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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Feb 21. 2024

의료 파업 후 첫 외래를 가는 날...


비가 소리 없이 잔잔히 내리지만

그래도 꽤 오는 날이네요.


세 번째 외래를 가는 날입니다.

그래서인지 며칠 전부터 남편의 얼굴이 좀 황달기가 있고 입술이 하얗게 점점 더 보이는데 헤모글로빈 수치가 내려간 듯합니다. 아마도 오늘도 수혈을 하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합니다. 진료시간은 15시 48분이지만  제 병원도 잠시 들르고 두 시간 전에 채혈을 해야 하는 터라 일찍 출발하려 합니다.


하루 이틀간 병원도 아닌데 오늘따라 유난히 심장이 뛰고 무언가 긴장을 하는지 한번 할 일을 두세 번에 하며 허둥지둥하는 제가 이상하기까지 합니다.


병원에 갔을 때 의외의 놀랄 일이 없기를 바라볼 뿐입니다.


분당에서 전철을 타고 서초까지 가려다 보니

일반인에게는 편안한 교통일 수 있지만 기운 없어하는 남편의 모습이 중간중간 눈에 들어올 때는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 또한 감사해야 할 일인데 말이죠.


비를 좋아하진 않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싫어집니다.


______________



병원에 왔더니 응급실 쪽에 기자들이 많이 보이네요.


수납을 하고 채혈을 하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병원앱으로 채혈 30~1시간쯤 뒤에 환자의 결과를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바로 둘은

시험을 치른 후 성적표를 펼쳐보는 학생들처럼 하나하나 열어보았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헤모글로빈 수치가 이곳 병원
치료받은 후로 제일 떨어져 있었고 혈소판 수치마저 내리막 아니, 정상수치를 깨고 낮아져 버렸습니다.
그렇게 아니길 바랐는데... 그런데 백혈구 수치는 다시 치솟았기에 둘 다 의아해하고 걱정이라는 먹구름 같은 마음에 무서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수혈 2팩에 생각지도 못했던 혈소판 수혈까지 하고 간수치.. 뭐 이러저러한 다른 보호? 하는 약만 일단 처방받고 일주일만 표적 치료제를 쉬어보자고. 이 또한 적응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해 주셨지만 우린 기분이 좀 그랬습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무언가 잠시 스톱된 그런 기분.


남편은 혈액병원 주사실로 들어가고 난 외래약국이 닫기 전에 병원 밖으로 향했습니다. 눈이 내리는데 바람을 따라 이쪽저쪽으로 계속 바뀌어 거기에 맞춰 다 가려지지도 않지만 우산을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가며 썼네요. 인생도 그리했어야 했던 것인지 남편도 나도 너무 직진이 아니었었나 하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답도 없는 생각을 아주 잠시 했습니다.


오늘따라 성모병원 사거리가 참으로 길고 넓어

보였습니다. 신호등 켜지는 소리와 무엇을 얘기하는지 어린 여성들의 웃는 소리도 함께 들려왔는데 왜 그렇게 부럽던지.


아침부터 숨쉬기가 조금 버거웠는데 긴장한 것도 기분 탓도 아닌 정말 조금 불편한 거였습니다. 난 아프면 안 되는데....... 아자 아자!

수혈 두팩과 혈소판까지 수혈받고 나오니 병원의 꼭 필요한 불외엔 꺼져서 약간 어둑어둑해졌더군요.


기도실에서 온전히 하느님께 맡긴다고 기도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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