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귀여워진 계절에 시작한 부업

여기도 비우고 쓸고 닦고

by 김애니

하루 쉬는 주말, 운 좋게도 부업을 시작했다.


현대인인 나의 '일방적인 불안'이 이끈 길


작년 하반기, 나는 한옥호텔에 취업했다. 외국인 손님을 위해 조식을 만들고, 체크인과 아웃을 돕고, 객실관리까지 한다. 숙박업 운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배우고 싶어서 택한 일종의 모험이었다. 가장 시급했던 건 돈벌이였고, 내가 잘할 수 있는 해볼만한 직무였다.


성수기의 초입이었던 10월에 입사했던 나는 내 직무를 혹독하게 배웠다. 한옥은 매일 풀예약으로 가득 찼다. 호텔 사장은 월 매출 1억원이 넘으면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줬다. 제일 많이 받았던 금액이 30만원이었다. 성수기도 잠깐이었다. 마지막 보너스 10만원을 끝으로 월급이 귀여워졌다. 한옥호텔이 비수기(~2월까지)에 접어들면서 밥벌이가 심하게 흔들렸다. 회사에서는 비수기니까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현대인인 나의 일방적인 불안이었다.


에어컨 청소할 때 비수기에는 과하게 일이 많아서 힘들었는데, 비수기 때는 하루에 1,2건을 하는 식으로 일이 심하게 확 줄었다. 에어컨 청소 때 내 위치는 부사수였기 때문에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지방 에어컨 청소업체의 한계와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은 일자리를 찾았지만 숙박업에서도 그럴 것이라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가보지 않은 길이니까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옥호텔은 가격을 낮춰서 예약을 받는 중이고, 나는 그 와중에 공공기관 사무실을 청소하러 3주 차에 접어들었다. 1주일에 1번 보는 사람들과 밥을 먹고, 스몰토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청소업체 사장님이 밥과 후식을 사주셨다. 인력 관리는 말로만 하는 게 아니다. 시간당 페이를 지급하지만 가끔 이렇게 점심을 사주면서 팁 아닌 팁을 줘야 할 때가 있다.



죽어가는 화분과 무거운 검은 의자


내가 일하는 공공기관은 총 11층, 그중에 내가 2인 1조로 배정받은 공간은 4층(2개), 7층(4개), 10층(4개), 11층(2개)였다. 공무원들은 2.5평보다 더 작은 곳에 책상과 의자 그리고 컴퓨터 앞에서 하루 종일 자신의 업무를 담당할 것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의자는 사장님 전용처럼 무겁고 투박했다. 시디즈 시스템체어도 있지만 공공기관에서는 인조가죽으로 둘러싸인 검은 의자가 온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개인의 취향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리 닦아도 티가 나지 않은 짙은 회색 바닥. 짐과 짐으로 둘러싸인 공무원들의 공간.


공공기관의 또 다른 특징은 화분이었다. 관리가 되지 않고 죽어버린 난 종류와 수많은 관엽식물이 넘쳐났다. 꽃보다는 키우기 쉬워 보이는 화분. 어디에서 받았는지 알지도 못하는, 퇴사할 때나 치울 법한 푸른 식물들이 창가 근처를 가득 메웠다. 말라 비틀어진, 쓰레기에 해당하는 식물은 왜 있는 걸까. 각기 다른 층을 갔지만 식물들은 무방비 상태로 죽어가고 있었다. 화분이 놓인 자리는 대부분 난방기라서 틈 사이로 자갈과 돌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걸 치우라고 청소사장은 드라이버와 손소독제 그리고 파란색 걸레를 들고 왔다. 하다가 말았다. 더 번거로웠고 불편했다. 물티슈가 청소할 때는 그 어떤 걸레보다 빠르다. 그래도 2주 동안 더러워진 것을 치웠다고 오늘은 바닥의 먼지도 쓰레기가 나오는 횟수도 줄었다. 각 층마다 나오는 쓰레기를 비우기 위해 남자 1명이 더 투입됐다. 그래서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하지 않아서 수월했다.


60대 이모들의 정체성과 나의 클리닝


이제 막 퇴직한 60대 이모들에게 듣는 인생 이야기도 재미있다. 내가 일하는 한옥호텔에도 50대 언니(?)들이 있다. 큰 카테고리에서 청소를 바라보는 60대 이모들의 시선도 달랐다. 한 이모는 퇴직하고 놀아도 되는데 청소까지 하는 자신이 못마땅하다는 듯한 느낌을 풍겼다. 자신은 청소할 사람이 아닌데... 정체성의 혼란. 또 한 이모는 남편 복이 없어서 살아보겠다고 다른 사람은 쉬는 주말에 나와서까지 일하는 게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렇게 적고 보니 못마땅한 사람들이 하는 육체노동이 청소인가. 아닌데... 그건 아닌데...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는 일, 멋들어진 호텔을 운영하는 일 너머에 존재하는 청소(클리닝). 코로나 때문에 청소 시장이 홈케어로 넘어가 전문청소를 하는 이들도 늘어났다고 했다. 나는 무엇을 목표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까. 그래도 회사 외에 부업을 할 수 있어서 그걸 시도해서 과하게 좋다. 몸으로 하는 일이라 한계점이 존재하지만 뛰어넘을 방법을 어떻게든지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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