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그리고 25년이 지난 2024년 현재
25년만에 열어본 엄마의 편지
새로 이사간 부모님 댁에서 열어본 타임캡슐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편지 두 통이 나왔다.
하나는 나에게, 하나는 동생에게 남긴 엄마의 편지
언제 썼는지 모를 편지의 봉투는 단단하게 동봉되어 있었다.
엄마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편지.
편지를 발견하고는 나와 동생보다도 엄마가 더 놀라셨다.
혹시나 생각치도 못할 내용 (출생의 비밀?! 유언..??)이 담겨있을까봐 엄마가 보는 앞에서 열어보지 말라고 하셔서 나중에 열어보고 나서야 내용을 보내드릴 수 있었다.
1999년 1월 29일 새벽,
내가 만 4살이 되었던 무렵, 어떤 특별한 날도 아니였는데 편지를 쓰고 싶으셨나보다.
평소 글 쓰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셨던 거에 비해서 우리가 어렸던 시기에 남겨둔 편지와 육아일기가 꽤 남아있는걸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를 기록하며 기억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1999년 1월
엄마는 어떤 모습으로 나와 동생을 바라보며 편지를 썼을까..
우리가 어렸던 만큼 엄마도 젊었을 텐데, 그 때의 엄마 모습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아쉽기만 하다.
그나저나 만 4살 때부터 나는
빙뱅붐이라는 영어 비디오 테이프 보기를 좋아하고,
'날개 달기'라는 학습지를 좋아해 열이 39도를 넘었을 때도 '엄마 날개 달기 해'라고 말할 정도로 공부가 취미였던..
글쓰기, 그림 그리기와 작사작곡한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아이였구나
(엄마만의 필터가 씌워져 바라본 모습일지도 모르지만ㅎㅎㅎ)
밤에 잠들기 싫어하는건 그 때부터였구나 ㅎㅎ
엄마가 이 편지를 쓰던 순간만 하더라도 특별한 일 없던 평범한 어떤 날의 새벽이었을 텐데, 지금 이런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도 먼 미래에 돌이켜 보면 소중한 순간이었음을 느끼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새삼 기록의 중요성, 기록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지금 이 감정과 기록도 25년 후 읽어보면 새롭겠지. (그때까지 네이버 블로그가 잘 살아남아주기를 바랄 뿐)
편지 안에 담겨 있는 엄마의 사랑과 마음을 내가 온전히 담기엔 엄마의 사랑과 마음이 너무나도 크다.
(아빠도 편지를 남겨둘껄, 하며 아쉬워하셨다 ㅎㅎ 당시의 아빠는 어떤 내용으로 우리에게 편지를 쓰셨을지 궁금한데 시간을 돌이킬 수 없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부모님은 자녀에게, 자녀는 부모님에게 어떤 존재인 걸까.
사랑으로 품어주시고 사랑으로 키워주신 부모님.. 앞으로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표현은 잘 못하고 있지만..ㅠㅠ
오늘은 엄마의 공식 퇴임식이 있던 날이다.
학생일 때만 하더라도 막연하게 엄마의 퇴임식을 상상하며 취업하고 돈 벌어서 성대한 퇴임식을 열어드려야지!! 했는데..
분명 취업도 하고 돈도 벌고 있는데
회사 일이 너무 바빠 제대로 연락도 못 드렸다.. (핑계..ㅠ)
마음과 달리 행동으로 부모님께 표현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3월 가족 모임 때 엄마 생신&퇴임 기념 이벤트를 꼭 잘 챙겨야겠다는 다짐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