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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낌새 Oct 17. 2023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이론으로 생애 돌아보기

상담심리치료전공 직장인 대학원생이 과제를 모아서 한 권의 책 쓰기(04)

<Microsoft Bing Image Creator(AI)로 생성한 이미지>


<상담이론과 실제> 수업 과제를 구실로 글을 연재하는 중이다.

이 주제로 학기를 마칠 때까지 총 10편의 글을 써서 공개할 계획이다.

그런데, 추석연휴 과제는 다른 주제와 결이 달라서 발달심리 수업 과제로 네 번째 글을 대체한다.




 에릭슨은 프로이트의 심리성적 이론을 확장하고 차별화하여 심리사회적 이론을 정립하였습니다. 프로이트는 생애 초기 5단계에 걸친 성적 쾌락 충족 원리로 인간의 발달을 설명하였습니다. 에릭슨은 이런 구분을 계승하면서도 전생애에 걸친 8단계 발달과업과 위기를 제시하고 내적 본능과 외적 요구 간의 사회작용을 통해서 자아정체감을 확립하는 과정으로서 인간의 발달을 설명하였습니다.


 이러한 이론을 통해서 생애를 돌아보기에 앞서서 분석할 수 있는 범위부터 정해야겠습니다. 30대 중후반인 현재는 심리사회적 발달의 8단계 중에서 6단계인 성인 초기(청년기)와 7단계인 성인 중기(중년기)에 중첩하는 시기로 보입니다. 6단계부터는 주 교재에서 정확한 연령대를 명시하지 않고 참고문헌들에서도 제각기 다른 근사 나이를 제시하기에 해당 단계에서 성취해야 할 발달과업과 극복해야 할 위기를 기준으로 삼아서 판단한 결과입니다. 또한, 1단계와 2단계는 정상가족에서 규범적으로 성장한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에게 특별한 시사점이 없다고 생각하며 기억할 수도 없는 시기인바, 만 3세부터 현재를 포괄하는 3단계부터 7단계까지를 분석 범위로 설정하였습니다.


 발달심리 첫 시간에 가까운 연령대별로 나누어 모둠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최근 고민이 주제였는데, 전반적으로 에릭슨의 구분에 따른 6단계와 7단계에 속하는 발달과업을 도출하였습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대로 구성된 모둠에서는 사회적인 기여(봉사)가 공통분모로 언급되었습니다. 요즈음 저의 주된 고민은 7단계(생산성 대 침체성)에 부합합니다. 동시에 3단계부터 5단계까지의 발달과업도 여전히 유효하다 느낍니다. 단계별로 서술하겠습니다.


 3단계(Initiative vs. Guilt)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성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소극적인 어머니와 통제적인 아버지의 양육 태도가 기질적으로 불안이 높은 저에게는 주도성 획득에 불리하게 작용하였으리라 짐작합니다. 아버지께서 무엇을 하자고 제안하면 마지못해 따르는 일상이었는데, 의견을 주장하거나 결정권을 갖는 기회가 드물었습니다. 물론, 크게 다르지 않은 태도로 양육한 누나는 자발성과 책임의식이 높은 편인데, 이는 기질(유전)적인 성향과 아들러가 강조한 출생순위에 의한 영향으로 더 잘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4단계(Industry vs. Inferiority) 시기는 초등학교에 해당하는데, 평범한 수준의 성취를 거두며 근면성과 열등감의 위기를 절반 정도 극복하였다고 이해합니다. 다만, 성취는 주입식 선행학습 효과가 주요했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과 성공 경험은 드물었습니다. 이 시기는 특히, 학교에서 숙제를 미루는 나쁜 습관을 형성하고 잦은 체벌에 노출되었던 부정적 측면을 더 자주 회상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시절 내내 열등감에 천착하며 지냈으나, 6학년 2학기부터 중학교 선행학습을 하는 학원에서 노력하여 성적을 향상하며 근면성을 기르고 일부 자질(능력)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5단계(Identity vs. Identity confusion) 시기에는 조용히 방황하며 부정적 정체감(허무감)을 가지기도 했으나,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살겠다는 긍정적인 정체감을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시기에 극복하지 못하여 지연된 발달과업과 정체감 형성이라는 과업을 동시에 마주하며 혼란하고 불만스럽게 보낸 기억이 나지만, 한편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사회문제에 흥미를 보이고 자아가 확고해지는 시기였습니다.


 성인 초기인 6단계(Intimacy vs. Isolation)의 시작은 대학생활 부적응과 병역문제로 인한 가족 내 갈등으로 시작했습니다. 3단계에서 가지지 못한 주도성을 성인이 되며 독립한 대학교 새내기 때부터 보상받기라도 하듯이 모든 결정을 나 혼자만 고려하며 내리려 했습니다.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관습들과 매번 대립하며 갈등하고 고립감에 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십 대 중반에 접어들며 처음으로 진솔한 사랑을 나누었고 이 과정을 통해서 점차 타인을 존중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기르며 사회에 융화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인 7단계(Generativity vs. Stagnation) 발달과업은 현재 고민과 아주 밀접하진 않지만 일부 걸쳐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초년생 시기를 지나서 개인이 개발할 수 있는 직무능력은 이미 만개했다는 생각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관리자로서 지닐 덕목을 길러야겠다는 고민이 들기 시작하는데, 후학을 양성할 시기라고 규정한 에릭슨의 관점과 맞닿아 보입니다. 아울러, 지난 단계에서 추구하던 공익보다는 사익 추구에 골몰할 때가 잦아지는데,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지 않으면 고약한 중장년이 돼버리겠다는 경각심도 가집니다.


 현재까지의 삶을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이론을 최대한 적용하며 돌아보았습니다. 시대적·문화적 차이로 인하여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자폐적이지 않고 사회와의 역동을 통해서 발달한다고 본 그의 관점에는 공감하였습니다. 아울러, 프로이트의 심리성적 이론을 통해서 생애를 돌아보았을 때는 부정적인 측면에만 주목하여 반추하기가 불편했는데, 이번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고르게 상기하며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참고문헌


1) 정옥분 (2019). 발달심리학(3판).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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