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이 특별한 이유_굿 플레이스

by 도르유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넷플리스 추천 드라마로 떠서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던,

그리고 처음으로 쓰는 드라마 후기,


'굿 플레이스(The Good Place)'



초반엔 상황 설정도 좀 유치하고 캐릭터들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아 보여서 큰 흥미를 못 느꼈다. 하지만 웬만한 영화, 드라마, 웹툰은 끝까지 보는 성격이라 밥 먹을 때 틈틈이 보면서 드라마 속 흐름을 따라갔다.


단순해 보이는 설정을 가지고 4개의 시즌 동안 어떻게 스토리가 이어지나 싶었지만, 이런 나의 걱정은 곧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줄거리 정리>


마냥 착한 줄만 알았던 굿플레이스 설계자 마이클은 알고 보니 배드 플레이스 악마였고, 물리적 고문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고문을 주기 위한 방식으로 굿플레이스를 가장한 배드 플레이스를 설계한 것이었다. 이 사실을 주인공 중 하나인 엘리너가 깨달았고 이 실험이 성공할 때까지(영원히 주인공 4명이 고통받을 때까지) 재부팅을 한다.


재부팅했다는 사실을 상사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배드플레이스임을 깨달은 주인공들에게 공조 제안을 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그들의 굿플레이스를 향한 여정이 시작된다. 길고 긴 과정 안에서 각각의 생전 삶에서 채워지지 않았던 결핍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며, 평생을 미워했던 사람과 화해를 한다. 진정한 good person으로 한 걸음씩 나아간 것이다. 더불어 악마 마이클도 점점 인간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공감하며 그들과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수는 변하지 않는다. 점수는 이미 생전의 삶에서 정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점수는 아무리 착하게 살려고 해도 올라가기는커녕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데, 세상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나 자신도 모르게 세상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최근 500년 동안 굿플레이스로 한 명도 가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며 대안으로 사후세계에서의 재평가를 제안한다. 다시 새롭게 받는 점수에 따라 굿플레이스, 배드플레이스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지구에서의 복잡성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며 한 인간이 얼마나 더 나아질 수 있는지 믿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제안이다.


4명의 주인공은 인류 말살(!)을 막은 공로를 인정받아 더 이상의 평가 없이 굿플레이스로 갈 수 있게 된다.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가고 싶은 모든 곳을 다니며 상상하는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굿플레이스. 그곳에서는 영원히 행복할 줄 알았지만, 굿플레이스 사람들은 모두 공허해 보였다. 모든 게 가능한 곳에서의 영원한 삶은 오히려 의미를 더 이상 찾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는 영생이었던 것이다.


이를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무(無)의 존재로 돌아가는 것이다. 문 하나만 통과하면 굿플레이스에서의 삶도 끝낼 수 있다는 얘길 들은 사람들은 환호한다. 원하는 만큼 굿플레이스에서의 삶을 즐기고 충분했다는 생각이 들면 마무리할 수 있는 선택권이 생긴 것이다.


주인공들은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다가 이 정도면 충분하다,라고 느낄 때 문을 통과하며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엘리너가 떠나기 전, 마이클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을 준다. 악마라는 존재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인간이기에 살다가 언젠가는 죽을 것이며 죽은 후 사후세계에서의 평가를 받아 배드플레이스로 갈 수도 있고, 어쩌면 아예 새로운 시스템으로 사후세계가 운영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엘리너는 걱정하며 말하지만 마이클은 뛸 듯이 기뻐한다. 그러면서 한 말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러니 특별한 거죠


(캡처 화면을 찾고 싶었는데 못 찾았다..)



업보, 선악의 기준, 철학적 딜레마 등 다양한 의문과 질문을 던지며 여러 명대사를 남겼지만 내 기준, 드라마 <굿플레이스>가 말하고 싶었던 단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면 바로 이게 아닐까 싶다.


삶과 죽음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특별하다.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 슬픔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을 알기 때문에 인생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 출처 :마이클 대사




가끔 나의 존재가 무척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이질적으로 다가오거나 죽음을 떠올렸을 때 지금의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결국엔 무(無)의 존재로 되돌아갈 텐데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죽음 이후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무지에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이 밀려온다. 마치 마이클이 처음으로 죽음에 대한 인지를 했을 때처럼 말이다. 차라리 진짜 굿플레이스와 배드플레이스라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특별하다고 말한다. 조금은 슬프겠지만 그러기에 삶의 의미를 느끼며, 살아가는 원동력을 가지게 된다고 말이다. 영원히 살 수 있다면 굿플레이스에서 처음에 만난 사람들처럼 공허함만 남았을 것이다.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느끼며 순간을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1.jpg 인생 모든 일에 대한 정답을 찾으려고 했던 치디가 깨달은 인생의 한 문장
2.jpg 악마 마이클이 인간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판사를 설득하는 모습
굿플레이스에서 행복을 만끽하는 엘리너와 치디


보통의 드라마나 영화는 한번 보고 나면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이 드라마는 마지막 편을 보면서 다시 한번 정주행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대사도 꽤 간단하고 쉬운 표현을 써서 영어자막으로 한번 더 보게 될 것 같다.


한번 더 보면 느끼는 게 또 다를 것 같은 드라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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