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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Feb 21. 2023

[5문장쓰기] 주말농장 홀로서기

23.2.13~17 #도시농부 #정리꿀팁 #블로그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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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20분, 텃밭이라니~!]


집에서 차로 20여 분, 버스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주말농장을 예약했다. 20마리 정도 방목하는 닭이 있고, 암벽이 높이 드리운 곳이다. 가깝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아이와 단둘이 대중교통으로 가도 무리되지 않는 거리다. 올해 농사를 지을 때는 마음만 먹으면 텃밭으로 달려갈 수 있다. 3월부터 시작할 생각이었는데 빠르면 이번주부터 밭을 갈아엎고, 어떤 작물을 심을지 농사 준비에 들어간다.


2/14


[그동안 왜 이렇게 살았을까?]


1시간씩 알람을 맞추고 집안 곳곳을 정리하고 있다. 알람이 울리고 정리할 게 남으면 다시 1시간을 맞추길 반복한다. 컴퓨터가 있는 옷방과 창고는 우리집에서 되도록 열면 안되는 곳이다. 최대한 미루다가 알람을 맞추고 정리에 돌입했다. 끝없이 짐이 쏟아져 나왔다. '도대체 얼마나 처박아둔 거야'라며 먼지를 뒤집어썼다.

정리할 짐이 너무 많으면 1,2차로 끊어서 마무리한다. 오후 3,4시에는 저녁 준비 때문에 되도록 오전에 정리를 끝내야 한다. 컴퓨터가 있는 옷방에는 한꺼번에 내다버릴 쓰레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2015년부터 그곳에 묵혀있던 쓰레기들과 오래된 팩도 가차없이 버렸다. 당근마켓을 귀찮아하는데 한번에 하려고 박스에 모으고 있다. 1시간씩만 투입해도 될 일이었는데 그동안 왜 이렇게 미뤘던 걸까. 조만간 묵힌 짐들로부터 해방될 끝이 보인다.


2/15


[곧 간다, 히카리우동]


갑자기 그런 날이 있다. 이전에 맛있게 먹었던 가게 이름을 찾아보는 날 말이다. 내겐 어젯밤이 그런 날이었다. 히카리우동은 내 인생에서 소울푸드 같은 곳이다. 우동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히카리우동과 같은 우동집을 아직 못만났으니까, 리모델링하면서 그 가게가 없어졌을 때 많이 슬펐다. 내가 우동집을 차릴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2019년에 만난 히카리우동은 기억 저편에서 좋게 자리잡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히카리우동을 검색했더니 세상에 효창동에서 장사를 하고 계셨다. 늦은 밤 입을 틀어막고 환호할 정도로 기뻤다.


내게는 육아 초창기에 혼자 밥먹으러 가기 가장 편한 곳이 히카리우동이었다. 여기 치킨가라야게가 다 아는 그 맛인데 맛있다. 5,500원인 오뎅우동과 1,500원인 유부초밥만으로도 복에 겹도록 행복한 날을 선사해줬다.


다른 곳에서도 우동은 5,0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음식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히카리우동에서 먹는 건 값어치가 그 이상이었다. 가격이 다 담지 못하는 주인부부의 철학을 나는 느꼈던 걸까.


그 우동 맛과 공간 분위기를 잊을 수 없었던 나에겐 찾아가고 싶은 그곳이 있다는 자체로 고마운 날이다. 어서 빨리 가봐야지.


2/16


[서울 돌산 앞에 텃밭]


올해 3월 말부터 본격적인 텃밭농사를 시작한다. 시작하기 전에 <소농의 공부>, <토종씨앗, 토종농사>를 읽으며 공부 중이다. 거의 혼자 맨땅에 헤딩하려니 책이라도 닥치는대로 보고 있다.

"텃밭농부는 책으로 공부하고, 이웃 텃밭농부에게 묻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관리방법을 찾는다. 최대한 상상력을 동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업농부의 노동이 매뉴얼에 부합하는 수동적 노동에 가깝다면, 텃밭농부의 노동은 스스로 길을 찾는 능동적 노동에 가깝다. 그래서 같은 양의 노동을 하고도 전업농부는 쉬이 피로를 느끼지만 텃밭농부는 오히려 원기를 얻는다."(소농의 공부 24쪽).

아이가 "우리 농장 언제 가?"하는 한마디에 다시 농사를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어쩌면 땅에서 얻는 원기 때문에 다시 고된 노동을 하러 자처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제 농장 주인을 만나러 밭에 다녀왔다. 아직 땅이 꽁꽁 얼었다. 20여 마리 닭이 돌아다니는 텃밭 모습에 내심 불안해졌다. 아이에겐 닭이 좋은 친구가 되겠지만 내겐 골칫거리다. 아직 방목하는 닭이 있는 텃밭에서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주인은 초록 그물망을 둘러서 닭이 들어가지 못하게 작업하면 된다고 말했다. 말이 쉽지, 그물망은 또 어떻게 두르냐고 속으로 툴툴거렸다. 물론 닥치면 한다. 그물망을 치고 싶지 않은데 그러면 걔네들 먹이를 주려고 그곳에서 농사를 하게 되는 꼴이니 막막했다. 정 안되면 다시 서초구 땅스농장으로 돌아갈 큰 그림을 그렸다. 일단 그물망 치는 법부터 찾아봐야겠다.


2/17


[파이프라인 블로그 활용법]


어젯밤 타이탄철물점의 '블로그 실무 활용'이 담긴 무료 특강을 들었다. 오후 9시에 시작한 강의는 새벽 1시 30분에 끝이 났다. "돈버는 일에 낭만은 없습니다", "블로그는 일기장이 아닙니다"와 같은 이야기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사업가로 사는 타이탄철물점. 돈을 정말 많이 번다는 걸 카카오뱅크를 보여주면서 인증했다. 인터넷에서 컨설팅 비용이 300만원이라고 하니 말 다했다. 잘 나가보이는 사람에게 돈버는 낭만을 기대했던 걸까. 무료특강 때문에 한줄 김밥도 먹다 말고 랩퍼처럼 그는 쏟아냈다. 뼈때리는 이야기도 서슴없이 던져서 한편으로 누군가의 공격대상이 되겠다 싶었다.블로그를 잘 쓰는 방법 중에 관련 로직을 공부하라는 말에 뜨끔했다.


유튜브세계에서 신사임당과 현승원 때문에 난리가 났다. 대놓고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카피하라는 식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어서, 리뷰엉이 유튜버가 그들을 저격했다. 지난 주말에 집사부일체에도 나왔는데 순식간에난장판이 됐다. 나름 좋아했던 크리에이터였는데 어디에서 삐긋하면 그렇게 한순간에 쌓은 탑이 무너져 버린걸까. 그들도 매주 유튜브에서 몇백만원짜리 강의라면서 무료로 강의를 풀고 자기네들 서비스를 홍보했다.


타이탄철물점의 무료특강은 듣기에 좋은 강의였지만 신사임당처럼 난리가 날까봐,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도 조심하고 있다. 약간 쓸데없이 연예인 걱정하는 일반인이랑 같은 거니, 좋은 강의에 대한 기억만 간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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