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England
Day 4.
Friday, April 28
오늘은 런던 근교의 Greenwich로 이동하는 날이다. Greenwich는 템스 강 남쪽에 있는 런던 동부의 지역으로 그리니치 구에 속해 있다. 또한 이곳은 그리니치 천문대와 본초 자오선(경도 0°), 그리니치 평균시(Greenwich Mean Time, GMT)로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오늘부터 2박 3일 동안 머무를 호스텔이 있는 Isle of Dogs는 런던 동부의 템스 강 북쪽 기슭에 있는 3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큰 반도인데 이 반도의 남쪽 끝, 템스 강변에는 1895년 8월 3일 정치인 Will Crooks에 의해 문을 연 Island Gardens가 있는데 그 산책로를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오늘 머물 호스텔 The Great Eastern, Docklands가 있다.
시티 오브 런던에서 그리니치까지는 튜브라고 부르는 언더그라운드를 타고 Bank 역에서 DLR로 환승해서 Island Gardens 역에서 내리거나 C10 버스를 타고 Bermondsey 역에서 188 버스로 환승해서 Cutty Sark for Maritime Greenwhick 역에서 내려 템스 강을 건너가는 방법이 있는데 40분~1시간 정도 걸린다. 초행길이니 긴장을 해야 하고 걸어가면서 볼 수 있는 구경거리를 놓칠 수가 있는데 지도를 보니 가는 길이 어렵지 않아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오늘 머물 그레이트 이스튼 호스텔로 가려면 템스 강을 건너 북쪽 강변을 따라서 동쪽으로 이동하여 카나리 와프를 거쳐 내려가도 되지만 템스 강 남쪽 강변을 따라 그리니치로 가서 Greenwich Foot Tunnel을 통해 템스 강을 건너가기로 했다. 강 아래로 걸어가는 독특한 터널이란다.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짐을 싸도 되는데 일찍 일어난 김에 장을 비우고 짐을 정리했다. 이 호스텔을 선택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짐을 무료로 맡길 수 있어서였다. 배낭을 메고 그리니치까지 걸어가는 것도 부담이지만 다시 이 호스텔로 돌아올 거라 굳이 배낭을 가지고 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필요한 짐만 갖고 이동하기로 했다.
8시에 펍에 내려갔더니 오늘은 큰 사과가 가득 있었다. 입맛은 없고 장을 비웠음에도 속이 불편해서 사과와 뜨거운 물을 챙겨서 바로 올라왔고 가면서 마실 믹스커피를 끓여 두었다. 오렌지 주스도 챙기긴 했지만 그리니치까지 걸어가려면 뭔가 먹긴 해야 할 것 같아 다시 내려갔고 억지로 시리얼과 사과를 먹고 커피를 마시며 런던 친구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으면 된 거다. 영원히 아웃!
침대 시트를 벗겨내어 반납하고 배낭을 챙겨 지하 리셉션으로 내려가 8시 반쯤 이른 체크아웃하고 배낭을 맡겼다. 2층 주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미니 커피를 득템 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열이 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레이트 이스튼 호스텔 체크인 시간에 맞추어 더 있다 출발하려고 했는데 앉아있기 답답해서 일찍 나서기로 했다.
날씨가 흐린데 '런던의 흐림'은 '곧 비가 온다'는 뜻이라 비옷을 챙기고 9시쯤 출발했다. 차도를 따라 걸으니 길은 어렵지 않았고 30분쯤 지나 Bermondsey Abbey 부근에 벼룩시장이 있어서 구경했다. 거리마다 고풍스러운 건물을 감상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거리가 깨끗했다. 영국은 강아지를 끌고 산책을 다니면서 뒤처리까지 잘하는 모양이다. 프랑스나 스페인은 그런 게 전혀 없어 눈살 찌푸리는 일이 자주 있었는데 말이다.
10시, 제법 규모가 있는 Southwark Park Bandstand에서 잠시 쉬었는데 사방이 연둣빛이라 마음이 편해졌다.
Southwark Park는 South East London 중심부의 Rotherhithe에 위치하고 있으며 London Borough of Southwark에서 관리하고 있다. 런던에서는 흔하지 않은 Walnut tree, Silver Maples, Red Oak, Swamp Cypresses 등의 나무가 있다. 1869년 문을 연 공원으로 Alexander McKenzie가 설계했다. 국립 복권인 Heritage Lottery Fund에서 250만 파운드를 지원받아 1999년 공원의 많은 부분을 보수했다.
공원 쉼터에서 사과 한 알을 먹고 출발하려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공원을 가로질러 갈까 생각했으나 가고자 하는 방향에 출입구가 있을지 자신이 없어 바깥길을 따라 20분쯤 걸어가니 반대쪽에도 공원 출입구가 있었다. 가로질러도 되었을 것 같았다. 비가 점점 심해지더니 바람까지 불어 제법 쌀쌀했다. 맥도널드가 보여 들어갔지만 오늘따라 속이 계속 불편해서 그냥 나왔다. 11시 40분쯤 그리니치에 들어섰고 Cutty Sark의 거대한 범선 앞에 도착했다.
Cutty Sark는 1869년에 스코틀랜드의 클라이드 강에서 진수된 클리퍼 범선이다. 마지막으로 건조된 클리퍼 선의 한 척으로 중국에서 차를 영국으로 신속하게 수송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하지만 1869년에 개통된 수에즈 운하를 사용할 수 있는 증기선과의 경쟁이 심해서 10년 이내에 차 무역을 포기했다. 1885년에 호주 시드니에서 런던까지의 최단 항해 기록을 수립했다. 이 범선은 1957년부터 런던 그리니치 지역에서 대중에게 박물관으로 공개되었다. 2007년 화재 때문에 큰 피해를 입었지만 2012년 수리 후 다시 공개되었다.
