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해 주시는 나의 페이지터너 분들

by 여니

전기현의 씨네뮤직을 제 시간에는 못 듣고, 할 일을 마치고 전날 것을 유튜브로 오전 시간에 듣는다. 그러다, '페이지터너'에 대해 듣게 되었다.



피아노 연주나 클래식 공연에서의 페이지터너(Page Turner)는 단순히 악보를 넘기는 역할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연주의 흐름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고 섬세한 역이다. 타이밍에 맞게 종이를 넘겨야 한다. 연주자가 연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확한 시점에 악보를 넘기고, 페이지터너는 무대 위에 있지만 존재감은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예를 들어 악보가 잘못 놓이거나 떨어졌을 경우 재빨리 정리하고 연주자의 지시나 제스처에 유연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음악 구조나 반복 기호에 익숙해야 하며, 악보 페이지 구성도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손이 악보나 건반 위를 가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빠르고 부드럽게, 하지만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넘겨야 할 것이다. 긴장하거나 앞서 가지 말고, 연주자의 리듬에 맞춰 함께 ‘호흡’마저도 맞춰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관객에게 불필요한 주의를 끌지 않도록 존재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용한 착석에서 부터 튀지 않는 색감의 깔끔한 복장, 방해 없는 태도.
어떤 경우에도 연주가 끊기지 않도록 돕는 것이 최우선일 것이다.



'삶' 이라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도 페이지터너처럼 조용히 그리고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리는 분들이 내게 함께 계신다. 무언가 힘들어 보일 때 아이들의 정말 무해한 사랑스러운 모습을 슬쩍 보내주는 이도.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게 되는 그러면서 웃음을 주는 그런 항상 함께하는 조용한 페이지터너 같은 분. 조금 멀지만 알람 맞추듯 늘 곁에서 꼼꼼히 챙겨 주시는 분.



나의 작고 작은 기쁨에도 본인의 기쁨처럼 즐거워해 주는 그런 분들.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많이 생각해 본다. 나의 갈 길을 깨닫게 해 주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군대가기 전에는 꼭 보자.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