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bedobedo Apr 29. 2018

기업문화에 대한 오해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본 문화란

기업문화. 


회의 때 문화를 주제로 논의를 하다 보면 누군가는 신앙처럼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는 '정의할 수 없는 그 무엇'으로, 누군가는 회식이나 휴가 같은 복지에 대하여, 또 누군가는 보여지는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애석하게도 'Good to Great'의 짐 콜린스 역시 문화를 일종의 '컬트적인 무엇'이라고 정의를 하였는데, 결과적으로 형성된 문화를 외부에서 본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내부에서 결정하는 문화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 업종에서 인사위원장을 맡으면서 일을 하다 보니 한 번쯤은 정의를 해야 하는 단어인 것 같아 간단히 정리를 해 본다.



1. 기업문화는 복지가 아니다.


기업문화와 관련된 키워드는 휴가, 워크숍, 회식 등이다. 아마 90년대부터 전통적인 기업들이 좋은 복지를 문화처럼 표현해서지 않을까 싶다. 


처음 기업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떠오른 생각은 '구글은 회식을 할까', '아마존은 해외로 워크숍을 떠날까'처럼 업계를 창조해낸 거인들의 초장기 시절을 생각해 보는 것이었고,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우리가 지금까지 말한 상당 부분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복지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복지는 직원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데, 문제는 복지는 전략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전략이란 경쟁자가 할 수 없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상호배타적인 안을 결정하는 것, 즉 Trade-Off에 대한 결정이다. 바꿔 말하면 Trade-Off가 아닌 결정을 전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복지는 대부분 Trade-Off가 아니다. 업계 1위를 목표로 하는 회사라면 적어도 지금은 2등, 3등, 혹은 4등이라도 인재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을 것이고 이와 같은 논리로 동종 업계에서는 회사에서 가능한 최고의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복지만으로는 차별화가 될 수 없다. (스타트업에서 꼭 워크숍이나 휴가가 아니라도 해당 비용을 인센티브에 더해 주는 것도 넓게는 복지 패키지에 포함된다 생각한다)



2. 기업문화는 회사의 전략, 즉 Trade-Off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기준을 구성원에 전하는 것이다.



재무적인 여건이 허용되었을 때 직원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은 복지이다.


모든 직원들에게 최신형 맥북을 제공하는 것 - 복지다.

매년 해외로 워크숍을 가는 것 - 복지다.

휴가일수를 늘리는 것 - 복지다.

회사에서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 - 복지다.


그럼 문화란 무엇일까.


출시일이 늦어지더라도 제품 완성도를 올리는 일 vs 출시일에 맞춰 제품 완성도를 맞추는 일 - 문화다.

일요일에 메일을 보내는 것 vs 일요일에 메일을 보내지 않는 것 - 문화다.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것 vs 정시출근을 규정하는 것 - 문화다.

비용을 철저하게 체크하는 것 vs 비용을 자율화하는 것 - 문화다.

워크 앤 밸런스를 강조하는 것 vs 워크를 강조하는 것 - 문화다.

프리랜서 활동을 허용하는 것 vs 프리랜서 활동을 허용하지 않는 것 - 문화다.


재무적인 여건과 관계없이 Trade-Off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 문화이다.


아마존은 문짝을 뒤집어 책상으로 사용하는데, '최저가, Client First'의 메시지를 조직에 전달한다. 반대로 Law Firm의 직원들은 최고급 마호가니 책상을 사용하는데, '성과에 대한 책임'을 느끼게 한다. VC인 호로위츠는 미팅에 1분 늦을 때마다 10달러의 벌금을 매기는데, '창업가를 존중한다'는 정신을 공유한다.


다시 말해 의사결정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모든 메시지가 바로 문화이다.



3. 문화를 어떻게 만들지 궁금하다면


만약 이 글을 보고 '좋았어, 그럼 우리 회사의 기업문화는 어떻게 만들지?'라는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거나 회사의 복지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문화는 Bottom-Up으로 형성되는 체계가 아니라 C-Level에서의 결정, 혹은 임의적인 행동이 Top-Down으로 전달되며 형성된다. 새롭게 들어온 사람이 '저는 과정보다 결과에만 책임지는 문화가 좋기 때문에 정해진 업무시간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CEO가 '재택근무를 하고 인사평가를 분기별로 합시다'라고 하는 것이 문화 형성의 방법이다.


재무부서에서 '모든 비용은 합리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비용절감이 필요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임원진이 자신의 영수증을 찍어 이메일로 공유하는 것이 문화가 형성되는 방법이다.



4. 개인적인 경험담


나 역시 과거에는 문화를 일종의 복지에서 바라보았다. 회식을 더 한다고, 워크숍을 더 간다고 퇴사할 사람이 유지되거나 제품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생각하진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우리 회사는 공식적인 회식이나 워크숍이 없다.


하지만 여러 성공, 실패사례를 겪다 보니 외부에서 회사를 보는 시각이 상당이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례로 고객과 업무를 할 때 우리는 'CEO Perspective'가 무엇 일지를 가장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내부에서 회의를 할 때도 의사결정자 입장에서 다른 Option은 무엇이 있을지를 먼저 고민해보고 우리가 제안하는 해결안이 최선책이 될 지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다. 그 결과 우리가 직접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주는데, 그래서 한 번의 업무는 맡지 않더라고 다음 업무를 맡기고 싶어 고객이 연락할 때가 많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직접 맡지 않는 업무에서도 같은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어 우리 회사의 문화가 알게 모르게 형성되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이렇게 One Team이 되어가는 과정에 영향을 주는 어떤 원칙이 있다면, 그 원칙이 바로 문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tsy의 CTO(이제는 전 CTO)는 이에 대하여 굉장히 멋진 말을 하였는데, "Technology is the product of the culture that builds it."라는 것. 배울 점이 많은 글이라 함께 읽는 것을 권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실패한 제품, 당신의 해결책은 무엇입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