비가 흩날리고 있어서 발길을 돌렸다. 오늘 묵을 호스텔이 있는 아일 오브 독스로 건너가기 위해서 템스 강을 건너야 하는데 남쪽의 Greenwich와 북쪽의 Millwall을 연결하는 Greenwich Foot Tunnel을 걸어서 건넌다. 길게 이어진 터널 속을 한참 동안 걸으니 이상했다. 터널에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자 Millwall Island Gardens가 연결되어 있었고 강변 따라 산책 코스가 이어져 있었다.
The Great Eastern Docklands 호스텔에는 12시 넘어 도착했는데 체크인 시간까지 기다려야 해서 1층 펍에서 기다리다가 짐을 맡기고 나왔다. 아스다로 가기 위해 Millwall Park를 가로질러 가는데 지평선이 보일 정도의 엄청난 규모에 넋을 잃고 구경했더니 허기가 졌다. 아스다에 도착해서 따끈한 바게트를 보니 사고 싶었는데 오늘은 뭔가 나트륨이 듬뿍 들어간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샐러드라도 사 올까 고민했지만 속이 편하지 않으니 결국 그냥 돌아왔는데 참 바보 같았다.
체크인을 했다. 3층 4번 룸 5번 침대를 배정받았고 브렉퍼스트는 7시~9시란다. 3층으로 올라갔는데 룸마다 잠금장치가 되어있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데 열기 힘들었다. 열쇠로 아무리 돌려도 열리지 않으니 안에서 누군가 열어주는데 뉴질랜드에서 온 금발머리다. 왼쪽으로 세 번 이상 돌려야 한단다. 3층 침대 4개가 붙어있는 12인실은 커다란 공간에 침대 4개가 있으니 여유 있어 답답하지 않았다. 개인 라커도 있지만 따로 보관할 짐이 없어 사용하진 않았다. 내 침대는 3층 침대의 가운데 자리인데 내 침대만 난간이 없었다. 뭐 아쉬운 대로 그냥 쉬기로 했다.
컵라면을 먹어야 하는데 주방이 없어서 뜨거운 물을 얻지 못할까 봐 걱정했으나 펍에 내려가서 물어보니 흔쾌히 물을 부어주어 창가에 앉아서 컵라면을 먹었다. 주방을 쓸 수 없을 때를 대비하여 챙겨 왔던 컵라면은 사실 필요가 없었지만 비 오는 거리를 바라보며 먹으니 오늘은 따끈한 국물이 마냥 좋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도버 캐슬에서는 봉지라면을 끓여 먹고 컵라면을 챙겨 올 걸 그랬나 싶었지만 부피 줄이고픈 마음이 더 컸고 오늘로써 컵라면을 모두 해치웠다.
3층은 화장실과 욕실이 같이 있는 구조라 좋다 싶었는데 샤워하러 들어갔더니 물을 어떻게 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뉴질랜드녀에게 물어보니 자긴 아직 사용해 보지 않아 모른단다. 1층에 내려가서 물어보고 와야 하나 고민하다 2층에 내려가 보니 사진에서 봤던 화장실에다 일반적인 샤워실이 있었다. 수건만 챙겨 오라더니 뜨거운 물도 잘 나오고 샤워젤도 있었다. 위치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가격도 싸고 대형마트도 있으니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숙소에서 쉬려로 했는데 중간 침대라 은근히 불편했고 무엇보다 매트리스 상태가 최악이었다. 가운데는 이미 꺼져있었고 스프링이 울퉁불퉁 튀어나와 있어 누워 있으면 찔러댔다. 바꿔 달라고 해야 하나 고민했으나 어느새 빈 침대가 없어서 그냥 참기로 했다. 이 가격에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싶었다.
창문 너머로 템스 강이 보이고 철썩이는 소리가 꼭 파도 소리처럼 들려 바닷가에 있는 기분이었다. 속이 불편하고 두통이 가시지 않아 산책을 나갔고 템스 강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는 산책로를 한참 걸었지만 편해지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를 정리하고 청소하고 장을 비우고 샤워하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게 아침의 루틴이었다. 난 매일매일 장을 비우는 편이라 변비 있는 사람들은 그런 나를 마냥 부러워하지만 사실 난 변의를 느끼지 못한다. 신호가 오면 화장실을 가는 게 아니라 하루에 한 번 장을 비워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간을 정해놓고 최선을 다 할 뿐이고 화장실을 언제 갔었는지 반드시 기억해야 했다. 착각으로 인해 40시간을 넘기게 되면 후폭풍은 엄청난 고통과 함께 찾아오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아침에 장을 비운 날이면 오늘 숙제는 끝난 셈이지만 무언가 계속 불편하다면 다시 시도해 봐야 했다. 이미 두통과 함께 울렁증이 생겼는데 역시 오늘은 남아있던 녀석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속이 편해지니 오늘도 저녁부터 졸리기 시작했다.
City of London→Greenwich 8km
○London
●Southwark Park
●Greenwich
●Cutty Sark
●Greenwich Foot Tunnel
●Island Gardens
●Millwall Park
The Great Eastern +B 9.58£+1.90£ 체크인 14:00, 12인실 R4 B5
(1 Glenaffric Avenue, Isle of Dogs)
The Great Eastern +B -1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