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나를 만들기 위한, 글쓰기
취업 준비를 하는 친구가 며칠 후 면접을 보게 되었다며 연락이 왔다. 미안해하며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는 친구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었다. 취업 마스터도 아니고 그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지만 2년 전 취업 준비를 하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자기소개와 예상 질문, 답변에 대한 의견을 보태주었다.
문득 당시 취업 준비를 하며 애용했던 One Note가 생각나서 오랜만에 어플을 다시 깔았다. 대학생 때부터 취업준비를 할 때까지 꽤 오랜 기간 동안 썼던 어플이다. 주제 별로 분류되어 있는 폴더와 그 안에 있는 글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기 훨씬 전부터 온갖 것들을 정리하고 기록하며 글을 써왔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어느 날 갑자기 글을 쓰고 싶다, 한번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브런치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전부터 이미 나는 무언가 적고, 생각을 정리하며 지내왔던 것이다.
인턴 생활을 하며 겪은 일들을 기록한 비중이 컸는데 그 안에서 느끼고 깨달은 점, 다짐이 쓰여있다. 그때도 참 생각이 많았구나 싶다. 오히려 지금보다도 순간의 깨달음을 생생하게 기록해둔 것 같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관한 글이 많이 보인다. 점심시간에 회사 선배와 나눈 대화를 통해 느낀 점을 꽤 긴 글로 적기도 했고 취업 준비를 앞둔 학생의 막막함과 혼란스러움, 고민을 고스란히 풀어내기도 했다. 당시에 내가 이런 생각까지 했었나 싶을 정도의 글도 꽤 있다. 이젠 더 이상 하지 않는 고민을 당시엔 하고 있었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고민 또한 보인다. 혼자만의 기록으로 남겨두는 글이기 때문에 실명 거론과 사실적인 상황 묘사는 3년 전 당시를 생생하게 떠오르게 만든다.
하루하루를 글로 남길 때는 몰랐지만 지금 와서 보니 이 글들이 나에게 얼마나 큰 자산인지 모르겠다. 아무 생각 없이 보낼 수도 있는 날들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기록하여 모인 이 글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면 갑자기 앞에 큰 벽이 가로막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막막해질 때가 있다. 쉽고 재밌게 글을 쓰지 못하고 하나의 글을 완성시키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매일 쓰던 글을 멈추고 그림일기로 전향(?) 한 후, 가장 큰 변화는 특별한 생각 없이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다. 생각 없이 산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어찌 보면 큰 고민 없이 꽤나 잘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몇 가지 주제들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완성된 글로 옮겨지지 못한 채 멈춰있다.
오늘은 그림일기 대신 글을 쓰며 생각의 엔진을 다시 돌려보았다. 무념무상의 상태로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붙잡아 글로 정리하는 과정이 좋다. 자유롭고 편하게 써 내려갔던 One Note의 글처럼 생각의 흐름을 부담 없이 글로 표현하고 싶다. 지금까지 써온 글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듯이, 지금부터 쓰일 글들은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