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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Feb 27. 2023

[5문장쓰기] 차의 계절

23.2.20~24 #일상다반사 #티소믈리에 #가족이뭐지

2/20


[오늘은 철관음]


차와 함께 1년 절기를 빗대어 설명하는 <차의 계절>은 읽을 맛이 나는 책이다. 어제(19일)가 눈이 녹고 얼음이 풀리어 만물을 적시는 우수였다. 이때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청차(우롱차)인 철관음을 마셔보라고 적혀 있다. 철관음의 풍미를 '미여관음중사철'이라고 한다. 차의 향기와 맛이 관음보살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묵직하게 입안에 내려앉는다는 뜻이란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철관음을 마시면서 에너지를 끌어올려야겠다.



2/21


대학로 해마티룸이 문을 닫았다. 인도, 스리랑카, 중국 등 다양한 홍차를 맛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아쉽다. 할 수 없이 근처 허니소믈리에가 운영하는 카페 아뻬서울로 발길을 돌렸다. 이전에 허니라벤더밀크티는 맛이 밍숭맹숭해서 별 기대없이 허니밀크티를 주문했다. 세상에! 냄비에 아주 제대로 끊여서 진한 밀크티 한잔을 내왔다. 밀크티 한잔을 바닥까지 마시니 잘게 부숴진 찻잎이 뒹굴고 있다. 진한 맛을 좋아하는 내겐 딱인 맛있는 차 한잔이었다. 해마티룸이 없어져서 아쉬운 마음까지 달래지는 맛이었다.


요즘에 다 이렇게 초점이 나가나

2/22


가족의 방황을 멀리서 지켜보는 일은 상당히 곤욕스럽다. 왜 그런지 이유부터 납득이 되지 않고 자꾸 잔소리가 발사되려고 한다. 그럴 때 방법은 단 하나다. 방황하는 가족에게 무관심을 선택하는 것이다. 마음에도 없는 따뜻한 말한마디를 하는 것보다 무관심이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방황을 지켜본 가족의 마음도 이와 같았을까. 방황의 시간도 그걸 해결해주는 건 결국 시간이다. 말이 이상한데 그렇다. 기다림과 인내심이 이렇게 지루하고 마음을 다잡아야할 될 일이었던가. 도대체 걔는 왜 그러는 거야 하는 마음이 머릿속에 빙빙 돈다. 이런.


2/23


아이가 코감기에 걸렸다. 어제는 아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어린이집을 가지 못했다. 아이가 아프면 잘 돌아가는 일상도 일시정지가 된다. 하루 종일 주말처럼 같이 있으니 슬슬 에너지가 다운됐다. 아이와 거리두기를 위해 잠깐 낮잠을 청했다. 전날 잠을 잘 못자서 피곤한 상태이기도 했다. 다행히 아이는 혼자서 잘 놀면서 온 집을 놀이터로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점심을 먹고 외출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나갔다. 사실 더 나갔어야 했는데 에너지가 부족했다. 4살부터 아이의 체력이 얼마나 좋은지 매일 산책은 필수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체력관리의 절실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요즘 남편은 3월 대학교 개강을 앞두고 가게 정비에 나서서 매일밤 늦게 오고 있다. 아이의 목욕과 취침은 남편 몫이었는데 내가 하느라 면연력이 바닥을 찍는 중이다. 이것 또한 지나가니까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2/24


한동안 돈 버는 법에 혈안이 돼서 경제뉴스를 챙겨읽고, 삼프로TV를 들었다. 부동산 상승장에서는 관련 뉴스에만 빠져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뭔가 해보질 못하니 흥미가 금세 시들해졌다. 그래도 가끔 나이 많은 어른들이랑 경제, 돈 이야기할 때 맞장구치고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다 요즘 다시 경제뉴스를 챙겨읽고 삼프로 뉴스3을 유심히 듣고 있다. 타인이 원하는 그 무엇을 잘 발견해서 해결해보고 싶다. 그 문제를 가진 사람이 필요한 지점에 요즘 집중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는 한 번 해보고 싶다. 도대체 이놈의 종잣돈은 언제 모아지는 걸까. 돈 모으기는 원래 힘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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