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60

Epilogue

by 안녕
Thursday, July 30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발톱 네 개는 집에서 무사히 제거했고 속 피부가 마르면서 새 발톱으로 거듭나고 있었지만 신발을 신기에는 부담스러워 집에만 있었다.

그리고 돌아온 지 삼일이 지났을 때, 혼자 키우다 직장 생활로 인해 부모님 댁으로 보냈던 강아지 몽이 꿈을 꾸었다.

유난히 햇살이 눈부셨다. 하얀 안개가 자욱한 까만 길에 까만 옷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길 한가운데 마냥 서 있었는데 몽이가 그들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기분이 이상했던 나는 몽이를 애타게 불렀고 몽이는 멈추어 서서 뒤돌아 보았지만 이내 다시 그들을 따라갔다. 내가 부르면 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던 몽이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몽이는 그들을 따라갔고 그렇게 하얀빛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꿈을 꾼 지 5일이 지났다. 오후에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는데 며칠 전 꿈이 생각나서 몽이 안부를 슬쩍 물으니 잘 있다고 하신다. 지금도 어머니 옆에서 내 목소리를 듣고 귀를 쫑긋 세우며 반기고 있단다. 어머니는 언제나처럼 나에게 언제 내려올 거냐고 물으신다. 다음에 갈게라고 말하는 여느 때와 달리 그날은, 몸이 너무 힘들었고 당분간 갈 일은 없을 거니 기다리지 말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세 시간 후,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몽이가 떠났단다.

어머니는 나와 전화를 끊고 여느 때처럼 몽이가 좋아하는 산책을 시키러 나가셨단다. 그런데 몇 발자국 걷던 몽이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집으로 들어오더니 마당에 계시던 아버지를 한번 쳐다보고 휴가를 떠나기 위해 잠깐 집에 들렀던 동생 방에 들어가서 동생 얼굴까지 보고는 그렇게 그대로 심장이 멎어버렸단다. 가족들에게 차례로 인사를 하고는 그대로 떠나버린 몽이. 내가 여행에서 돌아오길 기다린 게 아닐까? 그 긴 시간도 기다렸는데 내가 간다고 말했더라면 좀 더 기다려 주지 않았을까 자꾸만 후회가 되었다.

몽이는 꿈에서나마 나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왔었나 보다. 안녕, 몽아!




Epilogue


까미노의 추억은 몽이를 잃은 슬픔에 그대로 묻혀 버렸고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컨디션을 회복하면 까미노를 정리하려고 했었지만 까미노를 떠올리면 몽이 생각이 먼저 나서 계속 미루게 되었고 어느덧 4년이 지나버렸다.

평소 허벅지 힘으로 걷는 습관 덕분에 종아리는 괜찮았지만 발은 터질 것 같았고 몇 달이 지나도록 열기가 사라지지 않아 겨울 한파가 몰아쳐도 이불 밖으로 발을 내놓고 자야 했다. 몇십 년을 함께 해왔던 수족냉증은 까미노와 함께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지난 60일 동안 하루에 한 편씩 브런치 매거진을 발행하면서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진은 따로 등록하지 않았다. 이 길을 걸으려고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예쁜 사진으로 현혹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길은 분명 상상을 초월하는 예쁜 풍경을 가진 멋진 곳이지만 반드시 넘어가야 할 고비도 도처에 잠재하고 있는 곳이다.

오픈된 공간에 글을 올리면서도 나만의 기록이니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지만 내 글을 읽어주고 라이킷을 해주는 독자에게 힘을 얻은 건 사실이었다.

지난 시간 함께 해 준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




05.27~05.28 Paris, France
05.28~05.30 Lourdes, France
05.30~05.31 Bayonne, France
05.31~06.01 Saint Jean Pied de Port, France
06.01~07.12 Camino de Santiago, Spain
07.12~07.15 Santiago de Compostela, Spain
07.15~07.17 Fátima, Portugal
07.17~07.22 Lisbon, Portugal




Camino de Santiago

Saint Jean Pied de Port→Roncesvalles 25.6km
Roncesvalles→Zubiri 21.5km
Zubiri→Pamplona 20.3km
Pamplona→Uterga 16.8km
Uterga→Puente la Reina 7.2km
Puente la Reina→Lorca 13.3km
Lorca→Villamayor de Monjardín 18.0km
Villamayor de Monjardín→Viana 30.1km
Viana→Navarrete 22.2km
Navarrete→Azofra 22.6km
Azofra→Santo Domingo de la Calzada 15.3km
Santo Domingo de la Calzada→Belorado 22.7km
Belorado→San Juan de Ortega 23.7km
San Juan de Ortega→Burgos 26.7km
Burgos→Hornillos del Camino 20.6km
Hornillos del Camino→Castrojeriz 19.7km
Castrojeriz→Boadilla del Camino 19.3km
Boadilla del Camino→ Carrión de los Condes 24.6km
Carrión de los Condes→Calzadilla de la Cueza 17.0km
Calzadilla de la Cueza→Sahagún 22.6km
Sahagún→El Burgo Ranero 17.6km
El Burgo Ranero→Mansilla de las Mulas 19.2km
Mansilla de las Mulas→León 18.1km
León→San Martín del Camino 25.8km
San Martín del Camino→Astorga 24.0km
Astorga→Rabanal del Camino 20.3km
Rabanal del Camino→Ponferrada 32.9km
Ponferrada→Villafranca del Bierzo 24.1km
Villafranca del Bierzo→O Cebreiro 28.4m
O Cebreiro→Triacastela 21.1km
Triacastela→Sarria 18.3km
Sarria→Portomarín 22.4km
Portomarín→Palas de Rei 25.0km
Palas de Rei→Ribadiso da Baixo 25.8km
Ribadiso da Baixo→Pedrouzo 22.2km
Pedrouzo→Santiago de Compostela 20.0km




Camino de Muxía & Camino de Fisterra

Santiago de Compostela→Negreira 21.0km
Negreira→Santa Mariña 21.5km
Santa Mariña→Dumbría 23.7km
Dumbría→Muxía 19.6km
Muxía→Fisterra 29.0km+Faro 3.5km
Fisterra→Santiago de Compost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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