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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bedobedo Jan 16. 2016

언어는 대상을 표현하는 라벨이 아니다.

고양이를 새롭게 인식하려면

우리는 보통 눈 앞에 실재하는 물리적 대상에 대한 언어의 라벨을 붙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고양이' 라는 실체가 먼저 존재하고 그것에 대하여 '고양이' 라는 말을 붙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언어의 역할을 이렇게 대상을 표현하는 것일까?

철학자 소쉬르는 의미와 언어가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에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고양이를 생각해 보자. 암고양이, 길고양이, 빠삐용 고양이, 숏헤어 고양이, 스핑크스 고양이, 러시안 블루 고양이 등 다양한 고양이가 있지만 만약 우리는 그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고양이의 종류를 어떻게 지칭해야 할 지 지르는 상태에서는 그저 고양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인식한다.


즉 고양이의 종류와 그 차이는 처음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눈이 파란 것은 러시안 블루 고양이야' 라는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이제부터는 눈이 파란 고양이를 다른 고양이와 구분하여 인식할 수 있고 자신이 아는 고양이의 세계가 확장된다. 고양이는 비차별적 존재에서 차별적 존재로 변화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프랑스어의 '나비'와 '나방'을 예로 들 수 있다. 프랑스어에서는 나비와 나방 모두가 '빠삐용' 이라는 한 단어로 지칭된다. 즉 프랑스사람들은 나방과 나비를 구분하지 않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언어는 다른 뭔가를 나타내는 대리물이 아니다. 구분된 세계에 언어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언어가 세계를 구분짓는 것이다.

우리는 언어가 지시하는 것과 지시되는 것을 떼어 놓고 세계에 대해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근대까지 철학이 주장하는 '실체'와 '본질'이라는 것이 절대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언어가 없이는 절대적인 실체와 본질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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