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설익은 거 아닙니다
리조또는 사실 우리나라의 이딸랴밥집에서 손님에게 내기 어려운 접시가 맞다.
첫째는 조리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생쌀부터 조리하기 시작하는 리조또를 내려면 40~45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참고 기다려줄 손님은 없다.
욕 먹기 딱 좋다.
둘째는 우리나라의 쌀 품종이 리조또를 조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잘 만든 리조또 접시는 쌀알 한 알 한 알이 뭉치지 않고 따로 놀아야 한다.
리조또를 조리할 때 물을 한꺼번에 붓지 않고 계속 저어가며 조금씩 부어주는 것도 그런 이유다.
쌀알들이 물에 불거나 서로 달라붙지 않아야 한다.
리조또는 이딸랴 카롤리나종이나 비알레종의 쌀로 조리해야 제맛이 난다.
그래서 우리나라 쌀로 조리를 하려면 올리브유로 생쌀을 토스팅하고 리조또를 조리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래도 아쉽다.
리조또 특유의 알덴테의 식감을 내기 어렵다.
스페인의 빠에야가 볶음밥과 밥의 중간 정도의 맛이라면
이딸랴 리조또는 밥과 죽의 중간 정도의 맛이어야 하는데
우리 쌀로 조리하면 죽 쪽으로 너무 가버린다.
이딸랴에 머무르던 시절
최대 쌀 유통업체인 리조갈로사를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생쌀은 수입불가지만
관심이 가는 제품이 있었다.
리조또 프론토와 리조또 엑스프레스
생쌀에 샤프란, 치즈, 버섯 등을 첨가한 반가공 제품들이다.
리조또 프론토로 한국에서 리조또 접시를 내면 어떨까?
미친 거 아냐? 그럼 리조또 한 접시에 얼마를 받을 건데?
그 미친 짓을 지금 도비점빵에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이딸랴쌀을 사용한다고 해도
이렇게 드셔야 제대로 된 리조또가 맞습니다 고집을 부릴 수는 없다.
사실 알덴테보다는 조금 오버쿠킹 된 리조또 접시를 낸다.
오늘 점심타임
조금 덜 익은 것 같다는 손님의 말씀에
일단 설명을 드리고 정 불편하시면 조금 더 조리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손님이 가신 후 테이블에는 반이 넘게 남겨진 리조또 접시가 남아있다.
속상하다
요리하는 사람들이 가장 기분이 좋을 때는 말갛게 비워진 접시가 주방으로 돌아올 때다.
분명 충분히 조리된 상태지만
말씀만 해 주시면 더 조리해 드릴 수 있었는데
접시를 치우러 나갔다가 맥이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