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입사 후 수채화, 독서, 사진 동호회를 참여하다가 다 흐지부지 동력이 빠지면서 동호회 자체가 사라지고 지금은 사진 동호회만 꾸준히 나가고 있다. 사실 투자 공부로 시간을 쓰기에도 부족한 하루하루이지만, 이 취미 생활마저 끊어버리면 삶이 너무 팍팍..할 것 같아서.. 취미생활 하나 정도는 남겨두고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참여하고 있다.
5월말 쯤, 한창 날씨가 좋았던 시기에 근교로 출사를 다녀왔다.
보통은 그 순간에 집중하는 편이라 사진 찍을 땐 사진에만 관심을 기울이는데, 이날따라 부동산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5월초 잔금을 치른 후 내 선택에 대해 한창 흔들리고 있던 때라 그랬을까.. 카페에 가서 잠시 쉴 때나 차로 이동할 때, 갈아타기 한 후기들을 읽으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으로 가득찼고, 나도 모르게 조급함, 후회 등 복잡한 생각과 미묘한 감정들이 커져만 갔다.
특히 이때 찡대리님의 갈아타기 후기를 읽었는데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주변의 조력자가 없음에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갈아타기를 추진하는 과정이 모두 들어가 있었다. 부동산에 관심없는 사람이 보면 굳이 힘들게 그렇게까지 강남으로 진입할 필요가 있는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관에 따라 결단력을 가지고 밀고 나가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비교심리를 부정적으로 갖는건 정말 지양해야하는데 특히나 비슷한 나이 또래의 누군가가 나보다 더 앞서나가며 좋은 결과를 이루는 과정을 보면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리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좋은 자극으로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지금 내가 가는 방향과 속도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해야할까..좀더 빨리 갈 수 있는 길이 있는데 그 길을 못보고 돌아돌아 가고 있는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특히 많이 든다.
그와중에 사진 출사를 나왔으니 동호회 사람들과는 사진 이야기(아니면 회사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되었는데 확실히 나는 투자 쪽으로 관심이 많이 쏠려있음을 이때 많이 대비되면서 깨달았다.
사진을 찍으려고 모였으니 사진 이야기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고 오히려 투자 이야기를 한다는게 이상할 수도 있는데, 전반적으로 투자 쪽으로 관심이 없다는 걸 많이 느낀다. 물론 주변에 알리지 않고 투자하는 부동산이 있을 수도 있으니 섣부르게 판단하면 안되겠지만, 평소 모습이나 거주하는 아파트 등 이야기를 들어보면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적당히 만족하며 사는 분들이 많아 보인다.
누가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닌 가치관의 차이
그 모습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지금 당장의 만족에 가치를 더 크게 둘 수도 있다. 지금 내가 행복한 것,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갈 수도 있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닐 뿐, 가치관의 차이일 뿐이다.
자본주의 세상에 눈을 뜨고 투자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깨달았고, 지금부터 그 방향을 따라 간다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머리로 알았으면 행동할 차례! 단순히 '잘 살고 싶다, 잘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막연한 희망이 아닌 구체적인 방향성과 목표를 잡아 실행에 옮기기 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인생을 바꾸기 위해서는 만나는 사람, 공간, 시간을 바꿔야한다고 하는데 그중에서 '만나는 사람'이 달라졌더니 보이는 세상이 바뀌었다. 그전까지 나정도면 성실히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비교군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기준이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삶과 투자에 있어서 가치관이 같으니 이야기를 나눌 때 더 흥미롭고 재미있다. 가만히 안주하지 않도록 긍정적 자극을 계속해서 주고받으며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중이다.
나도 만약 투자 세계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면, 적당히 회사 월급 받고 저축하며 주변 사람들만큼은 살지 않았을까. 사실 지금 다니는 회사 정도의 월급을 맞벌이로 벌면서 사치 부리지만 않는다면 3~4인 가족 정도 살아가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실거주 1채 회사 근처로 마련해서 살다가 자녀 학령기에 맞춰서 학군지로 이동 정도만 하며 살아도 만족하며 살 수 있다. 실제 그렇게 사는 회사 선배님들 모습을 보면 빠듯하지 않고 오히려 여유있게 살거 사고 여행다니며 살더라.
충분히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이제 더이상 그정도의 삶으로는 만족하기 어려워졌음을 인정해야겠다. 더 잘 살고 싶고 더 여유롭게 생활하고 싶고 더 좋은 곳에서 거주하고 싶은 욕구가 커져만 간다. 특히 서울을 벗어나고 나니 서울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이 더더더 커졌다. 서울 중에서도 '서울의 중심지, 한강이 보이는 곳, 서울 내 어디를 가도 가까운 곳, 깔끔하게 잘 정비되어 있으면서 녹지가 많은 곳'에서 살고 싶다. 서울의 인프라를 누리면서 문화생활까지 놓치지 않고 다채로운 경험을 하며 살고 싶다.
그 곳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내가 만약 어릴 때 마시멜로우 실험에 참가했다면 눈앞의 마시멜로우를 먹지 않고 기다려 더 많은 마시멜로우를 받았을 것이다. 기질적으로 갖고 있는 특성일 수도 있는데 지금 당장의 만족을 참고 기다리는 것에 대해 크게 힘들어하지 않는다. 여러 반찬들 중 가장 맛있는 걸 가장 나중에 먹는 습관도 그래서 갖게 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ㅎㅎ 이러한 기질 덕분에 지금 당장이 아닌 미래를 위한 욕구 지연이 나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지금 하고 싶은거, 놀고 싶은거, 누리고 싶은거 다 누리면서 만족하고 안주해버린다면 제자리 걸음만 하다가, 잘하면 서행 운전정도 하다가 끝나버릴 것이다. 그정도 속도로 만족한다면 나름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겠지만 나는 좀더 빠르고 멀리 가서 더 많은 세상을 보고 싶다. 그 과정과 결과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평범한 삶'을 산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안다. 현재 평범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지만 그 평범한 삶을 어떤 하나의 모습으로 정의내리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삶을 온전히 행복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적당히 만족할만한 수준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평범하면서도 '잘 살고 싶기' 때문에.
실제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또 어떤 일이 있어서 잠시 멈추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향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노력과 도전은 계속하지 않을까. 그 과정이 힘들기만 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의 연속이라면 오래 이어나가지 못하고 이미 그만두었을 것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 그 자체로부터 '행복'을 느끼고 보람과 뿌듯함을 느끼기 때문에 당장의 일시적인 행복을 포기하면서도 하루하루 만족스럽게 살고 있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