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이처럼 무조건적인 공감과 위로를 받고 싶을 때가 있다.
어른이 된다고 그 바람이 사라지진 않는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모습을 숨기고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위로 따윈 필요 없는 척, 혼자서도 괜찮은 척.
얼마 전, 위로를 받고 싶었던 자리에서 처참히 소외되는 경험을 하곤, 아이처럼 소리내어 엉엉 울고 싶어졌었다.
아무런 기대가 없었다면 역시나, 했을텐데
혹시나, 하는 마음 뒤엔 간절함이 숨어 있었나 보다.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같은 무리었던 이들과 시간이 흐르며 점점 다른 위치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은 혼란스러운 경험이다.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늦깎이 대학원생이 되었을 때에도,
사역을 하는 남편을 따라간 낯선 교회에서 사모로 불릴 때에도,
결혼 6년차이지만 아이를 낳지않고 있는 지금도.
나를 자신들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 결론짓고
처음부터 거리를 두고 있는 이들을 마주해야 하는 내 마음이,
또 하나부터 열까지 나의 이야기를 구구절절이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이제는 더 이상 괜찮지가 않았다.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겨우 주워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머리가 새하얗게 흰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생각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도 이러할까.
어딜가든 환영받던 젊은 시절에 모습에서, 이제는 하나하나씩 누군가의 손길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
마음은 이팔청춘이지만, 이제는 누군가에게 번거로운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그런 생각에까지 이르고 나니 거짓말처럼 마음에 고요가 찾아왔다.
누구나 외로움의 자리 하나씩은 가지고 살아간다.
누군가에게는 나이 들어감이, 어린시절 부모의 이혼이, 또 누군가에게는 다른 이들과는 다른 정체성이.
또 다시 나를 검열하는 어떤 이의 눈빛과 태도를 마주할 때면, 마음 속으로 이야기를 건네어 본다.
당신의 외로움의 자리는 어디인가요,
나의 외로움의 자리를 발견했다면 나를 조금만 더 이해해 줄 순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