을 날이 다가온 마부는 그때까지 고이 보관하고 있던 상자를 열어 산 호세 소성당을 짓는데 봉헌했다고 한다.




13시쯤 라바날 델 까미노에 도착했다. 수도원 알베르게로 가지 않고 공립으로 갔는데 마을에서 한참 벗어난 차도에 위치해 있었다. 아직 오픈 전이라 앞에서 기다리는데 바로 옆, 사립 알베르게 바르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 H와 J를 만났다. 오늘 폰세바돈에 가서 자고 내일은 뽄페라다까지 간단다. 나도 한번 도전해 볼만한 여정이기도 했으나 내일 28km가 넘는 일정을 소화해 낼 자신은 없었다. 내 능력은 여기까지다, 무리하지 말자.

사립 알베르게는 바로 등록할 수 있단다. 공립과 같은 5€, 분위기도 좋다고 그녀들이 추천을 해서 그냥 사립으로 들어갔다. 바르가 딸린 알베르게였지만 다행히 주방은 있었다. 사용하는 이가 없어서 한적하다. 아스또르가에서 보았던 파프리카가 아쉬워졌으나 그냥 파스타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신디 맥주 한 병을 마시니 치즈가 생각나는 게 어제 피자나 사 먹고 올 걸 그랬다.




Astorga→Rabanal del Camino 20.3km

○Astorga (873M)
●Valdeviejas (860M) 2.6km
■Castrillo de los Polvazares (875M) 2.2km
●Murias de Rechivaldo (881M) 2.1km
-Iglesia Parroquial de San Esteban
●Santa Catalina de Somoza (982M) 4.6km
●El Ganso (1,016M) 4.1km
-Iglesia Parroquial de Santiago
-Ruinas el Minas de La Fucarona
●Rabanal del Camino (1,152M) 6.9km
-Ermita del Bendito Cristo de la Vera Cruz
-Iglesia Parroquial de la Asunción
-Capilla de San José

240.2km/775.0km




Albergue de Peregrinos El Pilar -5.00€




바게트, 키위, 오렌지주스
초코 비스킷, 생수
파스타 라면, 콩요리, 샌디 맥주, 크래커


Coc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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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e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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