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용남 May 14. 2016

우리는 설현, 지민을 집단 폭행하는 것이 옳은가?

죄명 :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 죄. 감히. 


AOA의 이번 사건을 방금 전에 알았는데, 정말 매우 놀랐다.


세상에.. 그냥 잘 모르는구나 하면 끝날 일을..

지금 AOA 욕하는 사람들 중에 진짜 근현대사를 잘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원래 인간은 얕은 지식을 갖고 있을 때 목소리가 큰 법이다. 사람들이 AOA 욕을 하기 시작하는데 자기 스스로도 딱 사진 보고 안중근 의사라는 것까지만 알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까? 그 불안감이 오히려 한 개인에 대한 집단의 폭력성으로 변질된 것인가?


이름 모를 남자의 사진 한 장만 보고 안중근 의사인걸 알아맞힐 수 있으면 역사의식이 옳은 건가? 그 당시, 일본의 제국주의는 무엇 때문에 시작이 된 것이고, 그로 인해 한반도가 어떻게 일제시대로 넘어갔으며, 독립운동의 주체는 누구였고 어떤 이데올로기가 그 안에서도 발생했는지 아는 사람 얼마나 있을까?


만약에, 이번 사건이 안중근 의사가 아니고, 이순신 장군이었다면 이 정도로 저 어린 두 친구가 매장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일제시대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것에 있다. 이상하게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일제시대(겪어보지 않은 과거)에 관련해서 사람들의 경직도가 점점 높아지고 그 잣대가 엄격해지고 있는데, 이는 사회불안만 초래할 뿐이다.


역사는 다양하게 해석되어질 수 있고, 그것에 따라 앞으로의 삶에 대한 자신이나 국가의 방향성을 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유독 일제시대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게 경직되어 있다. 내가 알기로도 근현대사 관련 전문가들 중에 굉장히 독특한 견해와 식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물론 역사적 근거를 갖고), 그들이 책을 쓰고 논문을 쓸 때는 매우 경직된 태도로 쓰는 경향이 있다. 무서워서일 것이다. 나도 무섭다. 우리가 이렇게 역사에 대해 경직된 시각을 갖고 폭력적으로 개인을 임의로 억압하는 문화를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의 상처받은 역사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겨도 진 것이고, 지고도 또 계속 패배하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얕은 지식으로 칼을 만들어 그것을 모르는 사람의 목을 베는 행위는 역사를 잊지 않는 숭고한 애국 정신과는 무관한 것이다. 전 세계의 근현대사가 피로 물든 것도 나의 상식을 남에게 관철하려는 집단의 폭력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한 추구가 그 원인이었다. 결국엔 하나의 상식(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이 승리했기 때문에 우리가 그 역사를 따라가고 있으나, 이것도 후대에는 어떻게 평가될지 모르는 일이다.


먹고살기 힘들어 이민을 운운하는 사람들이라면, 제발 역사를 들먹이면서 친일파 척살, 반 민족주의자를 죽이자 이런 말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그저, 한국에서 먹고살기 힘들어서 이민을 고려할 정도로 나라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계발과 성장이 좌절된 일제시대에서는 '민족' 하나만을 내세워 목숨을 불태울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인 지 이해할 수 없다. 늘, 어떤 대중의 어젠다가 발생했을 때 강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현재가 고통스럽고 앞으로가 두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 두려움과 고통은 세상과 타인에 대한 엄격한 시각으로 나타난다. 결국 AOA를 욕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기저 심리는 두려움에 있다고 본다. 물론, 그게 1명이면 문제가 표면화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이 이번처럼 어떤 한 사건으로 인해 집단화될 때, 매우 빠르게 폭력성으로 번져나간다.


우리는 개인의 두려움이 모여서 집단의 폭력으로 변질되는 것을 당장 멈춰야 한다.


옛날에 택시를 타고 가는데 택시 아저씨가 넬슨 만델라가 죽었다며 매우 슬퍼하셨다. 나는 넬슨 만델라가 누군지 몰랐다. 같이 동승했던 친구 두 명도 몰랐다. 우리는 "전설적인 재즈가수인가? 아니야 이름이 R&B 쪽이야"이런 말들을 했고 택시기사 아저씨는 우리를 매우 한심하게 쳐다봤다.


이 글을 읽고 내가 무식하거나 넬슨 만델라를 모르다니, 상식도 모르는 미친놈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중요한 건 내 상식은 당신이 가지고 있지 않을 확률이 매우 크다. 끓는 기름에 손을 대면 뜨겁다, 내리막길에 공을 굴리면 굴러간다와 같이 절대적인 진리만이 상식으로 불릴 수 있다. 그 외에는 상식의 기준은 인간마다 다르다. 가족끼리도 다르다. AOA 욕하는 사람들 지금 어머니께 가서 독립운동가들의 사진을 보여드려 봐라. 만약에 모르시면 똑같이 욕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창업 후 3년간 저지른 실수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