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미나_ 헌터 시리즈, 2024
수원시립미술관은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이했다. 4월 15일 개막식과 함께 흥미로운 전시 2개가 함께 시작되었다. 1 ~ 4 전시실은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 전시로 활기를 띄었다. 커다란 통창이 있는 5 전시실에서는 잔잔한 일상 속에서 상상과 도전의 즐거움, 그리고 ‘나’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현대미술전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5월부터 진행된 전시해설, 난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 전시해설을 선택하고 스크립트 작성과 녹음을 하며 전시해설 연습을 했다. 녹음본을 보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선택의 순간을 기다렸다. 다행히 통과! 내가 원하는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현재 전시해설 도슨트로 네 차례 관람객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채지민 작가와 함미나 작가의 작품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건넸다.
함미나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마주 한 날이 떠오른다. 전시가 시작되기 전 미술관측에서는 전시해설을 준비하는 도슨트에게 작가 관련 자료 및 작품리스트를 공지한다. 도슨트가 전시 해설을 하려면 먼저 작가와 작품에 대한 숙지 및 자료 조사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공부를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시간이 매우 설렌다. 작가를 향한, 작품을 향한 짝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미술관에서 보내준 자료를 열기 전 이번 전시에서 어떤 작가를 만날까? 어떤 작품을 만날까?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행복한 고민을 한다. 머릿속에서는 엔돌핀이 마구마구 쏫구친다. 역시 일 벌일 때 제일 즐거운 건 어쩔 수 없다. 작품리스트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이끌린 작품이 있었다. ‘아! 상큼해. 아! 귀여워.’ 연둣빛과 주황빛 빛깔들이 내 심장을 춤추게 했고, 그 속에 존재하는 아이들은 내 얼굴에 미소를 짓게 했다. 함미나 작가의 작품이었다. 뒤 이어 아주 깔끔하게 정돈된 그림을 마주했다. 역시나 푸릇하고 강렬한 색깔들이 날 사로잡았다. 자석처럼 이끌린 작품을 보며 ‘이번 전시 해설, 이 작품들로 할래!’ 찜을 했었다. 이렇게 전시를 골라서 도슨트 준비를 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이번 전시해설은 나에게 행운인 걸로!
함미나 작가의 헌트 시리즈를 보고 있으면 그 작고 귀여우면서 진지한 눈빛 때문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눈빛으로 새를 잡을 거라는 천진난만한 생각에 환호가 터져 나왔다. 아이들을 예뻐하는 나는 한때 ‘가정어린이집으로 봉사 나갈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잊고 지냈는데, 이런 막연한 생각은 신기하게도 현실이 되었다.
아이들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나는 코로나가 창궐하며 학교를 들쑥날쑥하게 나갔던 2020년 가을 무렵 아파트 내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한 달에 한번 진행되는 월례회의 시간에 아파트 내 어린이집 아이들을 도서관에 초대해서 그림책 읽어주고 연계활동을 해보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의견 제시와 함께 난 만 2세를 위한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수업 준비를 했다.
일을 벌이니 또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어린이집 교사인 여동생과 어린이집 원장인 친한 동생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내 눈높이를 최대한 낮췄다. 아이를 키우며 만 2세 시기를 겪어봤지만, 여러 명의 만 2세를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2024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어린이집 아이들이 도서관에 왔다. 함미나 작가의 그림을 마주할 때처럼 입이 귀에 걸렸다. 아이들의 작고 종알거리는 입, 모든 걸 해내는 손과 발에 눈길이 갔다.
짧은 문장으로 구성된 그림책을 아이들이 집중해서 들었다. 주인공 ‘콩이’처럼 슬플 때가 있었는지, 언제 슬펐는지 물었다. "엄마한테 혼났을 때 울었어요." 하는 아이들이 여러 명 있었다. 한창 움직임이 많은 시기인 만 2세 아이들과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움직임에 걱정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림책을 본 후 귤을 탐색하며 귤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감정 스티커 눈, 코, 입을 붙이자 아이들처럼 개성 만점인 ‘귤’이 탄생했다. 자기 작품을 소중히 여기며 도서관 밖으로 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의 마음속에 도서관이라는 곳이 따뜻하고 즐겁고 행복한 곳이라는 기억이 자리 잡길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좋아 유치원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엄마가 학교에서 일했으면 좋겠어.” 초등학교에 들어간 큰아이의 한 마디는 학교 도서관 봉사를 시작하게 했다. 그곳에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도 소설책도 역사책도 아주 많았다. 책이 좋아 아파트 도서관 봉사를 시작했다. 그림을 보면 즐겁고, 그곳에서 배움이 싹틀 때 두근거렸다. 그 마음을 나누고 싶어 도슨트봉사도 하게 되었다. 세상에 좋아하는 것들이 많다.
곰곰이 나를 생각해 보니, 결국 나는 사람을 좋아한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도슨트로써 전시해설을 하며 관람객들에게 질문을 한다. 대답을 해주면 신나고, 눈빛으로 이야기를 건네면 그것 또한 좋다. “도슨트 해설 들으니, 작품 이해가 되네요.”, “설명 잘 들었습니다.”, “다음에 아이들 데리고 또 와야겠어요.” 해설이 끝난 뒤 관람객들이 건네는 말 한마디에 뿌듯하다.
귀엽기만 한 아이들이 때론 그 어떤 학자보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상 진지한 그들의 모습 속에서 내 모습을 돌아본다. 나도 이렇게 내 삶에 집중하는가? 때론 뭐가 더 나을까? 앞 뒤 재기보다는 순수한 아이들처럼 지금 내 앞에 있는 일에 집중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사는 것에 '가치 있음'을 느끼는 날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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